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전부터 체형 변화 시작…수유·아기 안기로 ‘악화’
“뒷근육 운동해야”…망가진 체형 회복하고 통증 탈출
“이런 결과는 생각도 못했어. 그런데 거울 보니까 정말… 울고 싶더라.”
연년생 두 아들을 둔 윤모(37)씨는 결혼 전 숏컷 헤어스타일을 즐겼다. 그만큼 잘 소화했고, 스스로도 짧은머리가 잘어울리는 얼굴형이라고 여겼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동안 미용실에 가지 않아 긴 머리를 질끈 묶고 지내던 그는 둘째 돌잔치 후 분위기 전환을 위해 오랜만에 숏컷을 단행했다. 결혼 전 주변에서 ‘찰떡’이라는 말을 무수히 들었으니 당연히 실패는 없을 거라고 여겼다.

그런데 웬걸. 분명히 같은 스타일인데 결혼 전의 상큼함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저 ‘그 사이 나이가 들어서’라고 생각하기엔 느낌 자체가 너무 달랐다. 가만히 거울을 바라보던 윤씨는 깨달았다. 예전 자신이 짧은머리가 잘 어울렸던 이유는 얼굴형이 아니라 긴 목과 바른 어깨선 덕이었단 것을. 아이 둘을 키우며 목이 짧아지고 어깨가 굽은 지금은 그때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갑자기 너무 서러운 마음이 들어 눈물까지 나더라”고 말했다.
◆거북목·말린어깨·굽은등…육아 체형 3종세트
출산 전과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충격 받고 속상한 경험을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라면 한 번쯤은 한다. 몸무게 변화가 크지 않아도 실루엣은 예전과 영 딴판이다.
특히 상체가 그렇다. 아기를 낳고 안아 키우다 보면 상체가 자연스레 건장해진다. 승모근과 팔뚝에 근육이 붙고, 목, 어깨가 앞으로 쏠리며 등이 굽는다.
그런데 보통 육아 초기 엄마들은 자신의 체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거울 볼 여유도 없는데 어떻게 객관적으로 자신의 변화를 체크할 수 있을까.

그러다 뒤늦게 ‘현타’를 맞는다. 중요한 모임이나 결혼식이 있어 오랜만에 좀 꾸며야할 때, 혹은 사진을 찍었을 때다.
나도 둘째 7개월 무렵 여행지에서 찍은 가족사진을 통해 충격적인 체형 변화를 확인했다. 우람하고 둔탁한 등짝에 마동석 배우를 연상시키는 팔뚝. ‘이게 나야? 내가 이래?’ 게다가 짙은 밤색 옷을 입었더니 내가 곰인지, 곰이 나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때부터 나는 사진 찍는 것을 피하게 됐다.
요즘도 바깥에서 어린 아기와 산책하는 엄마들을 보면 등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열에 여덟은 거북목, 앞으로 말린 어깨, 굽은등 등 전형적인 육아체형을 갖고 있다.
그런 뒷모습을 보면 그렇게 짠할 수가 없다. 가서 경추와 승모근을 꾹꾹 안마해주고 싶은 충동도 든다.

