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는 그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면서도…“폭력 악순환 멈춰야 한다면 정부와 국회여야”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10월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 대표 발의
1997년 이후 사형 집행 없어…국내 수감 중인 사형수 총 59명
올해 7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사형제 어떻게 생각하나’에…응답자 69% “유지” 답변
국내 종교·인권 관련 단체들이 ‘제20회 세계 사형폐지의 날(매년 10월10일)’을 앞둔 7일 “국가가 법의 이름으로 국민의 생명을 직접 빼앗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며 사형제 폐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단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은 사형폐지국가다’라는 제목의 결의문을 내고 “참혹한 범죄를 참혹한 형벌로 응징하는 일은 그 자체로 참혹한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단체들은 “범죄를 저지른 이는 엄중한 법의 심판으로 그 책임을 져야 함이 마땅하다”면서도, “반복되는 폭력의 악순환을 누군가 먼저 멈춰야 한다면 이는 바로 정부와 국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헌법재판소에서 사형제도 위헌 여부 관련 공개변론이 열린 점을 언급한 후에는 사형제 폐지를 향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고 이들은 부연했다.
올해가 2003년부터 시작한 ‘세계 사형폐지의 날’ 20주년이자,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23명을 마지막으로 지난 25년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어가며 “국제사회는 우리나라를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했다”고도 부각했다. 그러면서 “지난 25년 동안 이 땅에서 사형 집행이 없었던 것은 양심과 생명을 존중하는 정부의 결단과 국회의 지지가 종교·인권·시민사회의 끈질긴 노력과 조화를 이루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돌아봤다.
계속해서 “우리 국회가 모든 법률에서 사형을 폐지하고 대한민국이 완전한 사형폐지국가가 된다면, 아시아 국가들의 사형 집행 중단과 사형제도 폐지를 견인하는 명실상부한 인권선진국이 될 것”이라며 “사형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날이 멀지 않았음을 선언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된 결의문에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 등 국회의원 총 34명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 의원은 지난해 10월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로 발의하면서 “사형의 범죄예방효과에 대한 실증적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법관의 오판에 의해 사형 집행 후 추후 진범이 밝혀지더라도 억울한 사법살인으로 인한 피해는 회복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제안 배경을 밝힌 바 있다. 특별법안에는 이 의원과 정청래·최강욱·홍영표 의원 등 민주당 의원 24명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 총 30명이 발의자로 함께 했다.
국정감사 중이어서 대부분 의원들이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한 가운데 이날 단상에 오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사형제 폐지) 논의가 미뤄져 죄송하다”며 “국정감사 종료 후 몇 주간 법안 심사를 하겠다고 (이야기가) 되고 있어서 그때 (사형제 폐지도 함께) 논의가 될 수 있게 해보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비교적 짧은 발언은 사형제 존폐 자체는 이미 더 이상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교도소에 수감 중인 사형수는 모두 59명으로, 헌재는 1996년 11월28일과 2010년 2월25일 사형제를 규정한 형법 41조 등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할 첫 대법관 후보인 오석준(60·사법연수원 19기) 후보자는 사형제도가 장기적으로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을 지난 8월 밝혔다. 오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오랜 기간 사형제도에 관하여는 존치와 폐지의 주장이 대립하고 있고 양 주장 모두 타당한 근거가 있다”며 “사형제도는 국가의 형벌권으로 인간 생명 그 자체를 박탈하는 것으로서 개인적으로는 지지하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사형이 이미 집행된 경우 오판이 있더라도 돌이킬 수가 없으므로 장기적으로는 입법을 통해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민 여론이 대체로 사형제 존치에 우호적이라는 점은 정치권이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가장 큰 포인트다. 지난해 국내의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7.3%가 사형제 존치를 택했고, 올해 7월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사형 제도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 전체 응답자의 69%가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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