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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스토킹 살인’은 법·제도 보완 미적댄 정부·국회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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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18 22:59:31 수정 : 2022-09-18 22: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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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그제 구속된 ‘신당역 스토킹 살인’ 피의자 전모씨의 혐의를 형법상 살인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살인’으로 변경했다. 최소 징역 5년 이상인 살인죄와 달리 특가법상 보복살인은 최소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순 범행이 아닌 ‘보복·계획살인’이라는 정황이 확인돼서다. 전씨는 범행 당일 흉기와 위생모 등을 미리 준비하고, 기록이 남지 않는 일회용 승차권을 이용해 신당역에서 1시간 넘게 피해자를 기다렸다. 범행 당일 1700만원 인출을 시도한 건 도주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전모(31)씨가 지난16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과 검경, 국회가 법·제도 보완을 미루면서 범행을 막을 기회를 놓쳤다. 스토킹 처벌법에 따라 긴급응급조치, 잠정조치 등이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경찰은 선제적으로 피해자 100m 이내 접근과 전기통신 이용 접근을 금지하는 긴급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법원도 서면 경고·접근 금지 등 잠정조치를 취할 수 있다. 전씨는 피해자를 3년간 괴롭히고 불법촬영과 협박을 일삼았다. 피해자가 경찰에 전씨를 고소하고, 올해 1월 추가 고소까지 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추가 고소 때 경찰은 ‘같은 사안’이라며 영장조차 신청하지 않았다. 법원은 “연락하지 않겠다”는 전씨 말만 믿고 징역 9년을 구형받은 그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스토킹 처벌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세계일보가 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을 통해 스토킹 처벌법 혐의로 최근 재판에 넘겨진 사건 100건(4월28일∼8월10일 판결)을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 53건이 징역형 집행유예에 그쳤다. 법 시행 이후 6월까지 긴급응급조치, 잠정조치 위반율이 각각 13.2%, 13.0%에 이른다. 스토킹을 범죄가 아닌 비정상적 애정 공세로 치부하는 사회적 인식이 여전하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어제 스토킹 범죄자의 위치 추적과 ‘반의사 불벌죄’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만시지탄이다. 지난해 6월 이후 법 개정안만 15건이나 발의됐지만 국회는 손놓고 있었다. ‘살인의 전조’라 불리는 스토킹은 언제든지 폭력이나 강간, 살인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범죄다. 다음 달 21일은 스토킹 처벌법 시행 1년이다. 더 이상 애꿎은 시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국회가 개정안 통과에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수사 인력 보강 등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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