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미국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사적 발언’ 논란에 ‘윤리위원회를 열어야겠다’고 논평했다. 전날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조문 취소 및 조문록 작성 논란에는 “대체 뭐가 문제인지”라고 윤 대통령을 감쌌던 것과는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진 교수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이 정도면 역대급 대형사고”라고 이날 논란을 지적했다.
이어 “이 XX, 저 XX…. 윤리위 열어야겠네”라고 적었다.
여기서 ‘이 XX, 저 XX’는 지난 13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나를) 이 새끼, 저 새끼라고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뛴 제 쓰린 마음…”이라고 언급한 것을 상기시킨다.
진 교수는 앞서 윤 대통령이 영국 여왕 조문을 취소하고 다음날 조문록을 작성해 야권이 맹공하자 21일 “조문록 오늘 쓰든 내일 쓰든 무슨 문제고 큰 결례인가”라고 윤 대통령을 옹호했다.
하지만 이날은 태도를 바꿔 ‘역대급 대형사고’라며 윤 대통령의 발언을 저격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에 초대돼 글로벌펀드 관련 연설을 했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각국 정상들과 단체사진을 찍으며 바이든 대통령과 48초가량 대화를 나눴다.
이후 윤 대통령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함께 행사장을 나서며 “국회에서 이 XX(사람)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또는 날리면) X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들리는 듯한 표현을 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이날 MBC 뉴스, KBS 뉴스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 그대로 담겼다.
이에 대통령실은 애초 “사적 발언을 외교적 성과로 연결시키는 것은 대단히 적절치 않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김은혜 홍보수석비서관은 22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 마련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시 한 번 들어봐 달라”며 “‘(한국)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여기서 미국 이야기가 나올 리가 없고, ‘바이든’이라는 말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며 “거짓으로 동맹을 이간하는 것이야말로 국익 자해행위”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윤 대통령은 (회의 연설에서) 자유와 연대를 위한 국제사회의 책임을 이행하고자 하는 정부의 기조를 발표했다”며 “그러나 예산 심의권을 장악하고 있는 거야(野)가 기조를 꺾고 국제사회를 향한 최소한의 책임 이행을 거부하면 나라의 면이 서지 않을 수 있단 우려를 박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박 장관은 야당을 잘 설득해 예산을 통과시키겠다고 답변했다”며 “윤 대통령 발언에 이어 ‘우리 국회에서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박 장관의 말은 영상에 담겨 있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이제 대한민국은 하루아침에 70년 가까이 함께한 동맹국가를 조롱하는 나라로 전락했다”며 “순방 외교는 국익을 위해서 상대국과 총칼 없는 전쟁을 치르는 곳이나 한발 더 내딛기도 전에 짜깁기와 왜곡으로 발목을 꺾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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