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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포도를 키우는 신비의 땅 ‘엘키밸리’로 떠나는 와인여행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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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0-16 12:00:00 수정 : 2022-10-15 20: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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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아타카마 사막 남반구에서 가장 건조/칠레 최북단 와인산지 엘키밸리 사막과 인접/석회암 섞인 점토질 토양 덕분에 최고급 시라 품종 생산지로 떠올라/엘키밸리서 빚는 역작 1865 셀렉티드 콜렉션 ‘데저트 밸리’ 

 

엘키밸리

가도 가도 끝없는 척박한 땅, 칠레 아타카마 사막. 보이는 것은 모래언덕과 거친 암석, 드문드문 서 있는 선인장과 관목들뿐. 비 한방울 오지 않아 지구상에 가장 메마른 곳으로 불리는 아타카마 사막에서도 과연 와인이 빚어질까요. 사막의 건조한 기후와 높은 해발 고도, 훔볼트 해류가 가져다 준 선선한 기후와 태평양의 아침 안개 카만차카(camanchaca)가 포도를 키우는 신비의 땅,  엘키밸리(Elqui Vally)로 최고의 시라를 찾아 떠납니다.

 

1865 셀렉티드 콜렉션 데저트 밸리

◆아타카마 사막과 카만차카가 키우는 포도

 

세계에서 남북으로 가장 길게 뻗은 나라 칠레. 길이가 무려 4300㎞에 달하고 평균 너비는 177㎞ 정도입니다. 서울∼부산이 450km이니 10배 가까이 되는 엄청난 길이죠. 북쪽은 지구상에서 가장 메마른 곳으로 불리는 아타카마 사막, 동쪽은 험준한 안데스 산맥, 남쪽은 파타고니아 빙하 지대, 서쪽은 태평양 및 해발 고도가 낮은 코스타 산맥(Cordillera de la Costa) 등 천혜의 자연 장벽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한때 유럽 포도밭을 초토화 시켰던 필록세라가 칠레는 상륙하지 못한 이유입니다.  

 

칠레 와인산지
칠레와인산지
칠레 주요와인산지와 재배품종 . 출처 Wine Folly 홈페이지

서쪽 태평양 연안 코스타 산맥과 동쪽 안데스의 도메이코 산맥(Cordillera Domeyko)이 사이에 놓인 아타카마 사막의 동서 폭은 평균 약 100㎞, 남북 길이는 1600㎞에 달할 정도로 광활합니다. 다른 사막과 달리 해발고도 500∼1500m 높이의 고원에 사막이 펼쳐졌고 토양은 백악기때 형성된 석회암과 사암, 자갈들로 이뤄졌습니다. 특히 남반구에서 남극 대륙 다음으로 비가 적을 정도로 극도로 건조합니다. 연 강수량이 15㎜ 정도라니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셈입니다.  6000m 이상의 고산 지대에서도 눈이 내리지 않아 산악 빙하를 찾기 어려울 정도라는군요. 재미있는 것은 사막지대이지만  일평균 기온이 섭씨 0~25도로 선선한 기후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바로 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차가운 훔볼트 해류 덕분입니다. 

 

마이포밸리
아콩카구아밸리

◆칠레 대표 와인산지

 

칠레를 대표하는 와인 산지는 수도 산티아고 아래쪽 센트럴 밸리(Central Valley).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대부분의 와인들이 이곳에서 생산됩니다. 북쪽에서부터 마이포밸리(Maipo Valley), 카차포알(Cachapoal)과 콜차구아(Colchagua)로 이뤄진 라펠 밸리(Rapel Valley), 쿠리오밸리(Curio Valley), 마울레밸리(Maule Valley)로 이어집니다. 센트러밸리 아래쪽의 서던지역은  이타타밸리(Itata Valley), 비오비오밸리(Bio-Bio Valley)로 이뤄졌고 서늘한 지역이라 화이트 품종과 피노누아 등이 재배됩니다. 센트럴밸리 북쪽에는 아콩카구아 밸리(Aconcagua Valley)가 포진해있습니다. 포도밭 주변에 선인장이 자랄 정도로 칠레에서 가장 덥고 건조한 산지여서 주로 알코올이 높고 탄닌이 강한 와인 생산됩니다. 재미있는것은 이런 산지에 요즘 화이트 와인 생산으로 주목받는 산지 카사블랑카(Casablanca)와 산 안토니오(San Antonio)가 있다는 점입니다. 두 곳 모두 해안가 산지라 선선한데 그중 산 안토니오의 레이다(Leyda)는 가장 바다에서 가까워 소비뇽블랑 등을 중심으로 고품질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해졌습니다. 

 

1865 셀렉티드 콜렉션 데저트 밸리

◆칠레 최북단 와인산지 엘키밸리에서 자라는 최고급 시라

 

아콩카구아 밸리보다 더 북쪽에 있는 산지도 있습니다. 칠레 와인산지중 비교적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코킴보(Coquimbo)로 바로 이곳에 산티아고에서 북쪽으로 약 400km 떨어진 칠레 최북단 와인산지 엘키밸리가 있답니다.  남위 약 29도로 아타카마 사막 남쪽 끝에 바로 붙어 있는데 이런 척박한 땅에서도 포도가 자란다니 자연의 생명력이 참 대단합니다. 북쪽에서부터 엘키밸리, 리마리밸리(Limari Valley), 초아파밸리(Choapa Valley)가 이어집니다.  해발고도 2000m에 가까운 높은 고도와 서늘한 바다의 영향으로 신선한 기운이 들어가면서 뛰어난 소비뇽블랑과 샤르도네, 시라, 카베르네 소비뇽 생산지로로 요즘 뜨고 있답니다. 원래 엘키밸리는 페루와 칠레의 유명 브랜디 피스코(Pisco)를 주로 생산하던 곳이었는데 요즘은 집중도가 뛰어나고 아로마틱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올드바인
피스코 배럴 에이지드

