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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원 턱밑까지 오른 환율에 방어 나선 당국… ‘킹달러’에 재테크도 ‘명암’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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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19 07:00:00 수정 : 2022-09-18 17: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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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초 1100원대로 시작한 환율은 유례없는 달러화 강세 등 외부 요인이 겹치면서 1400원대 턱밑까지 치솟았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앞으로도 강도 높은 긴축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탓에 ‘강달러’를 넘어 ‘킹달러(달러 초강세)’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스1

외환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당장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시장 개입을 시사하고 나섰다. 환율 관련 발언을 극도로 자제하는 정부 입장을 고려할 때 예상 밖의 강도 높은 메시지라는 평가다. 외환 당국의 개입이 강해질 정도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일각에서는 우리 경제가 이미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악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아직은 강달러 상황이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상황은 아닌 만큼, 과거 위기와는 다르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미국발 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킹달러 현상으로 재테크에 명암도 갈리고 있다. 달러 가치 상승과 연계한 상품이나 현금 흐름을 보장하는 배당주 등은 인기를 끄는 반면 금리 상승 충격에 대비한 대출 상품은 예상외로 맥을 못 추고 있다. 

사진=뉴스1

◆외환당국 개입에 원·달러 환율 1388원으로 방어…美 금리 인상 예고에 ‘킹달러’ 계속될 듯

 

18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지난주 후반 달러 거래를 하는 외국환은행들에 주요 달러 매수·매도 현황과 각 은행의 외환 관련 포지션에 대해 보고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 빈도는 매시간으로, 사실상 실시간 보고를 의미한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요청에 대해 불필요하게 달러를 사들이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급등 분위기를 타고 환투기를 하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추 부총리도 지난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환율 관련해 시장에 메시지를 던졌다. 추 부총리는 관련 질의를 받고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을 저희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과도하게 불안해하실 필요는 없지만, 저희도 이런 현상을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발언했다. 그동안 환율과 관련해 원론적인 발언에 그치던 추 부총리가 1400원을 앞두고 시장 개입에 앞서 방향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이 같은 ‘실력 행사’가 알려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일단 1400원 선을 지켜냈다. 지난 16일 원·달러 환율은 1399원으로 시작했지만, 장 막판에는 1388원까지 끌어내렸다. 다른 아시아 국가가 약세를 보인 상황에서 원화만 버텨낸 셈이다. 외환시장은 최근 당국이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 수준을 넘어 1400원 선에서 밀어내기식 개입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외환 당국의 개입이 ‘킹달러’ 상황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환율이 지나치게 급속도로 치솟으면서 한국 경제의 주요 동력인 수출도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6.6% 늘어나는 데 그쳐 석 달째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 8월 무역수지도 월간 기준 사상 최대 적자(94억7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이달까지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예고하고 있다. 6개월 연속 무역적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불안한 무역수지와 경제위기 국면을 제외하고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적이 없다는 점에서 경제위기 국면 아니냐는 불안감이 적잖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상황이 과거 경제위기와는 다르다는 판단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외 다른 모든 국가에서 자국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추 부총리는 최근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 오찬 강연회에서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상황과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긴장하며 예의주시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인플레 공포에 미국 증시가 폭락한 지난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킹달러에 ‘달러선물 레버러지 ETF’는 웃고 ‘달러선물 인버스 ETF’는 울고…대출 상품은 인기 못 끌어  

 

킹달러 현상은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펀드의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이달 15일 기준으로 달러선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5%를 넘어섰다. 달러선물 ETF는 달러선물지수를 기초로 달러화 가치의 상승에 따라 수익을 내는 상품으로, 이 중에서도 레버리지 상품은 지수 상승분의 2배 수익을 낼 수 있다. 상품별로 보면 ‘키움KOSEF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미국달러-파생형](합성)’은 36.1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삼성KODEX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미국달러-파생형]’은 35.93%, ‘미래에셋TIGER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달러-파생형]’은 35.64%의 수익률을 각각 보였다.

 

달러화 가치가 하락해야 이득을 보는 달러선물 인버스 ETF는 손실을 냈다. ‘키움KOSEF미국달러선물인버스2X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미국달러-파생형]’은 -27.87%, ‘미래에셋TIGER미국달러선물인버스2X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달러-파생형]’은 -27.84%, ‘삼성KODEX미국달러선물인버스2X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미국달러-파생형]’은 -27.82%의 평가 손실을 냈다. 

 

국내 증시에서는 배당주와 관련 펀드가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배당주펀드 267개의 총 설정액은 연초보다 4875억원 늘어난 8조9285억원(이달 16일 기준) 규모다. 주식시장 부진에 배당주펀드 평균 수익률은 -12.02%로 손실을 내고 있지만, 다른 국내주식형 펀드 수익률(-21.44%)에 비하면 선방했기 때문이다.

 

한편 물가를 잡기 위한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국은행의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금리 상승 충격에 대비한 대출 상품은 예상외로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 지난 15일 주금공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대 시중은행에 2406건(금액 2386억원)이 접수됐다. 안심전환대출은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최저 연 3.7%의 장기·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고금리 시대를 맞아 당초 신청자가 급격히 몰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분위기는 미적지근한 셈이다. 일정 기간 금리 인상 폭이 제한되는 ‘금리상한형 주담대 상품’ 역시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미 금리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금융 소비자가 추가 금리 상승 폭을 가늠하기 어려운 데다 관련 상품의 혜택도 크지 않고, 조건은 까다롭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소년 울리는 ‘댈입’ 광고 기승…올해 8월까지 3082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청소년에게 고금리로 불법 사채를 꿔주는 ‘대리 입금’(일명 댈입)과 금융사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 대리 입금 광고는 2019년 1211건, 2020년 2576건, 지난해 2862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는 8월 말까지 3082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리 입금은 업자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청소년을 상대로 10만원 안팎의 소액을 단기간(2∼7일)에 초고금리로 빌려주는 것을 뜻한다. 연체료 대신 ‘수고비’ ‘지각비’ 등 청소년에게 친근한 용어를 쓰지만 연이자로 환산하면 최고 5000%에 이르는 막대한 이자를 받아 챙기고 협박 전화도 서슴지 않는다. 주로 콘서트 관람권, 게임아이템 등을 사고 싶어 하는 청소년이 피해 대상이다. 불법 대리 입금 광고 건수는 수천건에 달하지만 실제 피해 신고는 2019년 1건, 2020년 4건, 지난해 1건에 그쳤으며 올해는 아직 신고된 게 없다. 불법이다 보니 청소년들이 제대로 신고를 못 하기 때문이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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