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다음에는 성과나 진전 가지고 오겠죠”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미국 뉴욕에서 약식회담을 가진 것에 대해 일본 측 회담 참석자가 “아무 성과가 없는 가운데 만나고 싶다고 하니, 이쪽은 만나지 않아도 되는데 만났다. 한국은 일본에 빚을 졌다. 당연히 다음에는 성과나 진전을 가지고 오겠죠”라고 말했다.
2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측 회담 참석자가 이같이 언급했다. 아사히신문은 한일 정상 간 회담이 성사된 배경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기시다 총리 주변에 따르면 한국 정부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요청이 여러 번 있었다.
일본 측이 “이 시간, 장소 밖에는 안 되는데 그래도 온다면”이라고 전달하니 윤 대통령은 일본이 정한 일시와 장소로 이동했다는 게 아사히신문의 보도 내용이다.
아사히신문은 회담을 둘러싼 한일갈등이 지난15일 시작됐다고 했다. 한국 대통령실이 회담 개최에 합의했다고 발표하자 일본 측이 일방적 발표라며 강하게 반발했다는 것이다.
한국 측 일방적 발표에 기시다 총리는 주변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결정되지 않은 소리 하지 말라는 거지. 역으로 만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 측근은 “총리가 열 받았다. ‘정말로 만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회담은 성사됐는데 일본 측은 간담회라고 한 반면 우리 측은 약식이지만 회담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아사히신문은 “배석자들에게 따르면 불퉁한 표정으로 입을 닫은 (기시다) 총리 앞에서 윤 대통령은 열심히 말을 계속했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한일 간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문제에서 진전은 없었다”며 “양국 정부의 발표에도 한일 관계에 진전을 보인 흔적은 없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주변에 “저쪽도 의욕은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는 (외교)솜씨를 보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사히 신문은 이같은 기시다 총리의 반응에 대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이 독도 주변 해양조사를 실시해 자민당 보수파가 반발한 점, 기시다 내각이 한국 측과 타협했다고 알려지면 보수파 지지를 잃을 우려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분석했다.
그럼에도 회담이 진행된 것에는 “관계 개선을 바라는 한국 측의 자세를 일본 정부가 일정 정도 평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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