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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은 어떻게 최고의 스파클링 와인이 됐나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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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17 10:36:43 수정 : 2022-09-17 14: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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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 리무가 상파뉴보다 100년 앞서 스파클링 생산/상파뉴가 효모찌꺼기 빼내고 강한 압력에도 병이 터지지 않는 레시피 완성/뛰어난 품질 포도 자라는 석회 토양도 한 몫/18세기부터 시작한 떼땅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4km 석회 동굴셀러에 맛있게 익어가

 

샴페인 떼땅져

이른 아침 베이커리의 살짝 열린 문틈으로 새 나오는 갓 구운 빵냄새. 적당히 달궈진 궁중팬에 노릇노릇 익어가는 고소한 아몬드. 플라워샵에서 전해지는 싱그럽고 하얀 꽃향기. 과일가게 맨 앞에 진열된 빨갛게 잘 익은 제철 사과. 그리고 우아한 여인에게서 희미하게 묻어나오는 퍼퓸까지. 와인 한 모금 입에 머금자 사랑하는 연인의 달콤한 미소와 목소리처럼 혀를 부드럽게 감싸는 미세한 버블 뒤로 맛있는 향들이 끊임없이 따라 옵니다. ‘왕들의 와인’ 샴페인. 어떻게 최고의 스파클링 와인이 됐을까요.

 

상파뉴 주요 와인산지
떼땅져 포도밭 전경

◆스파클링 양조 방식을 완성한 상파뉴

 

흔히 샴페인의 시초는 17세기 프랑스 상파뉴의 베네딕틴 오빌리에 수도원에 있던 수도사 피에르 페리뇽(Pirre Perignon)가 최초로 만들어 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와인 학자들은 스파클링이 최초로 시작된 곳은 프랑스 남부 와인산지 랑그독 루시옹 지역의 리무(Limoux) 지역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1531년 리무 생틸레르(St. Hilaire) 수도원의 베네딕트 수도사들이 처음으로 화이트 와인에서 버블이 발생하는 현상을 발견했으니 상파뉴보다 무려 100여년 먼저 스파클링을 생산한 셈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상파뉴가 리무를 제치고 최고 스파클링 와인의 지위를 따냈을 까요. 리무의 스파클링 양조 방식을 루랄 메소드(rural method)라 부릅니다.  상파뉴는 ‘트레디셔널 메소드(traditional method)’로 불리는데 전혀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는 발효과정입니다. 상파뉴에선 2차 병발효까지 두차례 발효하지만 리무는 한차례 발효로 끝냅니다.

 

샤르도네
떼땅져 샴페인

삼페인 양조방식이 완성되기전 리무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가을에 늦게 딴 포도로 와인을 빚는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발효가 중단됩니다. 온도가 낮으면 효모가 활동을 멈추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를 모르던 생산자들은 발효가 다 끝난 것으로 여겨 와인을 병에 담아 코르크로 닫아놓습니다. 다음해 봄이 오고 날씨 따뜻해지면 어떻게 될까요. 효모는 병에서 발효를 다시 시작하면서 병에 버블이 가득 차게 됩니다. 결국 강한 압력으로 일부 와인병이 터져 버리고 맙니다. 리무에선 운에 맡겨 병이 터지지 않기만 바라며 와인을 생산했죠. 또 하나. 리무에선 병속에 효모 찌꺼기 있지만 그냥 마셨습니다. 찌꺼기를 빼내려면 버블이 다 날아가기 때문이죠. 투명한 유리잔에 와인을 따랐는데 효모찌꺼기가 둥둥 떠다니면 아마 마실 생각이 싹 달아날 겁니다. 그래서 리무에선 불투명한 잔에 스파클링을 따라 마셨답니다. 

