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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굴 전 구간 탐험·불의 숲길 투어… ‘만년의 시간’을 걷다

입력 : 2022-09-19 19:05:28 수정 : 2022-09-19 1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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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세계자연유산축전’ 10월 1~16일 개최

7개 세계자연유산 마을 의기투합 진행
제주 성산봉·거문오름 일대에서 열려
도심 곳곳 대지미술 작품 ‘에코 뮤지엄’

벵뒤굴 등 용암동굴 탐험·걷기 순례
故 부종휴·꼬마 탐험대 발자취 따라
만장굴 비공개 구간도 탐험 축전 백미

제주 세계자연유산이 지닌 가치와 의미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2020년 시작된 ‘세계자연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올해 만장굴 전 구간 탐험 등 더욱 다양하면서 뜻깊은 프로그램으로 확장돼 열린다.

문화재청과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재재단, 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가 주관하는 이번 축전은 10월 1일부터 16일까지 제주도 내 세계자연유산 지구 일원에서 열린다. 10월 15일에는 성산 일출봉 특설무대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기념식도 열린다. 이 축전은 세계 자연유산을 소재로 열리는 세계 유일 축전으로, 세계적으로 희소성이 높고 학술적, 자연유산적 가치가 탁월한 제주의 유산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달 말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위치한 벵뒤굴을 방문한 취재진이 굴 내부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벵뒤굴은 평지에 용암이 흘러 형성된 동굴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복잡한 동굴이자, 세계적으로 동굴 형성 초기 특징을 보여주는 동굴로서 가치가 높다.

◆세계자연유산 마을 7곳 의기투합

16일간의 축전은 3가지 가치향유 프로그램, 7가지 가치확산 프로그램 등 총 10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가치향유 프로그램은 도심 곳곳에 대지미술 작품을 설치해 제주 가치를 느껴보는 예술 결합 프로젝트인 ‘불의 숨길 아트프로젝트’, 만장굴 2입구에서 만장굴 발견의 역사를 뮤지컬로 만나보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인 ‘만장굴 아트프로젝트’, 탐방객들 참여하에 성산 일출봉 야외에서 열리는 공연과 기념식이다.

가치확산 프로그램으로는 제주시 거문오름 일대에 위치한 선흘1리, 선흘2리, 덕천리, 김녕리, 월정리, 행원리, 성산리 7개 세계자연유산 마을에서 진행되는 ‘에코뮤지엄’,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일원에서 열리는 걷기 여행 프로그램인 ‘세계자연유산 워킹투어-불의 숲길’, 벵뒤굴과 만장굴·김녕굴에서 사전 선발된 탐험대가 전문가와 함께 그간 보존을 위해 비공개돼 있던 자연유산을 경험하는 탐사프로그램인 ‘세계자연유산 특별탐험대’, 한라산과 거문오름용암동굴계, 성산 일출봉 등 제주도 전역을 5박6일간 직접 걸으며 경험하는 ‘세계자연유산 순례단’, 사전 선발 인원이 만장굴 전 구간을 탐험하는 ‘세계자연유산 만장굴 전 구간 탐험대’ 등이 운영된다.

특히 이번 축전은 관이 지원하되 지역 주민 주도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만들고 진행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마을 주민들이 주체로 나서는 셈이다.

지난달 말 취재진이 방문한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 위치한 세계자연유산 및 천연기념물 만장굴 입구. 화창한 하늘 아래 철저하게 빛이 차단된 굴 내부가 대조된다.

