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환율 급등에 3중고
“금리 3%이하 돼야 설비 투자”
2023년까지 금리인상 지속 예상
대응 마련 기업 10곳 중 2곳뿐
34% “고정금리 전환지원해야”
대구에서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A사는 최근 한국은행 기준 금리가 크게 높아져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해부터 전기차부품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를 진행해 왔는데, 최근 고금리 폭탄을 맞으면서 이자 상환이 버거운 상황이다. A사 관계자는 “이자 상환 부담이 커져서 신규 투자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적용받는 금리가 6% 수준인데, 신규 대출에 대해서는 3% 이하 수준이 돼야 설비 투자를 지속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 조선업체 B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업종 특성상 차입 비중이 높아 저금리 정책자금을 활용하는데 자금 수요에 비해 저금리 대출 한도가 부족한 상황에 처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은행에서 중견기업 대상 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 자금 조달 여건이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 주 기준금리를 또다시 큰 폭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기업 10곳 가운데 6곳이 고금리로 기업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급등한 원자재값과 환율 등에 따른 고비용 경제 구조 속에서 이자 비용 부담까지 커지면서 기업들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근 금리 인상의 영향과 기업의 대응 실태 조사’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대한상의가 지난 2∼8일 국내 제조기업 307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기업이 61.2%에 달했다. 보통이라는 응답 비율은 26.1%, 어려움이 없다는 비율은 12.7%에 그쳤다.

금리 인상에 따른 어려움(복수 응답)으로는 ‘이자 부담에 따른 자금 사정 악화’(67.6%)를 꼽은 기업이 가장 많았다. 이어 ‘설비 투자 지연 및 축소’(29.3%), ‘소비 위축에 따른 영업 실적 부진’(20.7%) 등 순이었다. 영업이익과 생산·운영 비용을 고려할 때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금리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3.00%라고 답한 기업이 41.7%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재 금리 수준인 2.50%를 꼽은 기업도 23.1%에 달했다. 전체 응답 결과의 가중평균값은 2.91%였다.
대한상의는 “현재 기준금리(2.50%) 수준에서도 시중 대출 금리가 5∼6%를 넘어서고 있는데, 기준금리가 3.00%를 넘어서면 시중금리는 7∼8% 이상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런 고금리 상황에서 기업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한 기업은 20.2%에 불과했다. 특히 중소기업은 10곳 중 1곳(10.3%)만이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답했다.
기업들이 마련 중인 대책은 ‘비용 절감 등 비상경영체제 돌입’, ‘고정금리로의 전환’, ‘대출금 상환유예’ 등이었다. 금융 당국에 바라는 지원책으로는 ‘고정금리 전환 지원’(34.9%)을 꼽은 기업이 가장 많았고 ‘상환유예 연장’(23.5%), ‘금리 속도 조절’(22.1%) 등이 뒤를 이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은 “물가와 환율 안정을 위해 선제 통화정책이 불가피하지만, 그 결과가 기업의 부담이 되고 기업 활동 위축으로 이어지는 딜레마 상황” 이라며 “건실한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고비용 경제 상황 극복을 위한 지원 방안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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