칠레를 대표한 와이너리 비냐 산 페드로(Vina San Pedro)의 1865는 최근 혁신적인 와인 메이킹으로 최고급 와인 레인지 셀렉티드 컬렉션(Selected Collection)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바로 쿠리코밸리 몰리나에서 자라는 70년 이상 올드바인으로 빚는 1865 셀렉티드 콜렉션 올드바인(Old Vine)과 마이포밸리의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드는 1865 셀렉티드 콜렉션 피스코 배럴 에이지드(Pisco Barrel Aged)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역작이 더해졌습니다. 엘키밸리의 최고급 시라로 빚은 와인 셀렉티드 콜렉션 데저트 밸리(Desert Valley)입니다. 금양인터내셔날에서 최근 국내에 수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다에서 약 25km 떨어진 엘키밸리는 해양성 기후에 엘키강을 끼고 있는데 구름이 많고 상대적으로 습도가 높아 온화한 기후를 보입니다. 아타카막 사막과 인접한 엘키밸리도 역시 강우량이 적지만 태평양의 안개 카만차카가 포도를 키웁니다. 아침에 적절한 습도를 제공한 카만차카는 오후가 되면 사라지고 따뜻한 햇살이 비추기에 포도는 천천히, 무럭무럭 익어가 완숙도가 높아집니다. 여기에 석회석이 섞인 점토질 토양까지 갖춰 미네랄이 가득하고 우아한 스타일로 와인이 빚어집니다. 

 

1865 셀렉티드 콜렉션 데저트 밸리

엘키밸리의 시라는 파워풀한 과실미와 복합적인 향신료 풍미가 돋보이는데 데저트 밸리는 이런 떼루아를 잘 살렸습니다. 우선 떼루아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포도를 송이째 압착하는 홀번치(Whole bunch)를 선택했습니다. 포도 줄기까지 사용해 양조하면 자칫 쓴 맛이 날 수 있지만 와인의 복합성은 훨씬 뛰어납니다. 줄기까지 잘 익을 정도로 뛰어난 일조량 덕분에 홀번치가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양한 떼루아의 특성을 담기 위해 여러 곳의 포도밭과 각각 다른 일자에 수확한 포도를 따로 양조해 블렌딩합니다. 시라 품종의 고유의 아로마를 더욱 풍성하게 담기 위해 1만5000ℓ 대형 프렌치 오크통에서 5일 동안 콜드 마세라시옹(Cold Maceration), 즉 저온침용으로 발효합니다. 차가운 온도에서  발효하면 신선함과 아로마를 더 잘 뽑아낼 수 있습니다. 오크도 다양하게 사용합니다. 프렌치 오크 배럴과 대형 프렌치 오크 푸드르에서 절반씩 숙성합니다. 또 프렌치 오크배럴도 새오크 30%, 2년 사용 오크 35%, 3년 사용 오크 35%로 나눠 양조할 정도로 오크터치를 매우 세심하게 조절합니다. 이렇게 양조하니 오크향이 너무 과하지 않고 은은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네요. 

 

와인메이커 Andrea Calderon Vasquez
와인메이커 Andrea Calderon Vasquez

여성 와인메이커가 섬세한 손길로 빚기 때문일까요.  셀렉티드 콜렉션을 빚는 와인메이커는 올해 32살의 안드레아 발데롱 바스케즈(Andrea Calderon Vasquez)랍니다. 산티아고 출신이 그녀는 폰티피시아 카톨릭 대학교(Pontificia Universidad Católica)에서 양조학을 전공한 뒤 미국 소노마 밸리에서 와인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이어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인지도가 높은 몬테스 알파를 생산하는 비냐 몬테스(Vina Montes) 프리미엄 와인팀을 거쳐 2014년 비냐 산 페드로 프리미엄 브랜드 팀에 합류해 셀렉티드 콜렉션의 혁신을 이끌고 있습니다. 

 

1865 셀렉티드 콜렉션 데저트 밸리
1865 셀렉티드 콜렉션 데저트 밸리

데저트 밸리는 프랑스 북부 론 꼬뜨로띠나 에르미따쥐 시라에서 느껴지는 벨벳 같은 탄닌이 돋보이고 석회석이 섞인 점토질이 가져다주는 우아한 아로마도 입안을 채웁니다. 여기에 북부 론 크뤼급 와인들에 비해 살짝 파워풀한 힘이 더해졌고 떼루아의 미네랄도 잘 반영됐네요. 파워풀하고 진한 호주 바로사밸리 쉬라즈와 우아하고 섬세한 북부 론의 시라의 중간쯤 어딘가에 위치한 와인으로 양쪽의 장점을 두루 갖춘 매력이 도드라집니다. 레드체리, 블랙베리 등 검고 붉은 과일향도 고루 느껴지고 감초와 후추 같은 스파이시한 허브향도 어우러집니다.  또 프리미엄 와인들의 중요한 덕목인 잔향도 오래 남습니다. 4∼5년쯤 좀 더 숙성이 진행되면서 가죽향, 숲속의 젖은 나뭇잎, 담배잎, 흑연 등의 3차향들이 화려하게 피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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