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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학폭… 사이버폭력 31% ‘역대 최고’

입력 : 2022-09-22 18:14:43 수정 : 2022-09-22 18: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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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다변화 등으로 수법 진화
중고거래 앱 통해 가짜명품 강매
3명 중 1명만 주변에 피해 알려

고등학생인 김모양은 중학생 시절 극심한 사이버폭력 피해를 받았다. 김양을 괴롭힌 친구들은 초등학교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이었다. 친구들은 김양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찾아와 욕설을 쏟아냈다. 김양의 SNS에 있는 사진도 허락 없이 가져가 얼굴과 신체를 합성한 허위 영상물(딥페이크)를 제작하기도 했다. 김양은 “고등학교에 온 뒤로는 많이 극복을 하고 있지만, 지난날의 폭력 경험은 여전히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회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중·고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사이버폭력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과 SNS의 발달, 플랫폼의 다변화 등으로 피해 양상도 다양화되고 있는 가운데, 사이버폭력 방지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학교폭력 예방 및 치유 활동을 하는 푸른나무재단이 지난해 12월부터 약 2개월 동안 전국 초·중·고 학생 6004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학교폭력 피해를 봤다고 응답한 학생은 전체 7%(420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이버폭력을 당했다’고 한 비율은 31.6%로, 언어폭력(19.2%)∙따돌림(11.9%) 등에 비해 크게 높았다. 지난 2010년 재단이 사이버폭력 조사를 시작한 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학생은 △2018년 4.2% △2019년 5.3% △2020년 16.3%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이버폭력이 이처럼 급증한 이유로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촉진을 비롯해 그만큼 학생들이 디지털에 친숙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선희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은 “청소년들은 미디어에 굉장히 많이 노출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인식하는 비율이 90%를 넘을 만큼 청소년들은 디지털에 친숙하면서 의존도가 높다. 실제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것들을 피부로 더 느끼고,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사이버폭력의 모습도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재단의 상담 사례에 따르면 SNS, 랜덤채팅, 배달서비스, 중고거래 등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대다수의 디지털 플랫폼에서 사이버폭력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군은 지난달 자신이 시키지도 않았던 배달 음식이 집으로 다량으로 왔다. 평소 A군을 괴롭히던 친구들이 배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대면 결제’로 음식을 시켰던 것이다. A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1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결제할 수밖에 없었다. 이 외에도 전동킥보드, 공유자전거 등을 공유형 교통수단 앱으로 다른 학생에게 결제를 강요하거나, 중고거래 앱을 통해 가짜 명품을 강매하는 사례도 있었다.

 

문제는 피해 학생들이 쉽사리 누군가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찰학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청소년은 3명 중 1명(32%)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친구 등 주변에 알린 경우로, 경찰이나 상담센터에 신고한 피해 학생은 1.3%뿐이었다. 연구진은 “청소년 사이버폭력의 피해 보고율이 일반적인 청소년 범죄 피해 보고율보다 현저히 낮다. 피해 발굴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청소년 사이버폭력 피해자의 도움 요청 행위가 또래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또래 상담 혹은 정보교환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익 푸른나무재단 사무총장은 “사이버폭력의 경우 피해 증거가 모호하거나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 피해자 보호 조치가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신고접수 및 조사와 별도로 전문기관의 확충, 피해 회복을 위한 디지털 피해기록 삭제, 일상회복을 위한 치료 및 교육제공 등 사이버폭력 피해 보호 조치의 기준을 마련하고 신속한 피해 구호를 위한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이 사무총장은 “학생들의 안전한 사이버 환경 조성을 위한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사회적 책무에 대한 논의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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