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국제 규범 강력히 지지”
10대 강국 도약 한국 역할 강조
“백신 등에 3억3000만弗 지원”
美·日과 연쇄 정상회담 예정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오늘날 국제사회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과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인권의 집단적 유린으로 또다시 세계 시민의 자유와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며 “이러한 위협은 유엔과 국제사회가 그동안 축적해온 보편적 국제 규범 체계를 강력히 지지하고 연대함으로써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며 중저소득 국가를 대상으로 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백신 지원 프로젝트인 ‘ACT-A’에 3억달러(약 4178억원)를 지원하고 세계은행의 금융중개기금에 3000만달러(약 418억원)를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제77차 유엔총회에 참석한 185개 정상 가운데 10번째로 연단에 올라 ‘자유와 연대 : 전환기 해법의 모색’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의 주제인 ‘분수령의 시점’은 우리가 직면한 글로벌 위기의 심각성을 대변함과 동시에 유엔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출발점은 우리가 그동안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축적해온 국제 규범 체계와 유엔 시스템을 존중하고 연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앞서 현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메시지는 자유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유엔을 중심으로 연대하자는 제안으로, 경제적·기술적으로 여유가 있는 나라들이 그렇지 못한 나라들을 적극 도와줘야 ‘윈윈’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이 1인당 100달러도 안 되는 나라에서 자유민주적 가치를 실현하고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을 비롯한 자유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세계 국가들이 한국을 믿고 적극적으로 도와줬기 때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그와 같은 좋은 선례를 이 시점에 유엔과 더불어서 실천해 나가자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탈탄소, 디지털 격차를 세계적 도전 과제로 꼽고 대한민국의 역할 확대를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세계 시민의 자유와 국제사회의 번영을 위해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의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ACT-A 이니셔티브에 3억 달러, 세계은행의 금융중개기금에 3000만 달러를 공약하는 등 글로벌 보건 체계 강화를 위한 기여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현 정부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이나 북한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와 인권 문제 등에 대한 언급은 북한에 대한 간접적 메시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21일 이번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도 19일 미국 뉴욕에서 약 55분간 만나 한·일 정상회담,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판결 문제 등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박 장관은 우리 정부와 국내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관련 민관협의회 논의 내용을 정리해 하야시 외무상에게 설명했다. 외교 당국자는 “양국 장관은 한·일 관계의 조속한 복원과 회복, 개선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