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위기·식량 안보 등 복합적 도전
회원국 단결해 참신·변혁적 해법 모색
韓 자유민주주의 가치 실현 역할 강조
팬데믹 공조·백신 기여금 확대도 약속
尹, 김용 前 세계은행 총재와 오찬 뒤
유엔 사무총장 만나 북 문제 등 논의
‘글로벌 리더 국가로의 도약’
윤석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자유를 기반으로 한 193개 유엔 회원국 간의 연대를 위기 극복 방안으로 제시하며 유엔 내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한 일환으로 유엔총회 연설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백신 지원 프로젝트인 ‘ACT-A(Access to COVID-19 Tools Accelerator, 액트 에이)’와 각국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조 대응을 위한 세계은행의 금융중개기금에 한국의 기여분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50여년 전의 세계 최빈국에서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나라로서 이제는 다른 나라에 도움을 주는 ‘글로벌 리더 국가’가 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제77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자유와 연대 : 전환기 해법의 모색’을 주제로 한국의 비전을 제시했다. 이번 유엔총회의 주제는 ‘분수령의 시점(Watershed Moment)’이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팬데믹, 기후위기, 기후변화, 식량 안보, 에너지 안보, 전쟁 등 모든 문제는 서로 연결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번 유엔총회 주제도 그러한 복잡한 도전들에 대한 (회원국들이) 참신하고 변혁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데 맞춰졌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거기에 대한 일종의 답으로 ‘자유와 연대’를 제시했다”며 “다시 말해 자유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유엔 회원국들이 단결, 연대해서 협력해나가야만 근본적이고 변혁적인 해법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근본,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자유, 인권, 법치주의 등 보편적 국제 규범을 강력히 지지하고, 이러한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더 많이 연대해야만 국제 사회의 복잡한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팬데믹 극복, 탈탄소 정책 추진, 디지털 격차 해소에 있어 중·저소득 국가에 대한 지원을 역설했다.
김 실장은 “진정한 자유와 평화는 질병·기아·문맹으로부터의 자유, 에너지·문화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통해서 실현될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은 유엔이 지금까지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나 유네스코 등의 기구를 통해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팬데믹, 탈탄소, 디지털 격차 해소 등에 있어 보다 폭넓은 역할과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고 진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팬데믹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유엔을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협력해 재정 여건과 기술이 미흡한 나라를 보다 과감하게 지원하고, 녹색기술 선도 국가는 탈탄소라는 지구적 과제를 추진함에 있어 신재생에너지 기술 등을 더 많은 국가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라며 “이러한 구조적 격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력·기술력을 가진 나라들이 그렇지 못한 나라들을 도와줘야 하고, 그것은 스스로의 국익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복잡한 도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실현하는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WHO의 저소득 국가 백신 의료 지원 프로젝트인 ACT-A와 세계은행의 금융 지원 프로그램, 개도국의 보건 안전 지원을 위한 글로벌 펀드의 기여분 확대를 약속하기도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한 경고와 국제사회의 협력 등에 대해 강조하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취임 후 첫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를 강조했던 것과 달리, 대한민국을 북한 위협에 시달리는 지정학적 관점으로 소개하지 않은 것이다. 대신 유엔과 전 세계에 기여하는 대한민국의 역할을 강조하며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비전을 내보이는 데 주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을 마치고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와 오찬을 가진 뒤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만나 북한 문제와 한·유엔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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