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낡은 미그기는 안돼”… 폴란드, FA-50 사면서 러시아 ‘손절’했다 [박수찬의 軍]

관련이슈 박수찬의 軍 , 디지털기획

입력 : 2022-09-17 06:00:00 수정 : 2022-09-17 18:00:0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국산 경공격기 FA-50이 항공우주산업 선진국인 유럽에 진출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16일 폴란드 군비청과 FA-50 48대를 수출하는 이행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7월 말에 맺었던 총괄합의서를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형식으로, 약 30억달러(4조 1715억원) 규모다. T-50 계열 항공기 수출 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한국 공군 FA-50 경공격기가 활주로에 착륙하기 위해 지상에 접근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로써 KAI는 2010년대 초 폴란드 훈련기 사업에서 이탈리아 M346에 밀렸던 것을 설욕하며 유럽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KAI는 폴란드 정부 및 현지 업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현지 생산기지와 FA-50 창정비(MRO) 센터를 설립하고 국제비행훈련학교 운용도 추진할 계획이다. 공군도 FA-50 운용경험을 전수하고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폴란드 측은 오는 11월 F-16 운용 경험이 있는 조종사들을 한국으로 파견해 관련 교육을 받게 할 계획이다.

 

◆러시아 기종 퇴출…FA-50 개량형 ‘급구’

 

미국산 F-16 전투기를 쓰는 폴란드는 F-35A 스텔스 전투기 32대를 주문하는 등 공군력의 서구화를 진행해오고 있었지만, 노후 기종인 러시아산 미그-29와 SU-22 전투기 40여 대도 운용중이었다.

 

이같은 기조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극적인 변화를 맞는다. 전쟁 초기 폴란드는 미그-29를 우크라이나에 넘기고, 미국에서 중고 F-16을 들여오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기술적·외교적 문제로 이뤄지지 못했다.

한국 공군 FA-50 경공격기가 이륙을 위해 엔진을 켠 채 대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노후 기종인 미그-29와 SU-22를 계속 운용하기에는 조종사 안전이 우려됐고, 부품 공급을 러시아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폴란드가 운용중인 F-16의 추가 도입은 제작사인 미국 록히드마틴이 F-35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었다. 최신 개량형인 F-16V는 첨단 전자장비가 대거 탑재되면서 도입비가 F-16 계열 중에서는 저렴하지 않은 수준에 이르렀고, 생산에 소요되는 시간도 짧지 않았다.

 

스웨덴 사브 그리펜, 프랑스 닷소 라팔, 유럽 에어버스의 타이푼 전투기는 폴란드가 쓰지 않는 기체라 별도의 군수지원체계를 구축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상황이었다.

 

K-2PL 전차와 K-9PL 자주포 대량 도입, AH-64E 96대 구매 등 초대형 무기도입을 연이어 진행중인 상황에서 고가의 첨단 전투기까지 대량으로 들여오는 것은 폴란드의 경제력 측면에서 쉽지 않았다.

 

FA-50은 기술과 상호운용성 등의 측면에서 효율성이 높다. 폴란드군이 무기를 도입할 때는 수요, 현대화 수준, 인도 시기, 호환성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FA-50은 이같은 기준에 부합한다.

 

마리우스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FA-50은 폴란드가 보유한 여러 장비와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FA-50 훈련을 거친 조종사는 몇 시간을 투자하면 F-16을 스스로 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작한 FA-50 경공격기가 경남 사천 KAI 공장에서 대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비용 측면에서도 FA-50은 상당한 이점이 있다는 평가다. 전 세계적으로 납품 및 생산, 계약된 T-50 계열 항공기(FA-50 포함)는 280여 대. 전투기 생산 및 판매 손익분기점이 200~250여대 안팎으로 추산되는 점을 감안하면, KAI는 비용을 낮춰 구매국의 부담을 줄여주면서도 상당한 이익을 얻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폴란드 수출을 기점으로 앞으로는 더욱 효율적인 비용구조를 갖고 FA-50 해외 판매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폴란드 공군의 작전 효율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현재 폴란드 공군에서 현대전을 치를 능력을 갖춘 기종은 F-16뿐이다. 지상군 지원과 기종전환훈련, 공중초계 등의 임무가 F-16에 집중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FA-50 48대가 도입되면 지상군 근접지원과 공중치안유지, F-35A와 F-16으로의 기종전환훈련 등은 FA-50이 맡을 수 있다. F-16과 F-35A은 제공권 장악을 비롯한 고강도 작전에 쓰일 여유를 얻게 된다.

 

폴란드 공군이 이미 확보한 F-16 군수지원체계를 FA-50에도 활용할 수 있어 후속군수지원도 용이하다. 

