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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감사' 메시지 남기고… 조안 리 77세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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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18 12:00:00 수정 : 2022-09-18 10: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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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스승과 26세 나이 차 극복하고 결혼
사랑과 일 모두 성공했지만 건강 악화로 고생
책 '스물셋의 사랑, 마흔아홉의 성공' 널리 읽혀

1990년대에 출간한 자전 에세이 ‘스물셋의 사랑, 마흔아홉의 성공’이 베스트셀러가 되며 수많은 여성들의 롤모델로 떠오른 조안 리(본명 이영자) 전 여성신문 이사회 의장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별세했다. 향년 77세.

 

1945년 태어나 1964년 서강대에 입학한 고인은 이 대학 학장이던 미국인 신부 케네스 킬로렌과 사랑에 빠져 23세의 젊은 나이에 결혼했다. 고인보다 무려 26살 연상이던 킬로렌은 신부를 그만두고 한국인으로 귀화하는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조안 리 전 여성신문 이사회 의장

고인은 두 딸을 낳은 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조선호텔 홍보매니저를 거쳐 1977년 한국 최초의 홍보 전문회사 ‘스타 이그제큐티브 서비스’(이후 스타커뮤니케이션)을 세웠다. 1988년 서울올림픽 홍보를 비롯해 차세대 전투기 사업, 나이지리아 시멘트 협상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성사시켰다.

 

‘국제 비즈니스계의 퍼스트레이디’로 불릴 정도로 크게 성공한 49세에 펴낸 책이 바로 ‘스물셋의 사랑, 마흔아홉의 성공’(1994)이다. 결혼과 출산 후에도 사회생활을 계속하는 워킹맘을 꿈꾸는 여성들의 큰 지지를 얻으며 출간 1년 만에 무려 70만부가 팔렸다. 1990년대 중반 남편과 사별하는 아픔을 겪고 나서도 ‘사랑과 성공은 기다리지 않는다’(1996), ‘내일은 오늘과 달라야 한다’(1997), ‘고마운 아침’(2001) 등 책을 꾸준히 출간하며 젊은 여성들에게 ‘일·사랑을 둘 다 성취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2000년 건강이 나빠지며 일을 접은 고인은 2012년부터 미국 LA에 거주해왔다. 지난달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낭성 신장 및 간 질환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며 “그해(2012년)를 넘기지 못할 것 같아 딸이 사는 미국으로 갔는데, 지금도 기적처럼 살아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가족과의 단순한 삶, 화창한 캘리포니아 날씨, 엄격한 요가와 명상 덕분에 10년이 넘는 삶을 덤으로 받은 것”이라고 술회했다.

 

고인은 전문관리직 여성클럽 존타(ZONTA)의 한국인 최초 아시아 지역 총재, 여성신문 이사회 의장 등으로 활동했고 국제백신연구소(IVI) 창립 이사를 맡기도 했다. 장녀 안젤라 킬로렌(한국명 성미)씨는 CJ E&M 아메리카 대표를 맡고 있으며, 이 회사가 배급한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2020년 미국 아카데미상을 받을 수 있도록 길을 닦았다는 평을 듣는다. 차녀 에이미(한국명 현미)씨는 스위스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지난 6월 국내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진 에세이 ‘감사’(Gratitude·비매품)가 고인의 유작이 되었다. 이 책에서 고인은 건강이 악화하는 가운데 깨달은 삶의 지혜를 소개하며 독자들한테 ‘단순’(simplicity), ‘침묵’(silence), ‘느림’(slow), ‘나눔’(share), ‘웃음’(smile)의 실천을 권유했다. 유족은 오는 22일(현지시간) 오전 11시 LA 성아그네스 한인성당에서 영결미사가 열린다고 전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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