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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현실이 된 ‘아마겟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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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27 23:23:38 수정 : 2022-09-27 23: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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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크기의 소행성이 시속 3만5400㎞ 속도로 지구를 향해 맹렬히 돌진한다. 충돌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18일.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소행성에 구멍을 뚫어 핵탄두를 묻은 뒤 폭발시켜 둘로 쪼개 경로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세계 최고 유정 굴착 전문가인 해리 스탬퍼(브루스 윌리스 분)에게 지구의 존망이 달린 작전을 부탁한다. 스탬퍼는 동료들과 함께 천신만고 끝에 계획을 성공시켜 가까스로 지구와의 충돌을 막는다. 1998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아마겟돈’의 줄거리다.

소행성이나 혜성의 지구 충돌은 할리우드 재난 영화의 단골 소재 중 하나다. ‘아마겟돈’보다 2개월 앞서 개봉된 ‘딥 임팩트’는 혜성에 핵폭탄 충돌 공격을 감행해 지구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이 영화 속 얘기만은 아니다. 1908년 6월30일 러시아 시베리아 퉁구스카 지역에 지름 50m급 소행성이 떨어져 폭발했다. 서울시 면적의 3.5배에 이르는 지역이 초토화했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1000개가 폭발하는 것과 맞먹는 충격이었다.

나사가 지구에서 약 1100만㎞ 떨어져 있는 소행성에 무인 우주선을 고의로 충돌시켜 소행성 궤도를 바꾸는 인류 최초의 ‘지구 방위 실험’에 성공했다. 나사는 어제 “지난해 11월 쏘아올린 ‘다트(DART) 우주선’이 목표 소행성 디모르포스와 충돌했다”고 밝혔다. 다트는 소행성 충돌 위험이 있을 때 지구를 지킨다는 취지로 시작된 ‘쌍(雙)소행성 궤도 수정 시험(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프로젝트다. 나사는 ‘아마겟돈’에서처럼 핵폭탄으로 소행성을 폭파하는 것보다는 우주선 충돌을 통해 궤도를 바꾸는 게 더 효과적이고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고의 충돌은 이번 실험의 첫 단계일뿐 최종 성공은 아니다. 소행성 궤도가 바뀌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의 방향을 충돌로 바꿀 수 있음이 입증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잠재적 소행성 충돌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영화에서나 봤던 이야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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