 

F-35A·F-16·FA-50으로 구성된 폴란드 공군 3축 체계를 완성, 공군력을 현대화·서구화하는 효과도 있다.

한미 공군 전투비행단의 연합작전 능력 향상을 위해 지난 8월 1∼5일 실시된 쌍매훈련에서 한국 FA-50(가장 왼쪽) 1대와 미국 A-10 전투기 2대가 연합 편대비행을 하고 있다. 공군 제공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이날 FA-50 도입 이행계약 체결식에서 “폴란드군에 FA-50을 도입하는 프로그램을 구현하면 폴란드 군대에서 미그-29와 Su-22를 완전히 없앨 수 있다”며 “앞으로 폴란드 공군 전투기는 F-16, F-35A, FA-50만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FA-50 ‘대박’, KF-21 수출로 이어질까

 

폴란드 국방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폴란드가 인수할 FA-50은 한국 공군 FA-50보다 성능이 대폭 향상된 블록 20형에 해당하는 FA-50PL이다. 

 

폴란드는 한국군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FA-50 12대를 2025년 말까지 넘겨받을 예정이다. 첫 기체는 내년 하반기에 인도된다.

 

폴란드 공군 요구사항이 반영된 FA-50PL 36대는 2025년 말에 인도가 시작돼 2028년 말까지 완료된다. 한국 공군형 FA-50 12대는 2025년쯤 FA-50PL로 개량될 예정이다.

 

FA-50PL의 핵심은 레이더다. FA-50은 이스라엘 엘타의 EL/M-2032 기계식 레이더를 사용하지만, FA-50PL은 능동형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탑재한다. AESA 레이더는 기계식보다 가볍고 전자전 공격에 대한 방어력이 우수하며, 정비가 쉽고 탐지능력도 우수하다.

 

FA-50PL에 장착할 AESA 레이더 기종은 명확히 정해진 바 없지만, 엘타가 레이더 업그레이드에 난색을 표시하면서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에서 개발한 기술이 반영된 국산 AESA 레이더가 쓰일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ADD와 한화시스템이 진행중인 KF-21 AESA 레이더 개발과 더불어 한화시스템, LIG 넥스원 등 국내 방산업체들은 예전부터 FA-50 탑재가 가능한 소형 AESA 레이더를 세미나 등에서 제안한 바 있다.

KAI가 공개한 FA-50 성능개량형 상상도. 공격력과 항속거리 등이 향상된 블록20형 기종이다. KAI 제공

전투기의 ‘눈’인 레이더가 바뀌면서 공대공 미사일을 비롯한 항공무장도 한국 공군형과 비교할 때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폴란드 국방부가 “무장, 작전 범위, 항공 전자 및 레이더 분야에서의 변경으로 향상된 작전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한국 공군 FA-50보다 사거리나 정확도, 파괴력 등에서 우수한 항공무장이 대거 사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데이터링크(Link-16) 체계와 더불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기준 피아 식별 시스템(IFF)이 장착된다.

 

FA-50PL 수출을 계기로 KF-21 전투기의 폴란드 판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현재 KF-21은 지난 7월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현재 성능점검과 초기 비행 건전성 확인을 위한 시험비행이 이뤄지고 있다. 향후 비행영역을 넓히고 무장 적합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2026년에 개발을 완료하면, 2032년까지 120대가 한국 공군에 배치될 계획이다.

안제이 두다 대통령을 비롯한 폴란드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 6일(현지시간) 키엘체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에 설치된 KAI 부스에서 KF-21 전투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폴란드 국방부 제공

폴란드 측은 FA-50PL 도입이 거론됐을 때부터 KF-21의 개발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지난 6~9일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에서는 안제이 두다 대통령 등 정부 관계자들이 KAI 부스를 방문, KF-21에 대해 KAI 측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폴란드가 KF-21에 관심을 갖는 것은 F-35A의 기술 통제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은 구매국이 F-35A의 기술을 엿보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한다. 자국 방위산업 육성을 중시하는 폴란드로서는 배타적 성격이 강한 F-35A보다는 KF-21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변수는 KF-21의 성공적 개발 여부다. 사전에 설정된 개발 일정을 준수하면서 공군의 요구사항을 충족한다면, 지상과 공중에 대한 전략적 타격력을 갖춘 KF-21은 FA-50PL을 훨씬 상회하는 성능을 갖추게 된다. 

 

폴란드 사정에 밝은 방산업계 관계자는 “폴란드는 중장기적으로 FA-50PL의 후속 기종이 KF-21로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보고 있다”며 “KF-21 개발과정이 순조롭다면, 폴란드 수출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
  •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