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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도 당당히 살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 늘려야”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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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19 06:00:00 수정 : 2022-09-18 21: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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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

“7세 때부터 보육원서 생활 경험
부모님 찾았을 당시 내 편 없어
나 같은 고아 도움 주려 단체 설립
자립수당 등 정책 마련에도 힘써
부모와 만남 최고의 정서적 지원
영아유기죄 공소시효 폐지해야”

지난달 광주에서 보육원 출신 청년 두 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광주로 달려갔다. 고인들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두 청년을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그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광주에서 취재하다 만난 조 대표를 18일 단체 사무실에서 다시 만나 못다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가 18일 고아권익연대 사무실에서 “보육원 출신 중 40대, 50대가 돼도 임대주택 등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보다 장기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조 대표 역시 보육원 출신이다. 그는 부모를 찾아나선 2018년 고아권익연대를 설립했다. 7살 때부터 보육원에서 생활했던 그는 당시 32년 만에 부모님을 찾고 있었다. 경찰과 함께 자신의 본명을 찾는 일부터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경찰이 지쳐가는 것이 보였다고 한다. 설상가상 그가 자라온 보육원 사무국장마저 그에게 “왜 부모를 찾으려고 하냐. 만약 찾게 되면 너희 부모 가정이 행복할 것 같냐. 너 때문에 난리날 것”이라고 다그쳤단다. 그는 “기댈 곳을 찾았지만, 고아를 불쌍하게 생각해주는 단체는 있어도 고아 편에 서서 권리를 찾게 해주는 단체는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조 대표가 단체 이름에 ‘고아’라는 표현을 쓴 이유도 자신 같은 상황에 놓인 고아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다. 조 대표는 “고아가 세상에 존재한다고 알리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인터넷에 ‘고아’를 검색했을 때 고아권익연대를 찾을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화만 한번 해준다면 어디든지 찾아가서 얘기를 들어주고 같이 울어주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고아들을 위로해주는 데 그치지 않았다. 고아권익연대는 정부와 협의하며 보호대상아동들에게 필요한 정책도 만들어왔다. 보호종료아동에게 5년간 매달 지급되는 자립수당이 대표적 예다. 2019년 자립수당 제도가 시작되기 전 보호종료아동은 만 18세에 자립정착지원금만 받았다. 하지만 조 대표는 ‘정기적인 지원’과 ‘지자체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자립수당 필요성을 주장했다. 조금이라도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보조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보호종료아동들이 희망과 안정감을 가질 수 있고, 정부는 매달 보호종료아동이 돈을 지급받았는지 챙기는 과정에서 아이들을 추적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현 정책에 대해 만족하고 있을까. 최근 광주에서 보육원 출신 청년 2명이 잇달아 사망한 뒤 정부는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선 바 있다. 조 대표는 “우선 정부 차원의 반응이 나온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과거에는 비슷한 사건이 있어도 정부의 무관심 속에 사건이 묻혔지만 이번에는 지자체, 국회, 대통령이 나서서 사건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자립수당을 월 35만원에서 40만원으로 증액하는 식의 경제적 지원 확대는 필요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그는 “고아들이 사회에 나오면 고아라는 낙인 때문에 차별당하기 일쑤다. 고아들이 사회적 낙인이나 차별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당장은 힘들다. 그렇다면 우선 고아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피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서적 지원에 대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조 대표는 “부모를 찾고 만나는 것이 제대로 된 정서적 지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저는 2018년 10월 마침내 아버지를 처음 만났다”면서 “누군가에게는 부모님을 만나는 게 평범한 일일 수 있지만, 고아에게는 처음으로 자신의 ‘뿌리’를 찾게 되는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뿌리를 찾는 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자, 상처의 시작점으로 돌아가서 치유받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영아유기죄의 공소시효(만 5년)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조 대표는 “고아는 영아유기 피해자”라면서 “지금은 고아가 부모를 만나려고 해도 만나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 아이들은 부모를 용서할 기회를 박탈당한다”고 했다. 이어 “영아유기죄가 적용된다면 부모가 법적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을 만나 미안하다는 시늉이라도 하게 되고, 아이들은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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