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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사회운동가… 英 여왕 장례식에 초청된 무명의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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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19 15:35:45 수정 : 2022-09-19 16: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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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183명 버킹엄궁 공식 초대 받아

19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열리는 런던 웨스터민스터 사원의 좌석에는 세계 각국 정부·왕실 대표단 말고도 영국 각계각층의 ‘이름 없는 영웅’(Unsung Hero)들도 앉게 될 것이라고 영국 타임스 등 외신들이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서 일했거나, 지역사회에서 타인을 위해 봉사했던 일반인 183명도 버킹엄궁의 공식 초대를 받은 것이다.

 

19일(현지시간) 조문객들이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전의 웨스트민스터 홀에 있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을 줄서서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들 무명의 영웅들에는 41년간 간호사로 일해온 낸시 오닐, 코로나19 봉쇄 기간 취약계층 주민에게 1200끼의 무료 식사를 제공한 에식스의 변호사 프라나브 바노,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도서를 녹음하는 런던의 88세 여성 엘라 마크스 등이 포함됐다.

 

브래드퍼드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설치와 취약계층 백신 접종에 기여한 공로로 왕실이 주는 5등급 훈장(MBE)을 받았던 오닐은 “그저 내 일을 했을 뿐인데, 상상을 뛰어넘는 일이 일어났다”며 “모든 국민보건서비스(NHS) 간호사들과 브래드퍼드를 대표하는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일반인 참석자들은 주말인 지난 10일 걸려온 발신자표시제한 전화를 받고 국장(國葬)에 초대된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나탈리 케이로스

2016년 임신 8개월째에 연인으로부터 칼에 찔리는 일을 당한 뒤 학생들에게 칼부림 범죄의 위험성을 가르치는 운동가로 변신한 나탈리 케이로스는 “스팸 전화인 줄 알고 무시하려다 다행히 전화를 받았다”며 “국무조정실의 신사가 매우 정중하게 초청 사실과 복장 규정을 알려줬다. 온라인 쇼핑으로 급히 검은 모자를 구하고 3년 만에 하이힐을 꺼냈다”고 했다.

 

가이 애딩턴

영국왕립인명구조협회(RNLI)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며 1994년부터 지금까지 바다에서 13명의 목숨을 구한 가이 애딩턴은 “딸을 데리고 수영 강습을 가다가 전화를 받았다. 내가 이렇게 중대한 일의 일부가 되다니 믿을 수가 없다”며 “조부와 부친을 따라 인명구조 활동을 하게 됐다. 슬프게도 두분 다 내 곁에 없지만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이 초청된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 짐작만 할 뿐이다.

 

프라나브 바노 변호사

바노 변호사는 “여왕은 각기 다른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여기게끔 만드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며 “미국 대통령과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한데 섞인 장례식은 여왕의 성격을 반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국 내에 성소수자 합창단 네트워크를 설립한 시엔 추 역시 초청 전화를 받고 한참 동안 ‘왜 나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했다. 그는 “편협하고 보수적이고 계층적이던 사회가 여왕의 재위 기간 다양성을 인정하는 공정한 공동체로 변화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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