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 밝혀
유럽연합(EU)이 가스와 원자력을 녹색에너지에 포함한 데 대해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이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섰다.
환경단체 그린피스, 환경법 관련 단체 클라이언트어스, 세계자연기금 등은 EU 집행위원회에 대해 최근 가스와 원자력을 그린택소노미(Green Taxonomy·지속가능 활동 분류체계)에 포함한 것을 재검토하라고 요청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단체는 앞으로 16∼22주 동안의 재검토 기간에 EU가 가스와 원자력을 녹색에너지에서 제외하지 않으면 이 문제를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정식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가스와 원자력을 모두 문제 삼은 것에 비해 클라이언트어스, 세계자연기금 등은 가스만 문제 삼고 있다. 그린피스의 유럽 지속가능금융캠페인 책임자인 아리아드나 로드리고는 “가스는 환경과 경제에 대혼란을 유발하는 핵심 에너지이며, 원전 폐기물의 방사능 위험성과 원전 사고 위험에 대응할 해결책이 없다는 점 또한 무시하기에는 너무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20년 지속가능한 투자 활동을 명확히 하는 분류체계(그린택소노미)를 마련했다. EU 집행위가 지난 2월 가스와 원자력을 이 범주에 새로 포함하면서 논란이 시작됐으며, 유럽의회가 지난 7월 6일 EU집행위 안을 통과시키면서 확정됐다.
EU는 가스와 원자력에 대한 투자가 녹색투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하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가스 발전 시설은 2030년 말까지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하고, 킬로와트시(㎾h)당 온실가스를 270g 미만 배출하면서 기존 석탄 발전소를 대체해야 한다. 원자력은 2045년 이전에 건설허가를 받되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을 운영하기 위한 세부 계획도 있어야 한다.
녹색투자 관련 논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위기를 겪는 유럽에서 화석연료 억제 노력이 후퇴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커졌다.
FT는 최근 유럽 각국이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용 터미널을 20곳 새로 건설하기로 하는 등 올겨울에만 적어도 500억유로(약 69조5600억원)를 화석연료 시설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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