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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 천원’ 고물가 비켜 간 학식… “하루가 든든합니다” [밀착취재]

입력 : 2022-10-13 18:30:00 수정 : 2022-10-19 16: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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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식당마다 ‘북적’

고대, 아침밥 5000→ 1000원으로 ↓
학생 “하루 식비 1만원 이내 가능”

정부 지원 통해 28개 대학도 진행
서울대, 세끼 모두 1000원에 제공
“정부 예산 늘려 지원 확대” 목소리

“요즘 밥 한 끼에 기본 5000원이 넘는데 아침식사를 1000원에 해결하면 하루 식비가 1만원 이내로도 가능해지잖아요. 어제도 왔는데 오늘은 사람이 더 많네요.”

13일 오전 찾은 서울 성북구의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학생식당은 이른 시간에도 1000원짜리 아침밥을 먹으려는 학생들로 붐볐다. 학생식당 식권 키오스크 앞에서 시작된 줄은 벽면을 따라 반대편에 있는 문밖으로까지 이어졌다. 대기하는 줄이 가장 길었던 오전 8시30분에는 학생이 40여명에 달했다.

1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학생식당에서 1000원짜리 아침밥을 먹으려는 학생들이 줄지어 서있다. 조희연 기자

전날부터 ‘마음든든 아침’ 사업을 시작한 고려대는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오전 8시부터 9시30분까지 정가 5000원인 아침식사를 1000원에 제공하고 있다. 나머지 비용은 고려대 소액기부 캠페인 ‘KUPC(KU PRIDE CLUB)’를 통해 조성된 기금에서 충당한다.

이날 메뉴는 쌀밥에 열무된장국, 부추산적구이, 도토리묵, 배추김치, 간장고춧지뿐 아니라 그린샐러드와 식빵도 포함됐다. 기자가 직접 먹어보니 맛있고, 양도 충분했다.

학생들은 저렴하고 건강한 한 끼 식사를 반기는 분위기다. 이날 오전 8시10분 친구들과 함께 학생식당을 찾은 노태윤(20)씨는 “원래 아침을 안 먹었는데, 1000원이니까 가격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왔다. 내일 아침에도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학생식당에서 1000원의 아침밥을 먹은 학생만 217명으로 집계됐다. 시행 첫날인 전날에도 164명이 찾았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더 많은 학생들이 찾아온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 시대, 대학생들 사이에서 1000원짜리 학식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고려대의 경우 교내에서 자체적으로 식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는 대학들도 있다.

밥과 국, 반찬은 물론 샐러드와 토스트까지 포함된 1000원의 아침밥 식판. 조희연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 28개 대학이 ‘1000원의 아침밥’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농식품부와 대학이 협력해 학생이 1000원, 농식품부가 1000원, 학교가 나머지를 부담하는 방식이다.

서울대가 학생들에게 아침·점심·저녁으로 제공하는 1000원 식사의 모습. 이희진 기자

사업에 참여 중인 서울대는 2018년부터 ‘1000원 식사’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자체예산을 투입해 아침뿐 아니라 점심과 저녁에도 학생회관에서 1000원 식사를 제공한다.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하루 평균 아침 370장, 점심 787장, 저녁 511장 총 1668장의 식권이 팔렸다. 한 명이 한 끼만 해결했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1700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이용한 셈이다.

1000원 식사를 매일 먹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불어교육과 김모(24)씨는 “주중엔 점심은 항상 ‘천식’(1000원 식사)을 먹고 저녁도 종종 먹는다. 일주일에 5~6번은 천식을 먹는 셈”이라며 “천식을 먹으면 하루 식비가 5000원 정도만 들어 주머니 사정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농경제사회학과 김모(22)씨 역시 “매일 학식을 먹는데, 메뉴가 괜찮으면 1000원 식사를 선택해서 먹는 편”이라며 “1000원 식사를 하는 날은 하루 세 끼를 모두 챙겨먹어도 식비가 1만2000원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먹거리 물가를 중심으로 소비자물가가 치솟고 있는 서울 시내의 한 대학교 학생식당 모습. 연합뉴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학생들이 고물가를 피해 1000원짜리 학식에 기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예산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 수가 2017년 10곳에서 올해 28곳으로 늘어났지만, 예산 문제로 일부 대학은 지원금을 아예 받지 못하고 있고 지원금을 받더라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7년 시범운영만 참여했던 한국외대는 “범정부 차원으로 지원대학 규모를 확대하면 학생 복지를 위해 동참할 계획이 있다”는 입장이다. 다른 대학 관계자는 “현행 수준으로는 지원금 규모가 너무 적어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벤트성 사업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조희연·장한서·이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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