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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선환물 매도 지원 등 1400원 넘은 환율 진정 총력전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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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26 07:00:00 수정 : 2022-09-25 20: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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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40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을 진정시키기 위해 활용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고환율로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조선사의 선물환매도를 적극 지원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리고, 7000억달러 넘게 보유 중인 대외순자산의 해외 투자 속도를 늦추거나 국내 투자로의 ‘유턴’을 유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이은 자이언트 스텝 여파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말에 8% 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와 정치권이 금융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각종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다중채무자 등을 중심으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대환 대출 프로그램 신청·접수가 오는 30일 시작된다.

지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이날 거래를 마감한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조선사 선물환매도 도와줘 환율 하락 유도

 

25일 기재부에 따르면 조선사들은 미래 환율 하락에 대비해 달러를 미리 파는 선물환매도를 통해 환율 리스크를 회피하고 있다. 예컨대 선박 수주 당시 환율이 1달러당 1200원이었지만 추후에 대금을 수령할 때 1달러당 1180원으로 환율이 하락할 경우, 조선사 입장에서 달러당 20원의 환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선물환매도를 할 유인이 생긴다. 조선사의 선물환 주문에 따라 은행이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를 차입하고 외환시장에 달러를 매도하면 시중에 달러 공급이 늘어 환율이 하락하는 효과가 생긴다.

 

그런데 최근 선박수주 확대로 조선사 선물환매도가 늘었지만 급격한 환율상승(원화가치 하락)으로 은행의 신용한도가 줄어드는 상황이 생겼다. 은행은 개별 조선사와 외화 대출 보증 등에 신용한도를 설정하는데 달러 강세에 원화환산 금액이 증가하면서 일시적으로 신용한도가 소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기존 거래은행의 선물환매입 한도의 확대를 유도하고, 부족한 부분은 수출입은행을 통해 신용한도를 확대해 흡수키로 했다. 또 시중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의 여력이 부족할 경우, 외환당국이 직접 선물환을 매입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조선업계의 외화수급도 도와주고 환율도 안정시키는 등 정책 개입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연말까지 80억달러 규모의 조선사 선물환매도 물량이 국내 외환시장에 추가적인 달러 공급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올해 2분기 기준 2조1235억달러에 달하는 대외금융자산을 국내로 환류하는 방안도 정부는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대외금융자산에서 대외금융부채(1조3794억달러)를 뺀 7441억달러 규모의 순대외금융자산이 국내로 돌아올 수 있도록 투자자에게 금융·세제 등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기획재정부 제공

◆추경호 “과도하게 불안할 필요 없어”

 

정부는 현재 외환시장 상황이 과거 위기 때와 다르다며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선물환매도 수요를 시중은행·국책은행이 소화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하고, 외환당국이 갖고 있는 외평기금(외국환평형기금)도 활용하는 등 시중에 달러 공급을 확대하는 조치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에는 우리나라 환율이 주요 통화국을 이탈해 급등했는데, 이번에는 주요국 통화와 약세 현상이 거의 비슷하다”면서 “IMF 위기 때는 외환보유고가 거의 바닥 수준이었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2000억불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4300억불로 세계 9위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당시에는) 순대외자산이 없어서 순부채국이었지만 (지금은) 대외자산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다만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 불안양상이 증폭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시장안정조치를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추 부총리는 한·미 통화스와프(달러와 원화 맞교환) 체결과 관련해 미국과 논의는 하고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환율 오름 자체가 문제가 안 된다는 게 아니고 대응할 수 있는 대외건전성 장치들을 한국이 굉장히 탄탄히 갖고 있기 때문에 (한·미가) 유동성 공급 장치를 활용하자고 한 것”이라면서 “미국도 상황을 좀 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가 4.38~6.829%까지 오르면서 7% 돌파를 앞두고 있다. 사진은 25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의 모습. 뉴시스

◆美 3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주담대 금리 8% 넘나

 

최근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상단이 7%에 근접하면서 연말에는 8%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3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연말까지 고강도 긴축이 예고되면서 주담대 금리산출의 기준이 되는 채권금리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 등 차주들의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지난 23일 기준 연 4.380∼6.829% 수준이다. 약 두 달 전인 7월 16일(4.210∼6.123%)과 비교해 상단이 0.706%포인트, 하단이 0.170%포인트 뛰었다. 이는 같은 기간 주담대 혼합형 금리의 지표로 주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3.642%에서 4.795%로 1.153%포인트 급등했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채를 포함한 채권시장 금리는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11월 미국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이 예상되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도 다음달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미국과 한국의 긴축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졌기 때문이다.

 

한은이 올해 남은 10월,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75∼1.00%포인트 올리면,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상승 폭만큼만 높아져도 8%에 근접해진다. 만약 시중은행의 주담대 최고 금리가 8%대에 이르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후 거의 14년 만의 일이다.

