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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유엔의 적' 독일, '유엔 대주주' 러시아를 꾸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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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21 18:00:00 수정 : 2022-09-21 17: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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숄츠 총리, 총회 연설 도중 '유엔 헌장' 꺼내들어
"유엔이 만든 규칙을 유엔 창설 회원국이 위반"
'우크라가 이길 때까지 무기 지원' 방침 공식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유엔 총회에서 77년 전인 1945년 발효한 ‘유엔 헌장’ 책자를 들어 보이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그리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유엔 창설 당시 ‘유엔의 적(敵)’이었던 독일이 유엔 창설의 주역이자 그 ‘최대 주주’ 중 하나인 러시아를 꾸짖고 훈계하는 역설적인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연설을 듣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숄츠 총리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제77차 유엔 총회에 참석해 연설을 했다. dpa 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푸틴은 그가 이번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때에야 비로소 전쟁을 그만두고 제국주의적 야망을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강력한 대(對)러시아 경제제재를 지속하는 것은 물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에도 한층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숄츠 총리는 푸틴을 겨냥해 “그는 우크라이나를 파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나라도 망치고 있다”고 성토했다.

 

유엔은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당시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추축국과 싸운 나라들을 중심으로 창설을 논의하다가 종전 후인 1945년 10월 공식 출범했다. 전쟁 당시 연합국을 형성했던 미국, 영국, 소련(현 러시아), 중국, 그리고 프랑스 5대 강대국에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맡겨 국제분쟁을 해결하고 평화를 유지하도록 한 점이 핵심이다. 유엔 체제 아래에서 남의 나라 영토를 빼앗기 위한 침략전쟁은 ‘범죄’로 여겨지며,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을 주축으로 연합군을 결성해 이를 격퇴해야 한다. 

 

원래 유엔의 성격이 이렇다 보니 지금도 유엔 헌장엔 ‘적국’(enemy state)이란 표현이 남아 있다. 2차대전 당시 연합국의 적이었던 독일, 일본 등을 지칭한다. 헌장 채택 후 70여년이 지나고 그 사이 독일과 일본도 유엔 회원국이 되었지만 그대로다.

 

이 점을 의식한 듯 숄츠 총리는 연설 도중 준비한 유엔 헌장 책자를 꺼내들었다. 그는 단호한 표정으로 “우리 세계에는 명확한 규칙이 있고 그건 바로 우리, 유엔이 함께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헌장은 우리 모두에게 자유와 평화로운 공존을 약속한다”며 “규칙 없는 세계를 거부하겠다는 우리 모두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 바로 이 헌장”이라고 덧붙였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해 연설하던 도중 단호한 표정으로 ‘유엔 헌장’ 책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정작 유엔이 만들어지고 그 헌장이 채택될 당시엔 유엔 회원국은커녕 ‘유엔의 적’으로 취급된 독일조차 헌장을 준수하는데, 유엔 창설 및 헌장 채택을 주도한 것은 물론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의 일원으로 침략전쟁을 막아야 할 러시아가 되레 헌장을 어기고 불법을 저지르는 기막힌 현실을 지적한 셈이다. 실제로 숄츠 총리는 세계 각국 대표를 향해 “유엔 창설 회원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며 핵보유국이기도 한 나라가 폭력을 통해 국경을 바꾸려 할 때 우리는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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