 

샴페인 레시피를 완성한 뵈브 클리코 여사
떼땅져 프레스티지 로제

 

샹파뉴가 이런 문제들을 모두 해결합니다. 2차 병발효를 시작할때 당분을 얼마나 추가하면 병이 터지지 않으면서도 꽉 찬 버블을 만들어내는지 계산해냅니다. 2차 발효가 끝난 효모찌꺼기를 완벽하게 제거하는 데고르즈망(Degorgement)도 개발했죠. 여기에 잘 터지 않는 유리병이 발명된 것도 한 몫 합니다. 영국의 무적함대가 위세를 떨치면서 좋은 목재는 모두 배를 만드는데 동원됩니다. 이에 유리병을 만들 때 불을 때는 재료로 목재 대신 석탄을 사용하게 됐는데 온도가 훨씬 높게 올라가면서 탄탄한 유리병을 얻게 됩니다. 또 스페인에서 좀 더 단단한 코르크가 들어와 버블의 압력을 잘 틀어 막을 수 있게 되면서 샴페인의 레시피가 완성됩니다. 이에 1700년대 샴페인 하우스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최초의 샴페인 하우스가 루이나(Ruinart)입니다. 이어 모엣샹동(Moet&Chandon), 베스라 드 벨르퐁(Besserat de Bellefon) 등이 줄줄이 설립되면서 18세기에 샴페인 산업이 꽃을 피웁니다.

 

샤르도네
떼땅져 포도밭

◆샴페인에 가장 적합한 포도 품종과 석회토양

 

샴페인이 스파클링 최고의 지위에 오른 다른 원동력은 품종과 토양입니다. 샴페인은 샤르도네, 피노누아, 피노뮈니에 세 품종으로만 만드는데 상파뉴에서 생산되는 이 세 품종이 최고의 스파클링을 만드는데 가장 적합한 품종으로 평가받고 있답니다. 현재 상파뉴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은 피노누아이며 피노뮈니에, 샤르도네 순입니다. 피노누아가 들어가면 와인이 탄탄해지고 피노뮈니에는 부드러움과 살짝 씁쓸한 느낌을 부여합니다. 샤르도네는 신선한 과일 풍미와 산도, 우아함을 담당합니다. 스페인 스파클링 까바(Cava)는 샴페인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지만 마셔보면 깊은 풍미는 많이 떨어집니다. 병숙성 기간이 짧은 탓도 있지만 까바는 스페인 토착품종 마카베오, 자렐로, 파렐라다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샤르도네와 피노누아로 만든 까바는 샴페인과 풍미가 거의 흡사한 것을 보면 역시 품종의 차이 때문이라는 점이 더 명확해집니다.

 

상파뉴 쵸크토양
떼땅져 포도밭 쵸크토양

상파뉴에선 포도의 당도보다 산도가 훨씬 중요합니다. 어차피 당도는 생산자가 2차 병발효와 마지막에 당도를 결정하는 도사주(Dosage) 과정에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죠. 포도가 산도를 잘 움켜쥐는 토양은 석회토양으로 바로 상파뉴가 이런 석회토양으로 이뤄졌습니다. 석회는 쵸크(Chalk)와 라임스톤(Limestone)이 있는데 상파뉴 생산자들은 미세한 구멍이 더 많은 쵸크를 최고의 석회토양으로 꼽는답니다. 비가 오면 쵸크의 구멍으로 수분이 빠르게 빨려들어가 표층은 금세 뽀송뽀송해지고 아래쪽은 적절한 수분을 유지해 포도를 잘 자라기 때문이죠.

 

떼땅져 석회동굴 셀러
떼땅져 꽁뜨 드 샹파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서 맛있게 익어가는 떼땅져

 

석회토양은 산도가 뛰어난 최고의 샴페인을 생산하는데 필수요소지만 샴페인을 맛있게 숙성시키는 매우 중요한 역할도 합니다. 상파뉴에선 오래전부터 석회암 지하셀러를 만들어 와인을 보관했는데 일년내내 샴페인이 맛있게 익어 가는데 필요한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제공합니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샴페인 떼땅져(Taittinger)는 ‘샴페인의 수도’ 랭스(Reims)에서도 13세기에 지어져 가장 오래된 생 니캐즈 수도원(Saint-Nicaise Abbey)의 깊이 18m 석회암 지하 셀러에서 맛있게 익어갑니다. 떼땅져의 시그니처 꽁뜨 드 샹파뉴(Comte de Champagne)는 중세시대 우아한 드레스를 차려입은 왕비처럼 병 모양이 아주 독특합니다. 지하셀러 확장공사중에 과거 베네딕틴 수도사들이 만들었던 독특한 모양의 유리병을 발견했는데 이 병모양이 바로 현재 떼땅져 꽁뜨 드 샹파뉴의 병 디자인으로 탄생합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떼땅져의 지하셀러는 무려 4km에 달한다니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상파뉴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꼭 한번 들러 보세요.

