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입어도 될 만큼 보존 상태 양호…초의 왁스 자국 남아

100년이 넘은 낡은 청바지 한벌이 미국의 한 경매에서 약 1억2000만원이 넘는 금액에 낙찰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청바지는 빈티지 의류 시장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린 옷으로 전해졌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열린 한 빈티지 의류 경매에서 1880년대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리바이스(LEVIS)’ 청바지가 8만7400달러(1억2500만원)에 팔렸다.
해당 청바지는 5년 전 자칭 ‘청바지 고고학자’ 마이클 해리스에 의해 서부 지역의 폐광에서 발견됐다.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 금을 쫓았던 광부들은 탄광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낡지 않는 질긴 청바지 복장을 선호했는데, 이 청바지는 아마도 당시 일확천금의 꿈을 쫓아 금광을 헤매던 누군가가 벗어 던진 낡은 청바지로 보인다.
이 청바지는 등 쪽에 달린 허리 조절 벨트 등의 특징을 봤을 때 1880년대 후반에 나온 제품일 것으로 추정됐다.
청바지 라벨에는 리바이스 상표와 함께 ‘백인 노동자에 의해 생산된 유일한 제품’(The only kind made by white labor)이라는 문구가 찍혀있다.
이는 미국 정부는 1882년 중국인의 노동시장 유입을 막기 위해 ‘중국인 배척법’을 제정했는데, 문구는 당시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후 리바이스는 1890년대에 이 문구를 없앴다.
해당 청바지는 지금 입어도 큰 손색이 없을 정도로 보존 상태가 양호하며, 곳곳에 왁스 자국이 남아 있다. 광부들은 어두운 광에서 작업할 때 초를 켜고 일했는데, 아마도 당시 초의 왁스가 묻은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청바지는 빈티지 의류 시장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린 옷이라고 전했다.
이 청바지를 경매에 내놓은 빈티지 의류 전문가 브릿 이튼은 5년 전 마이클 해리스로부터 이 옷을 2만3000달러(3300만원)에 구입했다. 즉, 5년 만에 청바지값이 4배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이 청바지 낙찰자는 샌디에이고 출신의 23세 청년 카일 하우퍼다. 하우퍼는 경매에서 빈티지 의류계 유명 상인인 집 스티븐슨과 경쟁하다 협상을 통해 9대 1로 투자해 낙찰받았다.
그는 “빈티지 의류 시장에서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스티븐슨에 투자한 것”이라며 “그가 미래에 좋은 구매자를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WSJ은 “최근 수년간 미국에서 중고 빈티지 의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젊은 층에서 열기가 대단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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