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번영 발목 잡는 반목·갈등 해소
유엔 폭넓은 역할과 책임 요구 받아”
11월 서울서 미래감염병 대응 회의
개도국 저탄소에너지 전환 협력 약속
北 무력도발 관련 직접 언급은 없어
尹, 김용 前 세계은행 총재와 오찬 뒤
유엔 사무총장 만나 北 문제 등 논의
‘글로벌 리더 국가로의 도약’.
윤석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자유를 기반으로 한 193개 유엔 회원국 간의 연대를 위기 극복 방안으로 제시하며 유엔 내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한 일환으로 유엔총회 연설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백신 지원 프로젝트인 ‘ACT-A’와 각국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조 대응을 위한 세계은행의 금융중개기금에 한국의 기여분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과거 세계 최빈국에서 반세기 만에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나라로서 다른 나라에 도움을 주는 ‘글로벌 리더 국가’가 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제77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자유와 연대 : 전환기 해법의 모색’을 주제로 한국의 비전을 제시했다. 이번 유엔총회의 주제는 ‘분수령의 시점(Watershed Moment)’이다.
윤 대통령은 “한 국가 내에서 어느 개인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공동체 구성원들이 연대해 그 위협을 제거하고 자유를 지켜야 하듯이, 국제사회에서도 어느 세계 시민이나 국가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국제사회가 연대해 그 자유를 지켜야 한다”며 유엔의 역할 확대를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무엇보다 “유엔과 국제사회가 그동안 축적해온 보편적 국제 규범 체계를 강력히 지지하고 연대함으로써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진정한 자유는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자아를 인간답게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고 진정한 평화는 단지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인류 공동 번영의 발목을 잡는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고 인류가 더 번영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는 것”이라며 “진정한 자유와 평화는 질병과 기아로부터의 자유, 문맹으로부터의 자유, 에너지와 문화의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엔은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유네스코 등을 통해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이제는 더 폭넓은 역할과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유엔 회원국의 연대가 필요한 과제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탈탄소, 디지털 격차 해소를 꼽았다. 윤 대통령은 “팬데믹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협력으로 재정 여건과 기술력이 미흡한 나라에 지원이 더욱 과감하게 이뤄져야 하고, 녹색기술의 선도국가는 탈탄소라는 지구적 과제를 추진함에 있어 신재생 에너지 기술 등을 더 많은 국가들과 공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이러한 협력을 이끌어가는 주요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WHO의 저소득 국가 백신 의료 지원 프로젝트인 ACT-A와 세계은행의 금융 지원 프로그램에 각각 3억달러, 3000만달러를 약속하면서 “대한민국은 팬데믹 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에도 참여 중이며, 오는 11월 미래 감염병 대응을 위한 글로벌 보건 안보 구상(GHSA) 각료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은 글로벌 감염병 대응이라는 인류 공동과제 해결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글로벌펀드에 대한 기여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며 “기후 변화 문제에 관해서도 ‘그린 ODA’(녹색 공적개발원조) 확대와 개발도상국의 저탄소 에너지 전환을 도울 것이며 혁신적 녹색기술을 모든 인류와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한 경고와 국제사회의 협력 촉구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북측 인사들과 조우할 가능성에 대해선 “희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을 마치고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와 오찬을 가진 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만나 북한 문제와 한·유엔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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