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런던시와 협의하고 국민 여론 들어야
최근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동상을 런던 시내 중심가 트라팔가 광장에 세우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돼 눈길을 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집권 보수당 소속 하원의원이자 전직 장관인 존 헤이스는 이날 하원에서 “여왕은 그를 기리는 적절한 국가적 기념비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보기에 트라팔가 광장의 마지막 기둥 위에 동상을 세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덧붙였다. BBC는 하원의원들이 헤이스 의원의 제안을 경청했으며, 광범위한 지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트라팔가 광장은 런던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원래는 영국 왕실의 정원이던 공간이 19세기 초반 광장으로 탈바꿈하며 대중에 개방됐다. 1835년부터는 영국을 침략하려던 프랑스 나폴레옹 황제의 군대를 영국 해군이 격퇴한 트라팔가 해전(1805)의 이름을 따 ‘트라팔가 광장’으로 불리고 있다.
광장에는 트라팔가 해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인 호레이쇼 넬슨(1758∼1805) 제독 기념탑을 중심으로 4개의 기둥이 서 있다. 이 가운데 3개의 기둥은 그 위에 영국 역사상 위인의 동상이 세워져 있으나 헤이스 의원이 말한 ‘마지막 기둥’, 곧 4번째 기둥(Fourth Plinth)은 임자가 없는 상태다.
런던시는 1998년부터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한 현대 작가의 조각품을 일정한 기간 동안 이 4번째 기둥 위에 교대로 전시해왔다. 가장 최근에는 먹음직스러운 아이스크림, 그리고 거기에 붙어 있는 벌레 등을 형상화한 헤더 필립슨 작가의 ‘끝’(The End)이란 작품이 4번째 기둥을 차지하고 대중의 시선을 한몸에 받다가 지난 8월 2년의 전시 기간이 끝나 철거됐다.
여당인 보수당의 페니 모돈트 하원 원내대표는 “헤이스 의원의 제안에 감사드린다”며 “문화부 장관 등과 함께 이 사안을 확실히 추진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왕실 및 런던시와 협의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국민 여론이 중요한 만큼 “이해당사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덧붙였다.

1952년 26세 나이로 왕좌에 오른 엘리자베스 2세는 무려 70년간 재위하고 최근 서거했다. 지난 19일 그의 국장(國葬)이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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