◆아이 키울 때 왜 등이 굽을까?
목과 등의 체형변화가 꼭 육아맘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거북목과 굽은등을 갖게된 현대인들은 많다. 하지만 육아 때문에 생긴 굽은등은 느낌이 좀 다르다.
왜 아기를 키우면 체형이 이렇게 변하는 것일까.
사실 이런 변화는 임신 때부터 시작된다. 임신 기간 배가 불러오고 가슴이 커지면서 허리는 앞으로 나오고 등은 뒤로 눕는 체형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또 복부 근육이 늘어나면서 약화하고, 허리 뒤쪽 기립근들은 유연성을 잃고 짧아진다. 이런 상태에선 허리를 굽히는 것이 힘들고 뻐근한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문제는 출산 후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진다는 것이다. 아이를 안고 수유하는 제세를 지속하면서 등근육이 늘어나고 몸 앞쪽의 가슴근육과 목빗근은 뻣뻣해지면서 굽은등, 거북목, 말린어깨가 악화된다.
외관상으로만 불만족스러운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체형 변화가 큰 경우 목과 어깨에 통증이 생긴다. 심한 경우엔 목디스크와 경추 염좌, 어깨 충돌 증후군, 흉곽 탈출 증후군과 같은 질환으로 이어져서 만성 통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안쓰는 근육 쓰기…운동만이 답이다
아이가 어느정도 자라 더 이상 수유를 하지 않고, 안아주지 않아도 되는 때가 되면 엄마도 다시 예전의 곧은 몸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고은 리셋재활의학과 원장은 “체형이 저절로 돌아가는 일은 절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의 몸은 쓰는 근육만 계속 사용하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변화한 체형이 그대로 굳어진다”면서 “체형을 바꾸려면 안쓰는 근육을 운동으로 단련시키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수유, 육아는 물론 핸드폰, 컴퓨터 사용 등 우리의 일상 생활은 대체적으로 몸의 앞쪽 근육들을 주로 사용한다. 보통 30세 중반이 지나면 몸의 근육량이 줄고 근력이 약해지게 되는데, 특히 평소 잘 사용하지 않은 심부 목 굴곡 근육을 포함한 복부, 등, 날개뼈 주위의 근육들이 약해지게 되면 굽은 등, 거북목과 같은 체형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통증을 잡고 바른 체형으로 돌아가려면 답은 하나다. 예방하고 운동하는 것 뿐이다.
주로 쓰는 몸 앞쪽 근육들은 스트레칭을 통해 유연성을 유지하고, 약해진 몸 뒤쪽 근육들은 근력 운동을 통해 강화시키면 바른 체형을 유지할 수 있다.

육아 중 잘못된 체형을 악화시키는 주 원인은 수유와 아기 안기이므로 그 때마다 자세에 신경을 써야한다.
이 원장은 “수유를 할 때는 앞으로 숙이지 않고 수유 쿠션과 발 받침대를 사용하여 몸을 편안히 젖힌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면서 “아이를 안을 때는 몸 가까이 안아 붙인 뒤 하체의 힘으로 일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안고 걸을 때도 복부와 엉덩이에 의식적으로 힘을 주어 최대한 상체를 바르게 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체형이 이미 변했더라도 운동을 통해 회복할 수 있다. 굽은 등을 펴는 운동은 다양하지만 두 가지만 열심히 해도 많은 도움이 된다. 짐볼 혹은 비슷한 높이의 물체를 잡고 엎드려 등을 쭉 펴는 광배근 스트레칭이나, 팔을 더블유자로 만들어 가슴을 펴주는 운동이다. 앞쪽 근육을 많이 쓴 뒤나 잠자기 전 등 틈나는 대로 바른 체형을 위해 노력하면 눈에 띄게 굽었던 등도 천천히 펴질 수 있다.
이 원장은 “다만 고개를 뒤로 젖히거나 굽힐 때 팔이나 날개뼈 쪽으로 방사되는 통증이 있거나 손저림, 팔 힘이 빠져서 마비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목디스크를 의심할 수 있다. 또 속옷을 잠그거나 머리를 말리는 동작을 할 때 어깨가 아프다면 회전근개 주위 염증이 생기는 충돌 증후군이나 오십견 등 증상일 수 있다”면서 “이런 경우엔 반드시 정확한 진단을 통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곰사진’을 보고 충격받은 나는 그 후로 유튜브에서 ‘굽은등 펴는법’, ‘거북목 고치는 법’ 등을 찾아 보며 스트레칭을 했다. 꾸준히 하면 효과가 있을 거란 믿음 때문이라기 보다, 현재의 모습을 부정하고 싶어 발악을 했던 것 같다.
최근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보니 남들에게 보여주긴 여전히 꺼려지지만 2년 전보다는 등이 많이 펴진 것이 보였다. 틈틈이 스트레칭이 효과가 아주 없지는 않았나보다.
온몸 바쳐 육아만 생각하다 보면 엄마들은 ‘등골’이 휜다. 바른 체형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을 습관화하면 훗날 통증으로 고생하지 않을 거고, 굽은등 때문에 자신감까지 쭈그러드는 일도 없을 것이다. 꼿꼿한 엄마로 거듭날 때까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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