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기려 2014년 '엘리자베스 2세 꽃시장' 개명
상인·손님들 "프랑스 사랑한 여왕, 영면 드시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국장(國葬)을 하루 앞둔 18일(현지시간) 고인의 서거를 누구보다 슬퍼하고 또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프랑스 파리 중심부 시테섬에 있는 꽃시장 상인들이 주인공이다. 2014년 여왕의 이름을 따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꽃시장’으로 개칭된 이 시장 식구들한테 여왕은 잊을 수 없는 인물이다.
프랑스24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2세는 2014년 6월 5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프랑스를 국빈방문했다. 여왕은 공주 시절을 포함해 총 13번 프랑스를 찾았고 그중 6번이 국빈방문인데, 2014년의 여정이 마지막 프랑스행(行)으로 기록됐다. 이듬해인 2015년을 끝으로 여왕은 고령 등 이유를 들어 더는 외국에 나가지 않았다.

여왕의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꽃시장에 그의 이름이 붙었다. 당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안내로 시장을 찾은 여왕은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새 현판 제막식을 지켜봤다. 상인들은 여왕에게 가장 아름답고 탐스러운 꽃을 건네며 열광적으로 환영했다.
이 시장에서 3대에 걸쳐 꽃을 팔아왔다는 한 여성은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2014년 당시 기억을 생생히 떠올렸다. “시장에 여왕님 이름을 붙인 건 그분을 기념하는 적절한 예우였습니다. 영국인들은 원래 꽃에 약한데 여왕님은 특히 그랬죠. 시장을 찾는 영국인 손님들이 그때 여왕님이 프랑스 대통령과 나란히 꽃을 구경하는 사진이 전시돼 있는 것을 보며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여왕님은 프랑스를 사랑했고, 프랑스도 그런 여왕님을 사랑했습니다.”
또다른 상인은 “2014년 여왕님이 오시기 전에 최고급 식물과 꽃을 일부러 팔지 않고 아껴뒀다가 가게를 정성껏 장식했다”며 “마침내 꽃시장을 찾은 여왕님은 내내 침착하고 은은한 미소를 짓고 계셨다”고 기억했다. 이어 “그 미소를 영원히 못 잊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사실 이 꽃시장과 여왕의 인연은 19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직 국왕으로 즉위하기 전의 공주였던 엘리자베스 2세는 한 해 전에 결혼한 필립공(公)과 프랑스를 방문했다. 당시 그는 첫아들 찰스(현 찰스 3세)를 임신한 상태였다. 그때 22세이던 여왕은 센강(江) 일대에서 관광을 즐겼고 시테섬의 이 꽃시장에 들려 좋아하는 꽃을 샀다. 꽃시장 단골손님인 프랑스와즈라는 이름의 여성은 당시 10대 소녀로서 우연히 여왕의 행차를 목격했다고 한다.

“그날 영국의 공주가 센강에서 뱃놀이를 할 거란 얘기를 전혀 듣지 못한 상태에서 학교 친구들을 만나러 센강에 갔지요. 세상에, 강변에 모여든 사람들이 어찌나 많던지…. 결국 친구들은 찾지 못했어요. 대신 먼발치에서 여왕을 봤습니다. 오늘날에도 그분의 우아함, 그리고 재치를 잊을 수 없어요. 외국인 마음을 사로잡는 타고난 외교관이었죠. 서거에 깊은 슬픔을 느낍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서거 직후 “프랑스를 사랑했고 프랑스인의 사랑을 받은 분”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국장을 하루 앞두고 영국 런던을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은 2014년 6월 여왕의 마지막 프랑스 국빈방문 당시 모든 행적이 담긴 사진집을 영국 새 국왕 찰스 3세한테 선물했다. 영국 언론은 “찰스 3세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선물(sentimental gift)”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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