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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단풍’ 강화 석모도 칠면초 군락지 붉게 물들었네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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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17 11:00:00 수정 : 2022-09-17 11: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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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속의 섬’ 강화 석모도 칠면초 군락지 붉은 카펫 깔아 놓은 듯 환상/어머니 품 닮은 민머루해변 갯벌 맨발로 걸으며 ‘힐링’/석모도수목원엔 ‘영원한 행복’ 꽃말 지닌 하늘바라기 활짝

 

석모도 칠면초 군락지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갯벌에 붉은 카펫을 깔아 놓았나 보다. 썰물로 푸른 바다가 저 멀리 밀려 나가면서 드러난 속살은 온통 빨갛다. 그 위에 높은 하늘이 더해지니 세상은 블루와 레드, 두 가지 색밖에 없는 듯하다. 바다의 단풍, 칠면초 군락지. 석모대교를 지나자 그곳은 이미 가을이다.

◆바다의 단풍 만나러 석모도 갑니다

 

봄과 가을은 성급한 벚나무 타고 온다. 4월이 오면 연분홍 꽃 팝콘처럼 터뜨리며 화사한 봄의 시작을 알리더니 찬 바람 불자마자 뒤처질세라 가장 먼저 이파리마다 노란 옷으로 갈아입는다. 추석이 지나도 아직 한낮의 태양은 뜨겁지만 그래도 울긋불긋 벚나무 이파리 덕분에 가을 분위기가 제법 난다.

 

추석 연휴 동안 어머니가 푸짐하게 차려준 음식을 즐기다 보니 체중이 눈에 띄게 늘고 말았다. 몸은 무겁지만 오랜만에 맛난 집밥 덕분에 마음은 가볍다. 그래도 걸으면서 뱃살은 좀 빼야 할 것 같아 가까운 강화도로 달려간다. 서둘러 온 가을 만끽할 수 있는 섬 속의 섬, 석모도에 요즘 낭만적 풍경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바로 강화나들길 11코스 ‘석모도 바람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칠면초 군락지다.

석모도 칠면초 군락지

배를 타고 석모도를 드나들던 시절을 기억한다. 섬을 이어주는 다리가 없던 그때, 석모도에 가려면 강화 외포항에서 배를 타야만 했다. 섬을 여행하다가도 마지막 배편을 놓칠까 늘 조마조마했었지. 그래도 낭만은 있었다. 새우깡을 허공에 던지면 갈매기 떼가 몰려들며 잽싸게 채 가던 풍경. 2017년 석모대교가 놓이면서 그런 모습은 사라졌지만 언제든지 섬을 쉽게 드나들 수 있게 됐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강화나들길은 모두 20개 코스로 310.5㎞에 달한다. 강화도의 빼어난 풍광과 유구한 역사를 즐길 수 있어 트레킹은 물론, 자전거 라이딩 마니아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석모도 바람길은 16㎞로 5시간 정도 걸리지만 해안을 따라가는 길이라 난이도는 ‘쉬움’이다. 옛 석포리 선착장이던 나룻부리항시장에서 칠면초 군락지를 거쳐 보문선착장∼어류정항∼민머루해변∼어류정수문을 지나 남해 보리암,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 도량으로 마애석불좌상이 유명한 보문사까지 이어진다. 선선한 가을바람 부는 9월부터 걷기 좋은 때가 시작된다. 바다 풍경을 즐기는 드라이브 코스도 매력 만점이다.

 

석모도 칠면초 군락지

 

석모대교를 지나 만남의 광장에 오르면 강화 본섬과 석모대교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배들이 많은 여행자를 쏟아내 북적대던 석포리 선착장은 이제 한산하다. 지금은 젓갈 등 강화 특산품을 파는 상점들로 꾸민 해미지마을 나룻부리항시장으로 바뀌어 값을 흥정하는 손님만 가끔 보일 뿐이다.

 

여기서 7분 정도 차를 달리면 칠면초 군락지를 만난다. 내비게이션이 정확한 지점을 찍어주지 않아 지나치기 쉬운데 민머루해변 방면으로 달리다 반대 차로에 작은 정자가 놓인 곳이 등장하면 차를 세우면 된다. 4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입구에 서자 광활한 갯벌이 온통 붉게 타오르는 풍경이 장관이다. 운 좋게 썰물 때를 잘 골라 온 듯, 바다는 아주 멀리까지 물러나 있다. 데크길을 따라 내려가 옷자락을 날리는 가을바람을 온몸으로 즐기며 바다의 단풍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칠면초 군락지 가운데를 가르며 오솔길이 꼬불꼬불 이어지고 그 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 여행자들의 모습은 쉽게 볼 수 없는 낭만적인 가을 풍경. 갯벌은 생각보다 단단하고 물도 많지 않아 산책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석모도 칠면초 군락지

석모도 칠면초 군락지는 9월이 가장 예쁠 때다. 염분이 강한 갯벌에서만 자라는데 대규모 군락을 이룬 곳은 우리나라에 서너 곳에 불과하다. 15∼50㎝ 정도로 자라는 칠면초는 줄기에 방망이처럼 생긴 잎이 어긋나게 달려 있다. 봄에 초록빛을 띠며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붉게 타오르다 차츰 자줏빛으로 변한다. 이렇게 일곱 차례 얼굴을 바꾸기에 칠면초(七面草)라는 이름을 얻었다. 칠면조 머리처럼 색깔이 바뀌어서 이런 이름으로 불린다는 얘기도 있다. 칠면초 군락지 주변에는 한때 번성했던 대형 염전이 있었다. 윤현상이 1957년 매음리 연안 일대를 매립해 240㏊ 규모의 삼양염전을 세웠고 햇볕에 바닷물을 건조시키는 천일염을 4000t 이상 생산해 한때 석모도의 명소로 꼽혔다. 미네랄이 풍부하고 쓴맛이 없어 최상급 소금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치솟는 인건비와 생산비를 감당하지 못해 2006년 문을 닫았다. 지금은 삼양염전의 역사와 유래가 적힌 안내판만 덩그러니 남아 사라진 옛 시간을 전한다.