 

피에르 떼땅져
샤토 드 라 마르케테리 1945년 모습

떼땅져의 역사는 173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자크 푸르노(Jacques Fourneaux)가 상파뉴에서 세번째 샴페인 하우스를 설립했고 1932년 피에르 떼땅져(Pierre Taittinger)가 푸르노 가문 와인하우스 중 샤토 드 라 마르케테리(Chateau de la Marquetterie)를 사들여 지금의 떼땅져 샴페인이 탄생합니다. 1차 세계대전 초기이던 1915년 이 샤토에 주둔한 카스텔나우(Castelnau) 장군의 참모로 임명된 파리 출신 청년 피에르는 샹파뉴의 중심에 있는 이 샤토의 아름다움에 그만 푹 빠지게 됩니다. 1차대전이 끝나고 파리의 국회의원까지 오른 피에르는 1932년 상파뉴에 집을 마련하려다  운명처럼 매물로 나온 샤토 드 라 마르케테리 사들입니다. 또 2년 뒤에는 처남과 함께 푸르노 가문이 소유한 상파뉴의 가장 오래된 샴페인 하우스 중 한 곳인 포레스트 푸르노(Forest Fourneaux)와 샹파뉴의 백작 티보(Thibaud) 4세가 살았던 집을 매입해 떼땅져 이름을 단 샴페인을 본격적으로 생산합니다.

 

 

 

샤토 드 라 마르케테리
왼쪽부터 비탈리에, 피에르 엠마뉴엘, 클로비스

이어 피에르의 셋째아들 프랑수아(françois)가 1945년 생 니캐즈 수도원에 떼땅져 셀러를 지었고 1960년  프랑수아가 사망하자 그의 형제인 클라우데(Claude)가 경영을 맡으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습니다. 떼땅져는 한때 미국 투자회사 스타우드(Starwood)에 매각됐지만 1년만인 2006년 현재 오너인 피에르 엠마뉴엘 떼땅져(Pierre Emmanuel Taittinger) 다시 인수해 가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딸 비탈리에(Vitalie)가 대표를 맡고 있고 아들 클로비스(Clovis )가 총괄이사를 맡아 경영에 참여합니다. 최근 한국을 찾은 클로비스와 함께 떼땅져의 대표 와인들의 매력을 따라갑니다.  

 

한국을 찾은 클로비스 떼땅져
떼땅져 꽁뜨 드 샹파뉴 블랑 드 블랑

플래그쉽 떼땅져 꽁뜨 드 샹파뉴 블랑 드 블랑(Comte de Champagne Blanc de Blancs)은 생 니캐즈 셀러에서 무려 10년을 숙성하니 오랜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일반 샴페인은 1년 정도 병숙성하고 빈티지 샴페인은 3년 정도 숙성하는 것과 비교하면 정말 엄청난 정성을 쏟아 부은 와인이군요. 꼬뜨 드 블랑(Cote des Blancs)에서 생산된 샤르도네 100%로 빚은 와인입니다. 와인 산지 이름 ‘블랑’에서도 알 수 있듯, 꼬뜨 드 블랑은 전체가 거대한 쵸크 덩어리일 정도로 샹파뉴에서 최고의 샤르도네가 자라는 곳이랍니다. 더구나 꼬뜨 드 블랑에서도 그랑크뤼 마을 5곳의 포도만 사용하고 포도즙중에서도 가장 먼저 흘러나오는 뀌베만 사용합니다. 새 오크에서 4개월 숙성한 베이스 와인을 5%만 블렌딩해 절제된 오크향과 복합미를 더합니다. 코에 갖다 대는 순간 잘 익은  풍성한 과일 잔치가 펼쳐집니다. 사과향과 빵의 효모향이 비강을 가득 채우고 호두, 아몬드의 너트향이 따라 옵니다. 10년을 숙성했는데도 입에서는 느껴지는 산도는 신선하고 쵸크토양에서 얻어진 매력적인 미네랄을 또렷하게 보여주네요.

