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은 국운 걸고 청·러 제압했고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 없어”
鄭, SNS ‘이재명 저격 글’ 파문
박홍근 “굴종적 대일관 드러내”
與조차 비윤계 중심 사퇴 요구
鄭은 “그게 식민사관인가” 발끈
‘친일’ ‘종북’ 딱지 붙이는 與野
전문가들 “자해적 논쟁 멈춰야”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천박한 친일 역사인식이자 역대급 망언”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여당 내에서도 정 위원장의 위원장직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진석 “日, 조선왕조와 전쟁한 적 없어”
정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독도에서 180㎞ 떨어진 바다에서 한·미·일 군사훈련을 한다고, 곧 일장기를 단 일본군이 이 땅에 진주한다는 분이 나타났다”며 이같이 적었다. 윤석열정부의 한·미·일 연합훈련 재개에 대해 “일본군의 한반도 진주,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날을 우리는 상상할 수 없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생길 수 있다”고 비판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정 위원장은 “이재명의 일본군 한국 주둔설은, 문재인의 ‘김정은 비핵화 약속론’에 이어 대한민국의 안보를 망치는 양대 망언이자 거짓말”이라며 일제가 대한제국의 국권을 침탈한 과정을 거론했다. 정 위원장은 “일본은 국운을 걸고 청나라와 러시아를 무력으로 제압했고, 쓰러져가는 조선왕조를 집어삼켰다. 조선은 자신을 지킬 힘이 없었다”며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野 “식민사관 드러냈다”… 유승민 “사퇴하라”
야당은 정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을 ‘식민사관’으로 규정하고 맹비난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안보대책회의에서 “정 위원장은 야당 대표를 공격하려고 전형적 식민사관을 드러냈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굴욕적인 정상외교에 이어 집권세력의 굴종적 대일관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일제 침략을 정당화했던 이완용 같은, 친일 앞잡이들이 설파했던 말을 여당 대표 입으로 들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여당 내에서도 비윤(비윤석열)계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순신, 안중근, 윤동주는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쳤나”라며 “정 위원장은 당장 이 망언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위원장직에서 사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웅 의원은 “전형적인 가해자 논리”라며 “고구려도 내분이 있었는데, 그럼 당나라의 침략으로 망한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도 “일본이 조선의 국권을 강제로 침탈한 것은 그 어떤 논리로도 옹호될 수 없는 역사적 죄악”이라고 했다.
◆정진석 “일제 침탈 가장 뼈저리게 느껴”
정 위원장은 이날 발언이 논란이 되자 “그게 왜 식민사관인가. 내가 일본의 국권침탈을 정당화했느냐”고 발끈했다. 정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전체 맥락을 잘 읽어보라. 말도 안 되는 왜곡이고 호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전 의원의 사퇴 요구에 대해선 “가소로운 이야기”라고 맞받았다.
정 위원장은 이후 페이스북에 추가로 글을 올려 “전쟁 한번 못하고, 힘도 못 써보고 나라를 빼앗겼다는 얘기”라며 “일본군이 동학 농민 혁명군 10만여명을 학살한 곳이 바로 내 고향 공주의 우금치다. 일본 제국주의의 잔혹한 학살과 침탈을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사람이 나”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왕조의 대한민국 핵 위협에 침묵하는 사람들은, 인민을 압살하고 있는 독재자의 추종자들”이라며 민주당에 화살을 돌렸다.

◆한·미·일 훈련에… 野 “친일정권” 與 “친북행위”
여야는 이날도 한·미·일의 동해상 연합훈련을 두고 서로에게 ‘친일’, ‘종북’ 딱지를 붙이며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긴급 안보대책회의에서 “좌시할 수 없는 국방 참사이고 안보 자해행위”라며 “(안보) 위기를 핑계로 일본을 한반도에 끌어들이는 자충수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부·여당을 향해 “이러한 문제들을 지적하면 (여권은) 수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김없이 시대착오적인 종북몰이, 색깔론 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해방 이후에 친일파들이 했던 행태와 다를 바가 없다”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감대책회의에서 “지금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극단적인 친일이 아니라 극단적인 친북”이라며 “한반도에 욱일기가 걸릴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럼 인공기는 걸려도 괜찮다는 말씀이냐”라고 맞섰다. 당대표 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친일국방’ 주장에 “대한민국 안보에 대한 2차 자해행위”라며 “이 대표와 민주당이 김정은을 지금도 계몽군주라고 호도하고 해괴망측한 궤변에 빠져 있는 한 정상적인 대한민국의 정당이라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자해적 논쟁… 안보적 측면에서 논의해야”
이를 두고 여야가 엄중한 안보 상황 속에서 정쟁을 일삼으며 지지층 결집만 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이것은 자해적 논쟁”이라며 “한·미·일 군사협력의 목표와 방법이 무엇인지, 일본과 우리의 공동의 이익은 무엇인지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객원교수는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할 요인이 있다면 해야 하지만, 대륙 세력에 공을 들이는 노력도 해야 한다”며 “오로지 한·미·일 협력만 하면 중국의 견제가 들어와 오히려 안보 비용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명예교수는 “안보문제가 시급해 한·미·일 공조를 통해서만 (대응이) 가능한 부분이 있는데, 야당에서 ‘반일’이라고만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오히려 한·미·일 세 나라가 공조함으로써 얻는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안보문제라는 것은 초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여야가) 공감대를 가질 수 있게 관련 정보를 가진 정부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측면에서 야당의 ‘친일국방’ 표현이 나온 것 같다”며 “정치적 부분을 배제하고 봤을 때 한·미·일 안보협력이 우리의 안보를 더 보장해주느냐, 북·중·러와의 대립이 강화되며 한반도가 더 위험해지느냐의 상황이 남는다. 안보적 측면에서 무엇이 도움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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