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명 중 1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숨은 감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자연감염에 의한 항체보유율은 97%에 달했다.
23일 질병관리청과 국립보건연구원은 지난달 8일부터 지난 6일까지 만 5세 이상 9959명을 대상으로 검체를 수집해 분석한 ‘지역사회 기반 대표 표본 코로나19 항체양성률 조사(1차)’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S(spike)·N(nucleoprotein) 항원과 결합하는 항체보유 여부를 확인했다. N항체는 자연감염으로 얻을 수 있고, S항체는 감염과 백신 접종으로 생긴다.

데이터 적합성 확인 중인 58명을 제외한 9901명의 항체양성률을 분석한 결과, 자연감염에 의한 항체양성률이 57.65%로 조사됐다. 지난 7월30일 기준 우리나라 인구의 38.15%인 1970만2000여명이 누적 확진자로 집계됐다. 이를 고려하면 감염됐지만 확진자로 집계되지 않은 사람이 전체 인구의 19.5%로 추정된다. 우리 국민의 97.38%는 자연감염과 백신 접종으로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 높은 항체양성률이 올해 초 오미크론 유행 이후 코로나19 사망률과 중증화율을 낮춘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항체는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하는 데다 새 변이가 출현할 때마다 항체 지속기간이 점점 짧아진다”며 “고령층과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은 항체가 형성되더라도 낮은 수준이고 더 빨리 감소한다”고 추가접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연감염에 의한 항체양성률은 연령·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자연감염 항체양성률은 5∼9세(79.76%)와 10∼19세(70.57%) 등 소아·청소년층에서 높았고 80세 이상(32.19%)과 70∼79세(43.11%) 등 고연령층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저연령층일수록 사회 활동이 활발해 대면 접촉이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백신 접종으로 얻은 항체를 포함한 전체 항체양성률은 5∼9세(79.55%)가 가장 낮았고, 이어 10∼19세(90.63%) 순이었다. 그 외 연령층에서는 항체양성률이 98∼99% 정도였다. 고령층의 경우 추가접종을 포함해 백신 접종률이 높았지만 소아의 경우 백신 접종 대상으로 뒤늦게 확대됐고, 접종률도 낮은 점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를 보면 소아는 대부분 자연감염에 의한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확진 감염률은 50대가 27.62%로 가장 높았고, 이어 40대(24.83%)가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연구를 총괄한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4050대는 경제 활동이 (활발한 인구)이고 가정을 책임지는 그룹이라는 점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별로 보면, 자연감염 항체양성률은 제주(66.1%)로 가장 높았고, 울산(48.6%)이 가장 낮았다. 지역별 격차에 대해 연구진은 중앙화된 방역 대응으로 인한 지자체 간 격차 가능성과 지역 인구 구조에 따른 차이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봤다.
이번 조사는 최근 오미크론 세부계통 ‘BA.5’가 주도한 ‘6차 유행’을 모두 반영하지는 못했다. 이를 포함하면 자연감염 항체양성률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질병청은 올해 2·3차 조사를 추가로 진행하고 내년부터는 분기별로 조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방역 당국은 이번 조사 결과를 근거로 유행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향후 감염병 대응 전략에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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