민머루 해변
민머루해변 캠핑

◆어머니 품 닮은 민머루해변 갯벌의 힐링

 

많은 여행자가 석모도를 찾는 이유 중 하나가 저녁노을이다. 해 질 무렵 해수관음의 성지 보문사에 오르면 석모도 바다 위로 떨어지는 장엄한 일몰이 평생 잊히지 않는 큰 감동을 선사한다. 보문사 일몰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곳이 민머루해변의 낙조. 바다와 하늘에 핑크와 블루가 뒤섞이며 아름다운 파스텔 톤으로 변해가는 풍경은 서해안 3대 일몰 명소로 꼽힐 정도로 빼어나다.

민머루해변 갯벌
민머루해변 갯벌

많은 여행자가 해변 주변이나 언덕의 카페에서 그냥 일몰만 즐기는데 사실 민머루해변의 가장 큰 매력은 갯벌이다. 맨발로 직접 걸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매력이 숨어 있다. 아무런 준비도 필요 없다. 그냥 신발을 벗어 손에 들고 바짓가랑이 걷어 올리고 걸으면 된다. 오후 4시 반. 발등을 살짝 덮을 정도로 찰랑거리는 물은 한낮의 온기를 머금어 아직 따뜻하다. 밀물 때는 보이지 않던 저 멀리 바위섬까지 밀려난 바닷물 덕분에 갯벌은 어머니 품처럼 넉넉하다. 발바닥에 닿는 감촉은 부드럽지만 갯벌은 아버지 가슴처럼 발이 빠지지 않을 만큼 단단하다.

 

민머루해변 갯벌

 

 

 

민머루해변 바위섬
민머루해변 바위섬

20여분 걸어 갯벌의 끝에 섰다. 바로 코앞에 이름 없는 신비한 기암괴석 갯바위가 손짓하지만 물이 깊어 더는 나아갈 수 없다. 뒤를 돌아보니 걸어온 갯벌이 시원하게 펼쳐졌고 하늘은 푸르다. 인생도 이렇게 늘 넓은 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두 팔을 활짝 펼쳐 바람을 맞으며 크게 소리쳐 본다. 한없이 옹졸했던 마음이 넓은 갯벌처럼 무한대로 확장되길 바라며. 여기 오길 참 잘했다. 마침 날이 맑아 푸른 하늘과 구름이 갯벌에 그대로 투영되는 그림 같은 풍경도 선물로 얻어 간다.

 

석모도 수목원 등나무터널
석모도 수목원 계곡

◆다시 찾은 석모도 수목원엔 산수국이 반기네

 

석모도 수목원은 숨은 보석. 대부분 민머루해변이나 보문사를 찾기 때문에 덜 알려져 있지만 피톤치드로 샤워하며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좋다. 무엇보다 인공미를 최대한 절제하고 계곡을 따라 자연스럽게 꾸며졌기에 숲을 천천히 거닐며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만들 수 있다. 나무 데크를 따라 산책로가 이어져 아이들도 걷기 쉬운 곳이다. 2년 전 이곳을 찾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폐쇄돼 아쉬운 발길을 돌렸는데 다시 문을 활짝 열었으니 반갑기만 하다. 수목원은 숲해설안내소에서 가장 안쪽인 육묘장까지 계곡을 따라 길쭉하게 이어지며 편도 1.2㎞ 거리여서 한두 시간 정도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석모도 수목원 하늘바라기
하늘바라기

입구 돌탑을 지나면 나타나는 언덕길엔 단풍나무들이 늘어섰다. 깊어가는 늦가을에 오면 더 운치 있겠다. 보라색 맥문동이 반겨주는 등나무 터널은 한낮에도 햇볕을 가려 시원하다. 5∼6월에는 덩굴장미까지 더해져 연인들에게 인기 높은 곳이다. 마시멜로처럼 표피가 물렁물렁한 굴참나무와 상수리나무, 초피나무를 감상하며 작은 정자를 지나면 노란색 꽃들이 반긴다. 초여름부터 서리 내릴 때까지 길게 피는 하늘바라기로 해바라기 축소판이라 ‘아기 해바라기’로 불린다. ‘영원한 행복’이란 꽃말 덕분에 그냥 보고 있기만 해도 마음이 행복해지는 기분.

 

서양측백나무숲 길
산수국길

아이리스원을 지나면 서양측백나무들이 늘어서 유럽의 정원에 온 듯 이국적이다. 바위솔원, 유실수원, 강화특생원을 거치면 동화 속 집으로 꾸민 예쁜 생태체험관. 곤충·어류·조류·식물 생태표본실과, 강화 숲에서 자라는 나무들 얘기로 꾸며져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간이다. 전시온실에서 다양한 선인장을 즐기고 돌아 나오는 길에 조류테마로 시작점에 서자 하얀 산수국 꽃밭이 펼쳐진다. 깊은 계곡이라 늦게까지 피어 있는 산수국 속으로 걸어 들어가니 사람도 꽃처럼 예쁘다. 


강화=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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