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실내온도 28도 100% 준수” 발표
절감 효과 등 밝히지 않고 “성공적” 평가
동절기엔 절감 목표 및 계획 제출 요청
정부가 겨울철 에너지 수급 관리를 위해 공공기관에 동절기 에너지 절약에 힘써줄 것을 요청했다. 유럽발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에너지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선도적으로 수요를 관리하자는 취지다. 정부는 올 여름에도 공공기관에 비슷한 주문을 했고, 민간 부문 대상 에너지 절약 사업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효과 분석 등이 뒤따르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정부세종청사 영상회의실에서 200여개 공공기관이 온·오프라인으로 모인 가운데 ‘공공기관 에너지 절약 점검 및 대책 회의’를 열었다. 지난 여름철 진행한 공공기관 에너지 이용 합리화 실태 점검 결과와 글로벌 에너지 수급 상황, 동절기 공공기관 에너지 절약 대책 등을 논의했다. 겨울철 적정 난방온도 준수, 전력 피크 시간대 난방기 순차 운휴 등을 주문하면서 각 기관별 에너지 사용 현황과 동절기 에너지 절감 목표 및 계획을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정부는 지난 여름에도 때 이른 무더위로 전력 수요가 역대 최대 수요를 경신하는 등 전력 수급 우려가 높아지자 ‘여름철 공공기관 에너지 이용 합리화 이행 계획’을 실시했다. 적정 실내온도(28도)를 준수하고 조명·엘리베이터 효율적 이용, 대기전력 저감 등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각 기관은 낮 시간 냉방기 가동 중단, 엘리베이터 운행 조정 등을 실시했다.
산업부는 이날 회의에서 “실태점검 결과 1019개 공공기관 중 점검 대상 280개 기관이 적정 냉방온도(28도)를 100% 준수했으며, 미흡했던 기관도 재점검 결과 시정 조치를 모두 반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에너지 절감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는 집계하지 않았다. 애초에 에너지 절감 목표도 없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동절기는 전체적인 사용량을 줄이는 게 중요한 데 비해 하절기는 피크 시간대 부하를 낮추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여름철 절감 목표를 따로 지정하지 않았다”며 “동절기 에너지 절약 대책이 좀 더 강력한 조치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습관적으로 매년 28도 온도 제한을 하면서 에너지 절감 효과 분석도 없이 ‘공공기관이 하니까 민간도 따라오겠거니’ 기대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방식”이라며 “태양광이 늘며 전력 피크 시간대가 오후 5∼6시로 바뀐 것도 이미 몇 년 됐는데 달라진 에너지 믹스를 생각하지 않고 가장 더운 낮 시간 냉방기 사용 자제를 한다는 것도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7월4일부터 지난달까지 민간 부문의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한 ‘에너지 캐시백’ 참가자도 모집했다. 에너지를 절약한 만큼 현금을 돌려주는 사업이다.
앞서 산업부는 “2∼5월 넉 달간 시범사업을 한 결과 전기차 니로를 1만2200대 완충할 수 있는 779㎿h의 전기를 아꼈다”고 홍보한 바 있다. 6월 발표한 ‘시장원리기반 에너지 수요 효율화 종합 대책’에도 캐시백이 포함됐다. 하지만 산업부 측은 “캐시백 참가자 모집은 끝났지만 몇 세대나 참여하는지는 아직 밝힐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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