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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시됐던 ‘타투’… MZ세대 패션 아이템으로 떠오르다 [이슈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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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0-08 19:30:00 수정 : 2022-10-08 19:47:02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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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 스티커·타투 프린터 인기

조폭 등 범죄자들이 하고 다니던 문신
최근엔 운동선수·연예인들까지 애용
자신을 뽐낼 수 있고 색다른 경험 추구
자유롭게 즐기는 새로운 액세서리로
시장 규모 1조2000억… 관련산업 커져
시술자 35만명·이용자 1300만명 달해
#1. 이진경(28·여)씨는 지난달 24, 25일 개최된 ‘울트라 코리아 2022’ 참가 준비에 정신이 없었다. 코로나19 대유행 후 3년 만에 개최되는 페스티벌이라서 예쁘고 아름다운 옷은 물론이고, 신발에 선글라스, 현광 머리띠까지 준비했다. 운동도 열심히 했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조금 더 튀는 게 필요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바로 타투. 알파벳이나 꽃, 달 등의 도안 타투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진짜 타투를 새기기에는 두렵다. 그러던 중 스티커처럼 붙이는 타투를 발견, 어깨와 허리, 눈가에 타투를 붙였다.

#2.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고 새로운 것들을 체험하길 좋아하는 김민규(29·남)씨 눈길을 끄는 게 있다. 타투다. 과거 조폭 상징으로 여겨졌던 타투는 최근 래퍼를 비롯해 운동선수, 심지어 연예인까지 애용하고 있다. 용이나 호랑이, 한문 등을 크게 새기는 게 아니라 팔뚝이나 손목, 손등, 골반 등에 별, 고래 등을 작게 새기는 패션 아이템으로 정착한 상황이다.
금기시됐던 타투(문신)가 최근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몸에 직접 새기는 타투가 아니라 스티커처럼 붙이는 타투 스티커나 피부에 인쇄하는 타투 프린터 등 기존과 다른 형태의 타투가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인스턴트 타투·스케치온 제공

남들과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고, 자신을 뽐내는 데 거리낌 없는 밀레니얼 세대(1980∼1990년대 출생)에게 타투(문신)는 자유롭게 즐기는 새로운 액세서리다. 조폭 등 범죄자들이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사용했던 수단 중 하나로,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시선으로 더는 타투를 바라보지 않는다. 미용의 한 방편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젊은이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특히 올해 여름은 예년보다 더욱 무더웠다. 더운 날씨에 노출이 많은 옷을 자주 입을 수밖에 없었고, 노출된 신체 부위에 자신을 뽐낼 수단으로 타투가 새로운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발병 이후 중단되다시피 했던 야외 대형 페스티벌과 콘서트 등이 올해부터 재가동하면서 젊은이들은 자신을 뽐낼 수단이 필요했다. 게다가 ‘싸이 흠뻑쇼’처럼 물을 적극 활용하는 축제가 여럿이다. 그렇기 때문에 물에 젖어도 상관없는, 오히려 물에 젖어 더욱 빛나는 패션 아이템이 필요해졌다. 다양한 색상과 모양으로 표현되고, 물에 젖어도 이상이 없는 타투가 여기에 제격이다.

하지만 타투는 ‘바늘 등을 사용해 인체에 독성이 없는 색소로 피부에 여러 가지 모양을 새겨 넣는 행위’. 피부에 색소를 넣는 것이기 때문에 한 번 새기면 특별한 방법을 취하지 않는 이상 평생 몸에 유지된다. 더욱이 1992년 대법원이 ‘바늘로 피부에 색소 주입하는 건 감염 위험이 있다’며 타투 시술을 의료 행위로 규정한 바 있다. 의료법 제27조에 따라 의료 행위는 의사면허를 소지한 사람만 할 수 있다. 즉 타투는 의사에게 시술받아야 하는데 패션을 위해 장미나 고래, 꽃 등을 새겨 달라고 하면 과연 어떤 의사가 이를 받아들일까.

금기시됐던 타투(문신)가 최근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몸에 직접 새기는 타투가 아니라 스티커처럼 붙이는 타투 스티커나 피부에 인쇄하는 타투 프린터 등 기존과 다른 형태의 타투가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인스턴트 타투·스케치온 제공

해외에서는 타투 관련 규제가 없거나, 자격 면허 발급으로 타투 산업을 규제하고 있다. 미국은 인체에 주입되는 타투 염료를 화장품으로 취급해 관리한다. 미국은 연방정부가 하는 타투 관련 규제는 없다. 주 정부 차원에서 타투와 반영구 화장 시술자에 대한 면허 제도를 관리한다. 영국에서는 지방정부가 타투 작업장에 자격 면허를 발급하는 방식으로 타투 산업을 규제한다. 일본은 2020년 최고재판소에서 타투 시술행위가 의료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타투가 합법화됐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국내 타투 관련 산업은 커지고 있다.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반영구 화장까지 합치면 타투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은 20만명, 시장 규모도 1조2000억원을 넘는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0월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타투 시술자는 35만명(타투 5만명, 반영구화장 30만명), 이용자는 1300만명에 달한다.

