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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거장’ 안드라스 시프 “놀라움도 공연 일부… 자유·즉흥의 힘 믿죠”

입력 : 2022-10-20 20:47:24 수정 : 2022-10-20 20:47:23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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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6·10일 4년 만에 내한공연
“바흐는 겸손하고 인간적인 인물
연주할 땐 그와 같은 마음이어야
오랜만에 한국서 공연 큰 기대감
곡 미공개… 관객에 새로움 선사”

“그 모든 작곡가 중 바흐는 가장 위대하면서도 가장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인물입니다. 악기로 표현해 내는 음악(기악)에서도 신을 향한 그의 믿음이 선명하게 드러나는데, 연주할 때만큼은 그의 마음과 같아야 합니다.”

4년 만에 내한공연을 하는 피아노 거장 안드라스 시프(69)에게 ‘바흐는 어떤 음악가인가’라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 마스트미디어 제공

다음달 6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 이어 10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공연을 앞둔 ‘바흐 해석의 권위자’ 시프는 19일 세계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바흐는 무신론자가 아니다. 그는 매우 겸손하였고, 자기중심적이지 않았다”며 “그는 우리와 공동체를 위해 작품을 써 내려 간 것이지 결코 자신의 영광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매일 1시간 이상 바흐 작품을 연주하면서 아침을 시작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시프는 그 이유에 대해 “하루를 바흐의 음악과 시작하는 것은 마치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과 같다”며 “마음을 정갈히 하고, 영혼과 몸을 깨끗이 하기 위한 것인데 매우 완벽한 일상”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첫 내한공연 이후 꾸준히 한국을 찾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탓에 4년 만에 오게 된 그는 이번 방문에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언제나 커다란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한국) 관객들도 환상적이에요.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열광적인 데다 젊은 관객이 많습니다.”

시프는 이번 공연에서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에 이르는 고전 음악을 중심으로 레퍼토리를 짠다는 것만 알려졌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곡을 연주할지 밝히지 않아 팬들의 궁금증을 사고 있다. 그는 일부러 의도한 것임을 내비쳤다. “나는 자유와 즉흥의 힘을 믿습니다. 놀라움도 공연의 한 요소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방식을 통해 나는 훨씬 큰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관객들에게는 공연이 더욱 새로워지고요.”

1953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시프는 리스트 음악원에서 팔 카도사, 죄르지 쿠르탁, 페렌츠 라도스에게, 영국 런던에서 조지 말콤에게 피아노를 배웠다.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 및 지휘자들과 협업하고 있는 그는 국내 젊은 연주자를 향한 도발적인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의 연주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콩쿠르에 출전하기를 멈추라는 겁니다. 음악은 스포츠가 아니에요. 아니, 그보다 더, 경쟁이라는 것 자체를 그만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음악은 위대한 예술의 영역이지 스포츠가 아니거든요. 속도와 힘, 스태미나와 정확도, 이런 측정 가능한 요소들은 스포츠가 아닙니까. 예술은 측정이 불가능한 요소들로 이뤄진 것이고, 고도의 주관적 영역이지요.”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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