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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당 아래 분당’ 옛말… 아파트 노후화·편의시설 부족으로 삶의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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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0-12 19:00:00 수정 : 2022-10-12 13: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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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노후화 실태 전수 조사: 분당 편
장기수선충당금 빠듯할 정도로 계속되는 하자
위치 좋고 일자리 많지만...생활편의시설은 부족

 

 

1기 신도시 재정비가 뜨거운 감자입니다.

 

정부는 내실 있는 재정비를 위해

계획을 세우는 데 시간이 필요하단 입장이지만,

주민들은 하루빨리 계획을 잡아

순차적으로라도 착수해야 한다고 재촉합니다.

 

혹시 재건축 호재를 어서 누리고 싶은 걸까요?

 

아니면 노후화된 집에서

더는 살 수 없다는 호소인 걸까요?

 

‘재건축 촉구’ 피켓만으로는 알 수 없는

실태를 전하기 위해 1기 신도시 5곳 전부를

현지 주민과 함께 각각 다녀봤습니다.

 

5개 1기 신도시 중 마지막으로 찾아간 경기도 성남시 소재 분당은 삶의 질 측면에서 다른 지역보다 우위에 있는 듯 보였습니다.

 

일자리 부족과 이에 따른 장거리 출·퇴근으로 주민들이 신음하는 다른 1기 신도시와 달리 자체 일자리가 많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평일 점심 업무시설 근처 상가에 들렀는데, 목에 사원증을 맨 직장인들로 식당과 카페가 붐볐습니다.

 

취재를 위해 방문한 상록마을 우성 아파트에선 SK와 두산 등 인근 대기업 사옥이 바로 보였습니다.

 

네이버 등도 분당에 입주해 있고,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판교 테크노밸리, 서울 강남과 인접해있는 덕분에 1기 신도시 중 가장 집값이 높다는 사실이 수긍됐습니다.

 

◆장기 수선 충당금 모자랄 정도로 아파트 하자 심해

 

정작 취재를 위해 만나본 분당 주민들은 여느 1기 신도시처럼 장기 수선 충당금이 빠듯할 정도로 발생하는 하자와 부족한 편의시설로 불만이 쌓여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특히 지난 8월 초 폭우로 노후화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전언을 이구동성으로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김태형 양지마을 통합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장은 폭우 당시 영상을 보여줬는데, 지하 주차장의 벽 틈틈에서 물이 새 나와 발이 잠길 정도였습니다. 이후에는 무릎까지 차올랐다고 합니다.

 

김 위원장은 “건물에 균열이 많아 폭우 당시 집 안으로 빗물이 들어와 큰 피해가 발생하는 등 주거 환경이 겉보기와 달리 열악한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신익준 한양 2단지 아파트 입주자 대표와 만나 아파트를 둘러보니 가구 안으로 들어가 보지 않고도 노후화 실태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주상 복합인 한양 아파트의 상가 옥상은 타일과 방수 페인트가 벗겨져 균열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아파트 바깥벽의 균열을 막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칠을 해놓은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상가 1층에 인테리어 업체가 여럿 들어와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는데, 한 번 맡기려면 몇달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성업 중이라고 합니다.

 

신 대표는 “충당금이 20억원 정도 남아 있는데, 해마다 5억원가량 들어가다 보니 감당이 안 된다”며 “폭우로 인한 누수 피해를 충당금으로 보상해달라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지만, 법적으로 해줄 수 없어 난감하다”고 털어놨습니다.

 

“전화를 피해 도망 다닐 지경”이라는 게 신 대표의 하소연이었습니다.

 

 

◆생활 편의시설 부족도 문제

 

1기 신도시 중 규모가 가장 큰 데 비해 젊은층이 여가나 쇼핑, 외식 등을 즐길 만한 생활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점도 분당 신도시가 품고 있는 또다른 문제입니다.

 

실제 국토연구원의 2020년 연구 결과 분당은 1기 신도시 5곳 중 ‘생활 자족성’이 2016년 기준 가장 낮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당시 국토연구원은 ‘생활 목적 통행량’을 기반으로 유출 대비 유입 지수를 분석했는데, 분당은 0.671을 기록했습니다. 여가를 위해 분당으로 들어오는 이들보다 지역 밖으로 나가는 인구가 더 많다는 걸 뜻합니다.

 

2.763을 기록한 고양의 일산에 비해 크게 저조한 수준입니다.

 

최우식 분당 재건축 연합회장은 ‘노후 아파트의 문제점’을 묻자 “그보다는 도시 환경이 구식이라는 점이 더 문제”라고 답하면서 “도시가 활성화되려면 30∼40대가 유입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분당 신도시의 2019년 기준 고령 인구 비율은 12.5%로 1기 신도시 중 2위를 기록했고, 1위인 군포의 산본 신도시(12.9%)와도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최 회장은 “젊은층이 유입되려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분당은 교육열이나 학군은 좋지만, 부대 환경은 상당히 뒤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주말만 되면 분당의 젊은 부부가 다른 신도시의 편의시설을 이용한다”며 “아파트도 오래됐지만, 도시의 주변 환경 자체가 구식인 만큼 재정비를 할 때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성철 기자 ssc@segye.com, 윤성연 기자 y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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