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서방제재 이행 의무없다”
홍콩 당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서방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 재벌 소유 호화 요트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빅토리아항에 러시아 철강업체 세베르스탈의 대주주인 알렉세이 모르다쇼프가 소유한 5억달러(약 7125억원) 상당의 호화요트 노르트(Nord·사진)가 지난 5일 도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 모르다쇼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유럽연합(EU)과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 중 한 명이다. 지난해 독일에서 건조된 노르트는 길이 142로 세계에서 가장 긴 요트 20위 안에 든다. 배에는 2개의 헬리콥터 착륙장, 수영장, 체육관, 영화관 등이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 요트에 대해 압류 등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자 “여러 지역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개인이 홍콩을 피난처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홍콩의 비즈니스 환경의 투명성에 의문을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홍콩 주재 중국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년 동안 홍콩은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법에 기반한 비즈니스 환경을 유지해 왔다”며 “미국은 상황을 오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홍콩특별행정구 대변인도 “(제3국이) 일방적으로 부과한 제재를 시행하지 않고, 그럴 법적 권한도 없다”며 “홍콩특별행정구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부과한 제재를 오랫동안 시행해왔다”고 강조했다. 중국 주권에 속한 홍콩은 중국이나 유엔 안보리가 부과하는 제재 외에 미국이나 EU 등 제3국의 제재를 이행할 의무나 법적 권한이 없다는 의미다.
미국과 EU는 전 세계 곳곳에 정박한 제재 대상 올리가르히 소유 요트 10척 이상을 압수했다. 모르다쇼프의 또 다른 호화 요트인 레이디엠(Lady M)은 3월 이탈리아에서 압수됐다. 최근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던 또 다른 올리가르히 술레이만 케리모프 소유의 호화 요트 아마데아도 피지에서 압류돼 미국에 인도된 바 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