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31)이 “피해자 고소로 인해 재판을 받게 됐고, 9년이라는 중형이 구형된 데에 원망에 사무쳐서 범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서울 중부경찰서는 사건 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을 통해 “전주환이 불법촬영과 스토킹 등 혐의로 징역을 구형받은 지난달 18일 이후로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주환은 피해자를 불법촬영하고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 밤 신당역 여자화장실을 순찰하던 피해자를 뒤따라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전주환이 범행 당일 증산역과 구산역 역무실에서 피해자의 집 주소를 확인하고 찾아갔지만 피해자를 만나지 못하자, 피해자가 근무하고 있던 신당역으로 찾아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사이코패스 진단평가’로 불리는 PCL-R 검사는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음은 경찰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범행 동기는 어떻게 조사됐나. 언제부터 범행을 계획했나.
“피의자는 ‘피해자 고소로 인해 재판을 받게 됐고, 9년이라는 중형이 구형된 데에 원망에 사무쳐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수사 결과로도 그렇게 보여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스토킹 처벌법 위반 등으로 징역을 구형받은 지난달 18일 이후로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범행이 계획범죄라는 증거는.
“사전에 피해자의 근무 지역과 시간을 조회해서 근무지를 찾아와서 범행한 점, 샤워 캡과 장갑을 집에서 미리 챙겨온 점, GPS 조작 애플리케이션을 깔아두고 있었던 점 등 계획범죄로 볼 만한 정황이 있었다.”

―피의자가 샤워 캡과 장갑을 준비한 목적은.
“샤워 캡은 피해자와 만나서 마찰이 생길 경우 머리카락이 빠질까봐 우려돼서 썼다고 피의자가 진술하고 있다. 자신을 못 알아보게 하기 위해서 착용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수사과정에서 단편적으로 나온 진술이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머리카락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장갑의 경우 ‘여차하면 사용하려고 생각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GPS 앱은 자신의 위치를 노출하기 싫어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범행 당일 피의자의 동선은.
“피의자는 범행 당일 오후 1시 18분 은행에 자신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려고 갔었으나 찾지 못했다. 오후 2시 10분 귀가한 뒤에 20분 뒤에 다시 외출했다. 오후 2시 50분 증산역에서 피해자 정보를 조회하고, 오후 3시 15분 피해자의 옛 주거지 근처를 2시간 정도 배회했다. 오후 6시쯤 다시 구산역에서 피해자 정보를 조회하고, 이전 주거지를 한 번 더 찾아갔다. 오후 7시쯤 구산역에서 지하철에 승차한 뒤 신당역으로 이동했다.”
―피의자는 어떻게 피해자 근무시간을 조회했나.
“서울교통공사 내부망에 피의자 자신의 아이디로 로그인해서 조회했다. 피의자가 증산역과 구산역에서 직원들에게 ‘다른 역 직원이다. 컴퓨터 좀 사용하겠다’고 말하고 사용했다. 증산역은 피의자 자신의 주거지와 가까운 곳이고, 구산역은 피해자의 이전 주거지와 가까운 곳이다.”

―피해자의 옛 주거지로 찾아간 것은 살해 목적인지.
“범행 당일에 2번 찾아갔고, 나흘에 걸쳐서 총 5번 찾아갔다. 집에 찾아갈 다시 살해에 대한 구체적인 결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단은 만나는 것이 목적이었다. 사과하고 합의를 봐야겠다는 생각과, 여차하면 살해해야겠다는 생각 등 복합적인 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범행 당일 신당역에서도 우발적으로 일어난 범행인지.
“범행 다음날이 선고였기 때문에 ‘오늘은 결판을 내야겠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살해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여자화장실 내부에서 범행을 저질러야겠다고 계획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범행 이후 도주 계획은 없었나.
“구체적인 도주 방법이나 계획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범행 현장에서 잡혀야지 하고 범행을 저지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 장소에서 범행을 저지르면서 완전히 은폐하고 도망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아닌 듯하다. 진술과 CCTV를 봤을 때, 잡힐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고 도망갈 생각이 없었던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피의자가 범행 이전에 휴대폰을 초기화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압수한 휴대폰과 태블릿PC에서는 어떤 내용이 발견됐는지.
“피의자가 이달 5일에 자신의 휴대폰을 초기화한 것은 맞다. 휴대폰에서 범행과 관련된 자료는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초기화와 범행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피의자 본인은 ‘휴대폰이 먹통이 돼서 두어번 정도 초기화했다’고 진술했다. 압수한 휴대폰과 태블릿PC는 아직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굉장히 오래된 모델이고, 심지어 고장 나 있는 것도 있다.”
―경찰 행동분석팀 면담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면담 과정에서 사이코패스 검사로 불리는 ‘PCL-R’ 검사는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사이코패스와 스토킹 범죄는 양립하기 힘들다. 사이코패스는 사회적 관계라는 측면에서 ‘제로’이기 때문에, 관계성 범죄인 스토킹을 범했다고 보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실시하는 성격 검사를 진행했다.”
―수사과정에서 피의자는 어떤 태도를 보였나.
“묻는 말에 정상적으로 답변했다. 진술의 신빙성을 떠나서 조사에 협조적으로 임했다,”

―올해 1월 피해자가 피의자를 스토킹 혐의로 추가 고소했는데, 당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는.
“검토는 했다. 혐의 대부분이 합의를 요구하는 문자 메시지 전송이었고, 실제로 피해자를 찾아간 적은 없었다.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위험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1차 고소 당시 구속영장이 기각됐는데, 당시의 신청 사유와 2차 신청 사유가 달라진 게 없다고 보고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판단했다.”
―지난해 10월 피의자에 대한 수사 사실을 서울교통공사에 통보했을 때, 서울교통공사 측은 피해자가 직원이라는 사실을 인지 못 했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게 정상이라고 본다. 피해자가 누구인지 유추할 수 있을 만한 정보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보내지 않는다. 피해자 소속기관에는 더더욱 통보하지 않고 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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