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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골든아워’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입력 : 2022-09-20 08:00:00 수정 : 2022-09-19 19: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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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U, 데뷔 14주년 맞아 국내 女가수 첫 잠실 단독 콘서트

8만5000석 티켓 발매 1시간 만에 매진
BTS 슈가 프로듀싱한 ‘에잇’으로 시작
‘밤편지’ ‘너의 의미’ 등 3시간 명곡 떼창
삼단 고음 ‘좋은날’ ‘팔레트’ 이별식도
화려한 연출·빈틈없는 프로그램에 탄성
14년 쌓은 독보적 음악세계 마음껏 펼쳐
“어쩌면 이 무대가 10대 때부터 제가 도전하고 달려온 길의 종착지일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이렇게 큰 무대를 꿈꿔 본 적이 없었는데 여기까지 왔네요. 앞으로 우쭐해하지 않고 좀 더 겸손한 마음으로 오늘을 되새기며 14년 더 가볼게요.” 18일 오후 10시쯤,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가수 아이유(29·본명 이지은)가 데뷔 14주년을 맞아 3년 만에 연 단독 콘서트 ‘더 골든 아워: 오렌지 태양 아래’의 마지막 노래를 부르기 전 4만여 관객을 둘러보며 깊은 감회에 젖었다. 그럴 만도 했다. 2008년 9월 18일 열다섯 나이에 솔로 여성 가수로 데뷔한 지 딱 14년 만에 국내 가요계에 새 역사를 썼기 때문이다.
데뷔 14주년을 맞아 단독 콘서트 ‘더 골든 아워: 오렌지 태양 아래’를 연 아이유.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올림픽주경기장 무대에 선 아이유

아이유는 이번 콘서트로 ‘꿈의 무대’인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무대에 선 첫 우리나라 여자가수가 됐다. 최대 10만명가량 수용할 수 있는 올림픽주경기장은 국내 최대 규모 콘서트장으로 그동안 여성 가수는 2012년 레이디 가가 만이 무대에 섰다.

17∼18일 오후 7시부터 시작한 이번 콘서트는 아이유가 2019년 ‘러브, 포엠(Love, Poem)’ 콘서트 이후 3년 만에 여는 오프라인 단독 공연이다. 이틀간 공연 좌석(약 8만5000석)이 티켓 발매 시작 1시간 만에 초고속으로 매진될 만큼 아이유의 티켓 파워를 입증했다.

공연 타이틀에 걸맞게 황금과 오렌지 빛깔의 석양이 내려앉을 즈음 화려한 무대에 리프트를 타고 등장한 아이유는 역시 공연장 안팎의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BTS 슈가가 프로듀싱하고 피처링에 참여한 2020년 곡 ‘에잇’으로 공연을 시작한 순간 공연장이 떠나갈 듯한 환호가 쏟아졌다. 아이유는 이어 주경기장 중앙으로 길게 뻗은 무대까지 걸어 나와 발랄한 춤을 추면서 ‘셀러브리티(Celebrity)’를 불렀다. 화려한 오프닝 무대를 마친 그는 “정말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게 됐다”고 반갑게 인사한 뒤, “어제보다 오늘의 하늘이 더 예쁘다. 더워서 여러분들이 고생하시겠다 싶었지만, 꼭 석양이 질 때 ‘에잇’을 부르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열기구를 타고 열창중인 아이유의 18일 공연 전경.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유만의 무대와 떼창

공연 도중 아이유는 귀에 착용한 인이어 모니터가 고장이 났지만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레 달아오른 분위기를 끌고갔다. 아이유는 “용기 있게 인이어 없이 노래도 해 봤는데 주경기장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며 “그래도 ‘관객이 함성을 크게 지르는 게 맞구나’ 하고 느끼는 예상치 못한 수확을 얻었다”고 너스레를 떨어 관객들의 엄청난 환호를 끌어냈다.

아이유는 곧바로 “오늘이 데뷔 14주년 기념일인데, 어쩜 완벽하게 데뷔 기념 콘서트도 챙기게 돼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며 “여러분 목소리로 남녀 성비, 참여도를 체크할 수 있는 시간이다. 전주가 나오자마자 뭘 해야 할지 아실 것”이라고 관객들을 들뜨게 했다. 곧바로 서정적인 히트곡 ‘너의 의미’가 흘러나오자 장내 함성은 더욱 커졌다. 아이유가 “이제 여러분 차례 하나, 둘, 셋, 넷” 하자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떼창으로 노래를 이어받았다.

