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사회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근로자 1만명당 산업재해 사망사고자 수를 일컫는 사망사고 만인율은 지난해 역대 최저치인 0.43으로 떨어졌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29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최근에는 산업현장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15일 SPC그룹 계열사인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식품혼합기에 끼어 숨진 데 이어 23일 SPC 계열 샤니 제빵공장에서 40대 근로자가 기계에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허영인 SPC 회장이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한 지 이틀 만에 또 사고가 났으니 어이가 없다. 21일 경기 안성시 물류창고 신축 공사장에서는 거푸집이 내려앉아 근로자 3명이 사망했다. 어제는 서울 월드컵대교 공사 현장에서 50대 근로자가 추락 방호망 설치작업 도중 물에 빠져 숨졌다.
올해 초 안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무겁게 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1월27일 이후 9월 말까지 발생한 중대재해는 443건, 사망자는 446명이었다. 하루 1.8명꼴로 사망자가 나온 것이다. 처벌 수위를 높이기보다 안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게 더 중요함을 일깨워 준다.
노동부는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산업현장 점검을 강화하는 특단의 조치를 시행한다. 먼저 SPC그룹의 전체 식품·원료 계열사를 대상으로 강력한 산업안전보건 기획 감독을 실시한다. 현장의 유해·위험 요인과 안전보건 관리 체계 등 구조적 문제점을 점검해 개선하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아울러 식품혼합기 등 위험한 기계·장비를 보유한 전국 13만5000여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6주간 안전조치 이행 여부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노동부는 현 정부 임기 내에 우리나라 산재 사망사고를 OECD 평균 수준으로 줄이기 위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도 조만간 발표한다. 이제라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제조·건설 위주 산업구조와 원·하청 이중구조 등으로 산업재해를 줄이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지만, 후진국형 안전사고의 재발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될 일이다. 상당수 사망사고는 안전설비 점검 등 예방활동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산업현장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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