◆스티커처럼 붙이는 ‘타투 스티커’

관련 산업 규모가 이처럼 커졌지만 타투는 여전히 국내에서 불법이다. 반면 신체 부위를 활용해 자신을 표현하는 욕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인스턴트 타투, 즉 타투 스티커다. 타투 스티커는 염색이나 시술 없이 피부 표면에 타투 도안을 전사해 타투를 일시적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이다. 손톱 스티커와 유사하게 피부 표면에 다양한 디자인을 시술 없이 즐길 수 있고, 원할 때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명 ‘판박이’라 불리며 어린 시절 한 번쯤 가지고 놀았던 스티커를 생각하면 된다. 다양한 색상과 모양으로 그려져 있는 스티커의 투명한 겉면을 뗀 뒤 신체나 물건에 붙이고 물을 뿌려 떼어내면 스티커에 그려져 있던 도안이 신체 등으로 옮겨진다.

타투 스티커도 이와 같다. 어른 취향에 맞은 동물이나 꽃, 글자 등이 그려져 있다는 것만 다를 뿐 방법은 비슷하다. 다만 판박이처럼 물을 이용한 습식 타투 스티커만 있는 게 아니라, 물 없이 신체에 그림(도안)을 붙이는 건식 타투 스티커도 있다. 습식 타투 스티커의 사용상 불편함과 반짝거리는 마무리감을 개선한 제품이다. 도안을 새기려는 부위에 유분(기름기)을 제거한 뒤 물을 사용하지 않고 스티커를 붙이고 꾹 눌러준 후 떼면 된다. 체온과 압력으로만 전사가 이뤄진다.

금기시됐던 타투(문신)가 최근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몸에 직접 새기는 타투가 아니라 스티커처럼 붙이는 타투 스티커나 피부에 인쇄하는 타투 프린터 등 기존과 다른 형태의 타투가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인스턴트 타투·스케치온 제공

보통 일주일 이내 타투 도안이 유지된다. 클렌징 오일이나 리무버를 이용해 문지르면 바로 지울 수 있다. 이러한 편리성에 다양한 도안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다만 색소를 피부에 주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타투 유지력이나 도안 퀄리티에 대해 호불호가 갈린다.

스티커 타투 전문 업체 인스턴트 타투 김남숙 대표는 “인스턴트 타투 수요는 매해 50∼100% 성장하고 있다”며 “특히 야외활동이 활발한 4∼9월에는 그 외 시즌에 비해 2배 이상 수요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 만든 타투는 일본과 싱가포르에서 인기가 많았었지만,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인기가 급증해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부에 직접 인쇄 ‘타투 프린터’

최근에는 직접 타투를 피부에 인쇄하는 타투 프린터도 등장했다. 화장품 성분의 잉크를 피부에 직접 출력시켜 개성을 표현하는 장치로, 프링커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출신 스타트업 ‘스케치온(현 프링커코리아)’에서 개발한 세계 최초 일회용 타투 디바이스다. 프링커 앱을 통해 타투 도안을 직접 디자인하거나 기존에 있는 도안을 프린터(프링커)로 업로드하고, 이를 원하는 부위에 올려 움직이기만 하면 타투가 새겨진다. 타투 스티커처럼 물에 잘 지워지지 않으며, 1∼3일 지속된다. 지우고 싶을 땐 언제든지 비누로 지울 수 있다.

펜 타입 프린터인 ‘이브봇 프린트펜’도 이와 비슷하다. 종이는 물론이고 운동화, 피부 등에 프린트를 할 수 있는데, 프린트 장소에 따라 잉크 카트리지를 바꿔 이용하면 된다. 예컨대 피부에 하는 타투가 주요 목적이라면 인체에 무해한 스킨 잉크 카트리지를 사용해야 한다. 일반적인 컬러 타투부터 특별한 형광 타투까지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금기시됐던 타투(문신)가 최근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몸에 직접 새기는 타투가 아니라 스티커처럼 붙이는 타투 스티커나 피부에 인쇄하는 타투 프린터 등 기존과 다른 형태의 타투가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인스턴트 타투·스케치온 제공

대기업도 타투 프린터 시장 공략에 나선다. LG생활건강에서 미니 타투 프린터 핀티(Pinty·가칭)를 올해 4분기 북미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에는 내년 중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러한 타투의 변화는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바늘과 색소로 피부에 상처를 주는 전통 타투가 아니라 스티커나 프린트 등으로 쉽고 빠르게 다양한 타투를 몸에 새기고, 간편하게 지울 수 있는 방식으로 개발될 전망이다. 프링커코리아 관계자는 “뷰티 테크 시장과 타투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미니 템포러리 타투 프린터’를 시작으로 대기업이 유사 콘셉트 제품 개발에 착수하는 등 관련 시장이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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