특히 ‘스트로베리 문(Strawberry moon)’ 순서에서 아이유는 열기구를 타고 멀리 떨어진 관객에게 다가가 눈을 맞추며 노래를 불러 탄성을 자아냈다. 그는 “(객석) 2층, 3층 관객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가려 잠실에 ‘달’을 띄워봤다”며 “런스루(Run Through·리허설) 때 비바람을 맞으며 타 너무 무서워서 하지 말까 생각도 했는데 하길 정말 잘했다”고 달처럼 밝게 웃었다.

아이유는 이날 사랑하는 두 곡 ‘팔레트’와 ‘좋은날’을 공연 무대에서 졸업시켜야 할 때가 왔다며 아쉬워할 팬들을 향해 열창으로 달래줬다. 그는 ‘팔레트’에 대해 “제가 스물다섯 살때 이 노래를 작사, 작곡하고 정말 소중하게 가지고 있으면서 불렀던 곡인데 제 인생에 가장 좋았던 스물다섯 살의 지은이에게 남겨두려고 한다”며 “어쩌다보니 (한국 나이로) 서른이 돼서도 그때만큼의 좋은 순간들을 맞이하고 있어 굳이 이 곡을 계속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공연이 끝나고 세트 리스트에서 빼려고 한다”고 말했다.

매끄럽고 시원스럽게 올라가는 ‘3단 고음’이 매력인 ‘좋은날’의 마지막 라이브 무대도 빛났다. 아이유는 “제 가장 큰 히트곡이기도 하고 나의 출세곡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추억이 많은 곡”이라면서도 “앞으로는 정식 세트 리스트에서는 보기 힘들어질 것 같다. 최선을 다해 불러보겠다”고 장내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좋은날’을 마친 뒤 “마지막으로 괜찮았죠?”라고 관객 반응을 물은 아이유는 “이렇게 좋은 날에 정말 ‘좋은 날’ 마지막 공연을 해 진짜 눈물 날 뻔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그러면 계속 부르면 되지 왜 그래’라고 하실 분들이 있을 건데, ‘좋은 날’이 워낙 터지는 곡이기도 하고 (그동안 공연 무대에서) 3단 고음을 한 뒤 퇴장을 한다. ‘좋은날’의 배치가 뻔해지다 보니깐 새로운 세트 리스트 짜기가 어려워졌다”고 작별하기로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좋은날’은 제가 18살 때 불렀던 곡인데, 이제 30살이 됐다. ‘나는야 오빠가 좋은걸’이란 가사가 있는데 이제 오빠도 많이 없어 보이고, 요즘 초등학생은 이 노래를 잘 모른다”고 해 큰 웃음을 자아냈다. 또 “저도 ‘좋은날’을 빼기엔 아쉽고 두렵지만 새로운 세트 리스트로 새롭고 더 재밌는 공연을 하려고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 여러분, 가장 빛났던 순간으로 바로 지금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밤하늘 수놓은 드론쇼

‘라일락’을 끝으로 1·2부 무대를 마치고 스페셜 게스트로 나온 가수 박재범의 무대가 끝나자 아이유는 본인 색깔과 가장 잘 맞는 발라드 곡들로 마지막 3부를 장식했다. 자신의 정체성에 가장 가까운 곡들이라고 한 ‘무릎’과 ‘겨울잠’을 시작으로 25인조 오케스트라 선율에 실은 ‘나만 몰랐던 이야기’, ‘밤편지’ 등 잔잔하고 감성 가득한 발라드가 관객의 귀를 간지럽히고 가슴을 촉촉이 적셨다. ‘시간의 바깥’을 부를 때는 드론 수십 대가 밤하늘을 수놓고 화려한 불꽃이 터져 관객들을 황홀경에 빠지게 했다.

앙코르 무대에서 ‘러브 포엠’과 ‘아이와 나의 바다’를 들려주며 팬들을 위로한 아이유는 청력에 이상이 생겨 어려움을 겪었고 이 때문에 이번 공연 과정에서 걱정이 많았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그는 “심각한 것은 아닌데 귀를 제가 잘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 1년 전부터 있었다”며 “목 상태는 잘 따라줬는데 어제 공연 말미부터 귀가 조금 안 좋아져서 어젯밤과 오늘 리허설을 하면서 지옥처럼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공연은 정말 여러분이 다 하셨다. 정말 감사하다”고 팬에게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했다. “다음 만남은 3년이 걸린 이번 공연처럼 길지 않을 것입니다”는 약속과 함께.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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