 

떼땅져 하우스
꽁뜨 드 상파뉴

떼땅져는 꽁뜨 드 상파뉴 로제 브뤼 빈티지도 선보입니다. 그랑크뤼 마을 부지(Bouzy)의 피노누아 70%와 꼬뜨 드 블랑 그랑크뤼 마을 샤르도네 30%를 섞으며 생 니캐즈 셀러에서 8∼10년 숙성합니다.  와인 이름 꽁뜨는 백작이란 뜻으로 티보 4세 백작에게 헌정하는 와인이기도 합니다. 영주이자 정복자, 탐험가, 가수였전 티보 백작은  1239년 십자군 원정에 참여했다 돌아 오면서 두 가지 보물을 가져 왔는데 다마스크 장미와 샤르도네 품종이랍니다. 꽁뜨 드 샹파뉴 블랑 드 블랑은 최고의 샤르도네로만 빚은 와인이고 샤르도네를 전파한 티보 백작의 집도 소유한 만큼 샴페인에 백작을 기리는 이름을 넣었습니다. 

 

떼땅져 포도밭
떼땅져 프렐뤼드 그랑 크뤼

떼땅져 프렐뤼드 그랑 크뤼(Prelude Grand Cru)는  그랑크뤼 마을의 샤르도네와 피노누아를 절반씩 섞어 5년 숙성합니다. 잘 익은 사과와 복숭아 등 핵과일에서 멜론,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까지 샤르도네가 주는 달콤한 과일향과 하얗고 커다란 꽃향기의 우아함, 피노누아가 선사하는 단단한 골격과 복합적인 아로마가 잘 어우러지며 묵직하면서 긴 여운을 남기네요.  

 

떼땅져 녹턴 시티 라이트
떼땅져 2014 브라질 월드컵 스페셜 에디션

떼땅져 녹턴 시티 라이트(Nocturne City Light)는 이름 그대로 야상곡과 화려한 도시 야경 이미지를 레이블에 모던하게 담아 눈길을 끕니다. 떼땅져는 다양한 예술가들과 콜라보해 아트 레이블로 꾸미는 떼땅져 컬렉션(Taittinger Collection)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런 예술을 향한 열정이 녹턴에도 잘 표현됐네요. 샤르도네 40%에 피노누아와 피노뮈니에를 60% 섞으며 기본급인 브뤼 리저브보다 1년 더 많은 4년동안 숙성하고 잔당은 18g이지만 산도 밸런스가 좋아 잘 익은 과일의 기분 좋은 당도와 감칠맛을 선사합니다. 효모향이 두드러지는데 달콤한 브리오슈와 견과류의 고소함이 풍성하게 다가옵니다. 떼땅져는 FIFA 월드컵 공식 샴페인으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11월에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스페셜 에디션 레이블을 장착한 샴페인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떼땅져 프레스티지 로제 브뤼

 떼땅져 리저브 브뤼(Taittinger Reserve Brut)는 가장 기본급 샴페인으로 샤르도네 40%, 피노누아·피노뮈니에 60%를 섞어 3년 숙성합니다. 복숭아 등 달콤한 과일향과 시트러스 계열 과일의 생동감 넘치는 산미, 브리오슈 효모향이 잘 어우러집니다. 떼땅져 프레스티지 로제 브뤼(Prestige Rose Brut)는 피노누아 45%를 베이스로 피노뮈니에 25%, 샤르도네 30%를 섞었으며 환상적인 핑크색이 여심을 자극합니다.  레드체리, 라즈베리 등 베리류의 신선한 아로마와 산미가 지배적이며 적절한 효모향이 와인의 복합미를 더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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