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정부 성향 인사도 이주 행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예비군 부분 동원령을 선포 후 징집 회피 등 목적으로 이스라엘을 찾는 유대계 러시아인 숫자가 크게 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유대 혈통을 가진 러시아인 약 2만6000명이 알리야(이스라엘 귀환) 절차를 밟아 이스라엘로 들어왔다. 같은 기간 우크라이나 출신(약 1만3000명)보다 2배 많은 숫자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지난달 말 기준 러시아인 4만명이 이민 비자를 받았고, 1만5000명은 알리야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인구이민국경청에 따르면 동원령 선포 후 열흘간 벤구리온 국제공항을 통해 이스라엘에 입국한 러시아인은 6566명으로 1∼5월 입국자 1507명의 4배를 넘는다. 이스라엘 알리야통합부, 외무부, 재무부는 앞으로 러시아에서 약 5만5000명이 더 들어올 것으로 보고 긴급 예산편성, 항공편·숙박장소 마련에 분주하다.
이스라엘이 탈출구로 주목받는 이유는 러시아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데다 전 세계의 유대계에 특혜를 주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 군사적 이해관계 때문에 러시아 눈치를 보느라 서방 제재에 동참하지 않아 러시아를 오가는 여객기가 계속 운항되고 있다. 또 이스라엘귀환법은 유대인, 개종자, 유대인 부모·조부모·배우자가 있는 사람에게 알리야 신청 자격을 주고, 심사를 통과하면 시민권을 부여한다.
징집 연령대뿐 아니라 반정부 성향 인사도 이스라엘로 향하고 있다. 소련 시절 발표한 곡 ‘백만송이 장미’로 국민가수 반열에 오른 알라 푸가체바(73·여)가 대표적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러시아를 버림받은 나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던 그는 10일 유대 혈통을 가진 남편과 함께 이스라엘에 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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