7개 세계자연유산 마을은 ‘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를 만들어 사무국을 꾸려 상시 실무를 맡았고, 해당 마을 주민들의 수시 참여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탐험대와 방문객들도 축전 운영의 주체가 된 주민들로부터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며 관광상품이 아닌 살아있는 세계 유산 마을을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제주도가 고향인 강경모 총감독은 지역주민 자긍심을 고취하고 지역주도의 자립형 프로그램,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으로 이 축전을 제주도에 정착시키겠다는 포부가 상당하다. 강 감독은 누구보다 지역주민이 제주 자연유산과 제주에서 벌어진 역사와 삶을 생생하게 들려줄 수 있는 증인이자 기록자들임을 강조한다. 이들의 이야기가 방문객들에게 전해질 때 제주의 진정한 가치를 울림 있게 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마을 주민들이 주체가 된 축전이 앞으로도 해를 거듭해간다면, 지금 마을에서 살며 성장하고 있는 미래 세대들에게서 세계에서 가장 탁월한 자연유산인 제주의 가치를 연구하고 발견하는 최고의 연구자들도 향후 배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수 단장

◆만장굴 전 구간 탐험, 축전의 ‘백미’

강 감독이 이런 미래까지 내다보는 이유는 또 있다. 실제 지금 우리가 가치를 발견하고 향유하게 된 자연유산 용암동굴을 처음 발견하고 가치를 확산시킨 결정적 역할을 한 이들이 제주 평범한 주민이었기 때문이다. 교사 부종휴와 어린이 제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부종휴와 제자들은 만장굴 전체 구간을 최초로 탐험한 뒤, 길다는 의미로 ‘만(万)장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김녕초등학교 교사이자 제주의 대표적인 근현대 과학자인 부종휴(1926∼1980)는 1946년에 학생 30여명을 데리고 최초로 만장굴을 탐험했다. 단순한 탐방이 아닌, 조명반과 보급반, 측량반 등으로 역할을 나눠 동굴을 조사하러 수차례 동굴에 들어갔다. 당시 제대로 된 조명이나 장비도 없이 횃불과 짚신에 의지해 만장굴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덕에 오랜 세월 잠들어 있던 만장굴 실체가 세상에 알려졌다.

부종휴는 만장굴뿐 아니라, 해방 이후 식물과 동굴, 고고학 등 제주 자연자원을 발굴해내는 데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기도 하다. 빌레못동굴, 수산동굴, 미약굴 등 제주 많은 용암동굴을 직접 탐험하고 가치를 세상에 알렸다. 만장굴 밖에는 탐방객 안내를 위해 마련된 만장굴 전체 구간 수직단면도와 함께, 부종휴 선생과 30인 꼬마탐험대 발자국 모습을 표현한 부조 조각 작품이 설치돼 있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거문오름용암동굴계는 거문오름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분출된 용암류가 지형적인 경사면을 따라 약 14㎞ 떨어진 해안까지 흘러가면서 형성된 용암동굴군을 말한다. 거문오름이라는 이름은 ‘성스러운 곳’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유네스코 등재 당시 조사위원들도 입장 초반부에서부터 “성스러운 기운이 느껴져 더 이상 들어가는 것은 옳지 않겠다”면서 깊이 들어가 보기도 전에 이미 가치를 인정했다고 전해질 정도다. 거문오름 지하 토양층 연대측정을 해보니 8000년이라는 결과가 나왔고, 일부 암석은 3만5000년까지도 조사됐다고 한다. 용암의 연대측정 오차범위가 3000년, 앞뒤로 6000년을 치는 탓에 사실상 연대측정이 무의미할 정도여서, 만장굴 등 거문오름의 용암동굴들은 ‘만년의 신비’, ‘만년의 시간’ 역사를 가진 곳으로 통용된다. 세부적으로는 거문오름을 비롯해 거문오름용암동굴계에 속하는 대표적 동굴인 벵뒤굴, 웃산전굴, 북오름굴, 대림굴,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돼 있다.

이번 축전의 백미로 꼽히는 프로그램도 바로 부종휴와 꼬마탐험대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세계자연유산 만장굴 전 구간 탐험대-원스 어폰 어 타임(Once Upon a time): 만장굴’이다. 유산 보호를 위해 통제됐던 비공개 구간까지 문화재청 허가를 얻어 특별히 이번 프로그램에서만 소수 인원에게 제한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10월 1∼3일, 3∼5일 2차에 걸쳐 진행되는데 지난 7월 말 미리 홈페이지에서 참여 신청을 받았다. 회당 6명씩 총 12명을 선발했는데 경쟁률이 약 90대 1에 이를 정도로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제주=글·사진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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