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소수민족 위주 전장 투입”
러 탈출러시… 국경 5㎞ 차량행렬
獨·EU “러 탈영병 망명신청 가능”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 보낼 예비군을 당초 발표와 달리 최대 100만명까지 징집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쟁 장기화와 전면전 확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은 러시아군의 예비군을 대상으로 한 부분적 동원령이 발동된 지 하루 만인 22일(현지시간) 각지에서 징집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러시아 내 군사동원센터에서 출발하는 남성들을 향해 눈물을 흘리며 작별 인사를 하는 가족 모습이 담긴 영상이 다수 등장했다. AP통신은 트위터에 올라온 한 동영상을 토대로 동부 시베리아 도시 네륜그리의 종합운동장 건물에서 동원소집 대상 남성들이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장면을 전했다. BBC 기자가 SNS에 올린 또 다른 동영상에서는 한 아기가 “아빠 안녕! 꼭 돌아오세요”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가디언은 러시아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대도시에 거주하는 예비군 대신 시베리아 동부 등에 사는 소수민족을 전장에 투입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반정부 매체인 노바야가제타는 “실제 전쟁에 동원되는 예비군은 정부가 밝힌 30만명이 아닌 최대 100만명”이라고 주장했고 크레믈궁은 즉각 이를 부인했다.
동원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7개월 만에 동북부 하르키우를 우크라이나에 내주는 등 전세가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궁지에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전면전으로 확전해 자국에서 정치적 주도권을 다시 강화하려는 시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동원소집을 회피하기 위한 ‘러시아 엑소더스(탈출)’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BBC는 이날 러시아-조지아 국경의 베르흐니 라르스 국경검문소에 5㎞에 이르는 차량 대기 행렬이 형성됐다는 현지 목격자 발언을 전했다. 조지아는 러시아인이 무비자로 국경을 넘을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조지아로 도망치려는 사람들의 텔레그램 계정 회원 수가 하루 만에 7만5000여명에 달했다고 소개했다.
독일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 탈영병의 망명신청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마르코 부슈만 독일 법무장관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푸틴의 길을 증오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이라면 독일은 환영한다”고 말했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도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존탁스차이퉁에 “해당자는 EU에서 망명신청을 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EU는 다음달 8일 정상회의 때 8차 대러 제재도 추진하기로 했다. 8차 제재 패키지의 핵심은 러시아산 석유가격 상한제와 민간 첨단기술 등에 대한 추가적인 수출통제 등이 될 전망이다. 다만, 대형 유조선단을 운영하는 그리스와 그간 친러 행보를 지속한 헝가리 등의 반발이 변수로 꼽힌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밖에도 중국과 인도 등 전후 러시아산 원유 최대 구매자들이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격상한제가 효과를 낼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맞붙었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안보리 회의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세계 평화 유지가 근간인) 유엔 헌장에 대한 완전한 경멸을 보였다”고 푸틴 대통령을 직격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우크라이나 편을 드는 서방의 태도를 비난하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자식(a son of a bitch)’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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