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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전기차법은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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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18 22:57:21 수정 : 2022-09-18 22:5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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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최대 성과 전기차법 공포
자국기업 세제혜택 친환경차 유도
韓 전기차 보조금 제외 큰 타격
대응전략 부족… 산업 악영향 우려

“여기 버지니아주도 캘리포니아주처럼 한 10년 뒤면 전기차만 팔겠다고 해요. 그런데 아직 가격이 비싸요.”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의 현대자동차 영업점에서 만난 딜러는 미국에 전기차가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전기차 확산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휘발유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전기차는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다만 보통 5만달러(약 7000만원)를 훌쩍 넘기는 전기차 가격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딜러의 말에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전기차법(정식 명칭 인플레이션감축법)의 핵심이 있다. 전기차를 확산하되, 미국산 전기차를 더 싸게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박영준 워싱턴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030년부터 신차의 50%를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친환경 자동차 중에서도 전기차를, 전기차 중에서도 미국산 전기차에 방점을 찍었다.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 가운데,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104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전기차법은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차 전환 정책을 위한 핵심 입법이다.

전기차 확산 지원으로 자국 생산 기업에 혜택을 제공해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유도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는 가격 부담을 덜어주는 일석삼조 효과를 내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법이 미국산을 구매하는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 기후변화 대응, 미국을 덮친 40여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에도 대응하는 최고의 입법 성과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홍보하는 중이다.

미국의 전기차 전환은 이미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가장 큰 자동차시장인 캘리포니아주는 2035년부터 휘발유 등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계획 발표를 앞두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현재도 신차 10대 중 2대는 전기차다. 캘리포니아주의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조치는 버지니아주를 포함해 최소 16개 주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법 효과도 즉각적이다. 당장 법안이 공포된 지난달 16일부터 한국산 전기차에 적용되던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이 사라졌다. 8월15일에는 3만2500달러(4500만원)면 구매할 수 있었던 아이오닉5 전기차가 하루아침에 4만달러(5500만원)로 뛰었다. 압도적 시장 1위인 미국산 테슬라와의 경쟁은 더 어려워졌다.

테슬라는 최근 독일 베를린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려던 계획을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를린 공장에서 사용하려던 배터리 제조 장비를 미국으로 운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전기차법 시행에 따른 세제 혜택 등을 고려해 자국 생산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대통령실은 물론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관계 부처가 나서 한국산 전기차 차별 조항 수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기차법을 바이든 대통령의 최대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법을 수정하거나 유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기차법이 지난달 7일 상원을 통과한 뒤 바이든 대통령이 16일 서명, 공포하기까지 2주가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대처가 어려웠다는 정부 설명은 일정 부분 납득할 만하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일관되게 전기차 전환 방침을 밝히고, 또 자국 생산 방침 등을 강조해온 것 등을 고려하면 손을 놓고 있다가 미국에 당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중장기적 전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자국 우선 정책은 단순히 중국 견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국 반도체산업을 지원하는 반도체 육성 법안, 바이오·제약 등 핵심 산업의 미국 내 생산을 명시한 행정명령 조치 등은 하나같이 한국 반도체·바이오 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워싱턴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미국 의회 등을 상대하는 통상 전문가,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전기차법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박영준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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