 

주담대 혼합형 금리는 일부 은행에서 지난 6월 잠시 7%를 넘어섰다가 채권금리 진정과 은행들의 예대금리차 축소 노력 등으로 6%대 초반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1∼2주 사이 급등해 다시 7%에 가까워졌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대출자들의 상환 부담이 커지면 전체 금융 시스템의 부실은 물론 소비 위축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마저 나올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 모두 1757조9000억원, 변동금리 비중은 78.1%에 이른다. 은행 외 금융기관의 변동금리 비중이 같다고 가정하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고 대출금리가 그만큼만 올라도 산술적으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3조4323억원(1757조9000억원×78.1%×0.25%) 늘어난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 폭 전망(0.75∼1.00%포인트)을 고려하면, 올 연말까지 추가로 이자가 10조2969억원(3조4323억원×3)에서 13조7292억원(3조4323억원×4)까지 급증할 수 있다.

지난 19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를 찾아 안심전환대출 신청 및 접수 현황과 향후계획을 점검하고 현장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자영업자·소상공인 대환대출 30일부터 신청

 

금융당국이 연 7% 이상의 고금리를 이용 중인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대환 대출 프로그램 신청·접수가 오는 30일 시작된다. 또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채무조정을 위한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도 내달 4일부터 시행된다.

 

금융위원회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금융부담을 낮추기 위해 8조5000억원 규모의 대환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25일 밝혔다.

 

신청·접수는 KB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NH농협·수협·부산·대구·광주·경남·전북·제주·토스 등 14개 은행의 모바일 앱과 은행 창구를 통해 가능하다.

 

지원대상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정상차주로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 소기업으로, 금융권에서 받은 설비·운전 자금 등 사업자 대출이면서 대환 신청 시점에 금리 7% 이상인 경우다. 코로나 피해로 보기 어려운 도박·사행성 관련 업종, 유흥주점, 부동산 임대·매매, 금융, 법무, 회계, 세무, 보건 등 업종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사업자별 대환 한도는 개인사업자 5000만원, 법인 소기업 1억원이다. 한도 내에서 여러 건의 고금리 대출을 대환할 수 있다. 금리와 보증료는 최대 6.5%로 실제 적용받는 금리는 대출자의 신용도에 따라 각각 다르다. 중도 상환 수수료는 전액 면제되며 총 5년간 2년 거치 후 3년간 분할 상환 방식이 적용된다.

 

금융위는 신청·접수과정에서 불편함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시행 초기 한 달간 사업자번호 끝자리를 기준으로 5부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대환 신청 접수 후 실제 대환대출까지는 2주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25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4차 고위당정협의회. 연합뉴스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날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이달 종료될 예정이던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의 만기 연장과 상환유예를 해주는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관련 국회 브리핑에서 “지난 3월의 만기연장조치가 9월에 종료되더라도 이들 자영업자·중소기업 등이 충분한 영업정상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만기연장과 상환 유예를 해주는 연착륙 방안을 10월부터 시행하는 한편,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조정을 위한 30조원 규모의 새 출발 기금도 10월4일부터 차질 없이 시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코로나19에 이은 금리 인상기에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노력이 진행 중이지만,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윤창현 의원(국민의힘)이 나이스평가정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개인사업자)가 전체 금융권에서 빌린 기업대출 잔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688조원으로 집계됐다. 6개월 전인 지난해 말(637조원) 대비 8.0%, 1년 전(596조원) 대비 15.6% 늘어난 규모다. 특히 자영업자 중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서 대출)는 41만4964명으로 지난해 말(28만6839명) 대비 44.7% 증가했다. 이들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이 4억6992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사진=뉴스1

◆주가조작 등 적발 시 최대 10년간 거래 제한

 

시세조종을 비롯한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최대 10년간 금융투자상품 거래를 제한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행위자에 대해 일정 기간 금융투자상품 거래 및 계좌개설, 상장회사에서의 임원 선임 제한 조치 등 제재를 하는 내용을 골자로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25일 밝혔다.

 

금융위는 “다수 투자자에 피해를 주고 시장 신뢰를 저해하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제재 수단을 다양화하고 대응 역량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금융위는 미공개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3대 불공정거래행위와 같이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규율을 위반한 자를 대상으로 증권,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 신규 거래 및 계좌개설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제한 대상 거래에는 지인 명의의 계좌를 활용한 차명 거래나 주식 대여·차입이 모두 포함된다. 대주 상환을 위한 매수, 이미 보유한 상품의 매도,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간접투자 등의 거래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규율 위반자가 상장사 또는 금융회사 임원이 되지 못하도록 선임을 제한하고, 이미 임원으로 재직 중이면 임원 직위가 상실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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