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정상 규모로 오프라인 개최
국내외 정상급 아티스트 32개팀 참가
온라인선 ‘메타버스 콘텐츠’도 선보여
재즈미어 혼 ‘스캣’ 창법에 객석 환호성
시티팝 거장 김현철, 첫날 피날레 열창
관객 “페스티벌 분위기 너무 아름다워”
“진짜 날씨 너무 좋죠? 이렇게 좋은 가을밤, 좋아하는 사람과 밤을 보낼 수 있어서 좋죠? 저도 좋습니다.”(김현철)

가을을 대표하는 음악 축제인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Jarasum Jazz Festival) 19번째 무대가 1∼3일 가평 자라섬과 가평읍 일대에서 펼쳐졌다.
올해 페스티벌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이후 중단됐던 오프라인 공연이 3년 만에 정상 규모로 개최됐다. 자라섬 일대를 비롯해 가평읍 내 가평 잣 고을 광장 재즈 큐브와 음악역 1939 시네마 스테이지 등에서는 재즈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과 볼거리, 먹거리를 즐길 수 있었다. 온라인(네이버ZEP)에서는 XR공연과 백스테이지 현장을 보여주는 메타버스 콘텐츠를 선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최 측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주 공연 무대에는 국내는 물론 정상급 해외 아티스트 32개 팀이 참여해 다양한 음악을 들려줬다.
지난 1일 페스티벌 첫날 현장은 오랜만에 찾아온 야외 음악 축제를 즐기려는 열기가 뜨거웠다. 메인 무대인 재즈 아일랜드와 서브 무대인 페스티벌 라운지가 설치된 자라섬은 페스티벌을 찾은 관람객들로 가득 찼다. 동호회원 7명과 함께 온 대한민국 ROTC 중앙회 합창단 신연식(60) 단장은 “오랜만의 대면 페스티벌이라는 소식에 회원들과 아침 일찍 출발해 함께 왔다”며 “노래도 좋고, 가을 정취도 좋고, 사람들도 좋고 다 좋다”고 말했다.
무료 무대인 페스티벌 라운지가 설치된 서도에는 페스티벌을 찾은 관람객부터 근처에 관광하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날 이곳에서는 낮 12시30분 ‘겨울에서봄’을 시작으로 오후 1시30분 ‘조해인 퀸텟’, 오후 2시30분 ‘숨라’, 오후 3시30분 ‘이지혜 트리오’가 각각 50분 동안 공연을 펼쳤다.
이후 오후 4시30분, 관람객들은 유료 무대인 재즈 아일랜드가 설치된 중도로 걸음을 옮겼다. 축제 개막을 알리는 포문은 하드피아노의 화려한 연주로 열렸다. 이어 남아프리카 재즈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은두두조 마카티니가 트리오를 구성해 국내에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남아프리카 재즈를 들려줬다.

재즈의 정수가 가득한 무대가 그 뒤를 이었다. ‘현재 우리 세대가 보유한 가장 흥미로운 재즈 보컬리스트’라고 뉴욕타임스 극찬을 받은 보컬리스트 재즈미어 혼이 국내 팬을 만났다. 재즈를 상징하는 연주 기법인 잼(즉흥연주)이 풍성한 공연이었다. ‘프리 유어 마인드(Free your mind)’, ‘이스트 오브 더 선(East of the sun)’ 등을 떠오르는 대로 즉흥적으로 의미 없는 단어와 소리로 노래하는 창법인 스캣(Scat)으로 들려줬다. 반주를 맡은 밴드 역시 즉흥연주로 재즈미어 혼과 소통하며 자유로운 영혼이어야 가능한 재즈 연주의 정수를 보여줬다. 관람객들은 이해할 수 없는 가사에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독특한 매력에 빠지면서 그의 노래에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그때마다 재즈미어 혼은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를 한국말로 하면서 반응을 이끌었다. 아내 현영자(63)씨와 함께 처음 재즈 페스티벌을 찾았다는 이세진(70)씨는 “젊은 사람들이 자주 가는 페스티벌 같아서 참석이 두려웠지만,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가봐야 한다는 생각에 작년부터 준비했다”며 “재즈가 생소하지만 듣다 보니 매력이 있는 것 같다. 페스티벌 분위기 또한 너무 아름답다”고 말했다.
메인 무대의 마지막은 국내 시티팝 거장 김현철이 꾸몄다. 2019년에 발표한 10집 수록곡 ‘드라이브(Drive)’를 시작으로 ‘오랜만에’, ‘동네’까지 쉼 없이 열창한 그는 “몇 년 전부터 이 무대에 서려고 제작진과 여러 번 이야기를 나눴지만 코로나19로 서지 못했다”며 “올해 무대에 서니 여러분이 많이 와줘서 감격스럽고, 여기에 초대해 줘서 감사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대표곡 ‘춘천 가는 기차’와 ‘까만 치마를 입고’ 등을 불렀다. 관람객들은 그의 등장에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앞 펜스로 모여 그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다. 김현철도 이러한 반응에 원래 준비했던 잔잔한 음악 대신 ‘달의 몰락’ 등 빠른 템포의 노래를 부르면 흥을 돋웠다.

자신의 히트곡들로 1시간여 동안 무대를 선보인 김현철은 “레코드 시대부터 다양하게 (음원) 포맷이 바뀌지만 가수는 노래를 불러야 하는 사람이고 여러분은 그런 음악을 즐겨주면 된다”며 “여러분과 제가 만나는 이 순간은 변함이 없다. 누가 뺏을 수 없는 행복이고, 가로챌 수 없는 기쁨이다. 이 한 공간에서 즐기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행운”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페스티벌은 김현철의 앙코르곡 ‘일생’으로 막을 내렸다.
이튿날 메인 무대는 천재 재즈 신동이라 불리는 조이 알렉산더 트리오, 네 명의 피아니스트가 완벽한 호흡을 펼치는 피아노포르테가 꾸몄다. 3일은 스페인에서 가장 촉망받는 피아니스트 다니엘 가르시아를 비롯해 독일 명가 ECM 레이블의 새로운 주역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이스라엘 출신 트럼페터 아비샤이 코헨이 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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