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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피해 상담은 1만 건, 보호시설 입소는 달랑 ‘8명’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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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22 06:20:00 수정 : 2022-09-22 08:5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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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2022년 6월 보호시설 입소 피해자 8명
긴급피난처 전국 18곳…오래 머물기 어렵다는 한계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여성가족부 지원 시설에서 1만 건 가까운 스토킹 피해 관련 상담이 진행됐지만, 보호시설에 입소한 피해자는 8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제정 후 스토킹 피해자도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에 머무르며 지원받을 수 있게 됐지만, 이용률이 턱없이 낮다. 스토킹 범죄 특성에 맞는 전담시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법적 근거를 담은 ‘스토킹피해자 보호법’은 국회에 표류하다가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뒤늦게 논의 대상에 올려졌다.

 

21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4∼12월)와 올해 6월까지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에 입소한 스토킹 피해자는 각각 1명, 7명이다.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에 입소한 스토킹 피해자는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토킹 피해자는 기존에 ‘여성긴급전화 1366센터’의 ‘긴급피난처’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긴급피난처는 전국에 18곳밖에 없고, 임시보호 시설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오래 머물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2020년 긴급피난처를 이용한 스토킹 피해자는 8명에 그쳤고, 2019년으로 넓혀도 14명에 불과하다. 여가부도 7일 넘게 피난처를 이용하는 피해자의 경우 보호시설로 인도하고 있다.

 

경찰의 임시안전숙소나 검찰청의 피해자 보호시설 등도 스토킹 피해자가 이용할 수 있지만, 임시안전숙소 역시 2∼5일 정도로 보호 기간이 짧고, 숙박시설이나 주택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안전 보장에 한계가 있다. 검찰청 피해자 보호시설은 사건 담당 검사의 요청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긴급 보호가 필요한 스토킹 피해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이에 지난해 4월28일부터 전국의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65곳과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34곳에 스토킹 피해자도 머무르며 지원받을 수 있게 임시조치됐다. 하지만 이용자 수는 저조한 실정이다. 1366센터와 가정폭력·성폭력 상담소에서 지원한 스토킹 피해 상담이 지난해(5353건)와 올해 상반기(4529건·잠정치) 총 9882건에 달한 것과 대조적이다.

 

스토킹 피해자가 필요로 하는 보호체계가 아직 미비한 탓이다. 스토킹 범죄 특성에 맞게 피해자를 보호하는 전담시설도 없어서 피해자들이 가정폭력·성폭력 보호시설에 들어가 있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스토킹에 가정폭력·성폭력 피해가 수반되지 않은 경우 적절한 지원을 못 받을 수 있다”며 “시설 종사자들도 스토킹 피해만 있는 피해자를 지원한 경험이 적어서 지원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호시설에 입소한다는 건 가해자로부터의 안전 확보가 중대한 상황이라는 건데, 스토킹은 범죄 특성상 그런 필요성이 더 크다”며 “보호시설과 경찰 간 긴밀한 연계 등이 마련된 전담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1일 신당역 살해 피의자 전주환이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경찰은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스토킹하던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한 전주환을 검찰로 송치했다. 연합뉴스

긴급피난처와 보호시설이 비공개 시설이기 때문에 입소 뒤 피해자가 일상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점도 낮은 이용률의 배경이다. 가정폭력 보호시설의 경우 위치 추적 등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설에 따라 휴대전화 사용이나 외출 등이 제한된다. 보호시설에 오래 머물면서 일을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여가부는 내년 4월부터 스토킹 피해자가 현재의 거주지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주거지원을 시범 운영한다. 경찰과 1366센터 간 연계를 강화한 ‘긴급임시숙소’와 임대주택을 활용한 주거 지원이 권역별로 전국에 5곳씩 운영된다.

 

국가와 지자체에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지원하는 의무를 담은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제정도 시급한 사안이다. 지난 4월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살인사건이 터진 뒤인 지난 16일에서야 국회 심사가 시작됐다. 김 연구위원은 “스토킹 피해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폭넓게 논의돼야 한다”면서도 “피해자가 시설로 가기 전에 가해자에 대한 제재, 피해자 보호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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