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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안 먹는데 가격은 오르는 ‘생산비 연동제’… 10년 만에 폐지한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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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15 06:00:00 수정 : 2022-09-14 18:39:35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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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상황 무관… 생산비 연동해 오르는 우윳값
정부 “지속 가능하지 않다”…가격 산정 체계 손질
생산자단체 ‘협조 의사’ 밝혀…16일 이사회 개최
“용도별 가격 차등제, 2023년 1월부터 단계적 도입”
원유가 인상 논의도 재개…2022년 소매가는 오를 듯

글로벌 인플레이션 파장 속에 흰우유 가격도 1L짜리 기준 3000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우윳값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다른 농축산식품과 달리 생산비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지난 10년간 원유값은 시장 변화와 상관 없이 지속적으로 올랐다. 정부와 낙농가, 유업체는 이러한 가격 산정 체계가 향후 한국 낙농산업 발전을 저해할 것으로 보고 대대적으로 손질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제품의 모습. 뉴스1

◆비정상적 우윳값 인상의 원인 ‘생산비 연동제’

 

지난 20년간 한국인의 마시는 우유 소비량은 36.5㎏에서 31.8㎏으로 줄었다. 수요가 줄면 값도 내려가는 것이 보통의 시장 원리이지만, 우윳값은 오히려 비싸졌다.

 

원유(가공 전 우유) 가격은 2001년 리터당 629원에서 2020년 1083원으로 72%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가격(439→491원)이 12%, 유럽(393→470원)이 20% 오른 것과 비교하면 비정상적으로 큰 폭의 인상이다.

 

우유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른 이유는 ‘생산비 연동제’와 ‘쿼터제’ 때문이다. 생산비 연동제는 원유가격을 생산비 증감에 연동해 조정하는 방식으로, 우유가 부족하던 시절 우유 생산을 늘리고 매년 실시하는 원유가격 협상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2013년 도입됐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에 맞춰 매년 생산비가 늘어도 낙농가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문제는 유제품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발생했다. 국민 1인당 마시는 우유 소비는 줄어든 반면 치즈·버터·아이스크림 등 기타 유제품 소비(2001년 27.4㎏→2021년 54.1㎏)는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런 소비 구조는 유가공업체에 부담이 됐다.

한 대형마트 판매대에 기타 유제품에 해당하는 요구르트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쿼터제’에 따라 낙농가가 보유한 쿼터만큼 생산하면 유업체는 이를 비싼 음용유 가격으로 사들이게 되어 있는데, 음용유 수요는 줄고 가공유 수요는 늘면서 유업체의 손해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운용되고 있는 쿼터량은 연간 222만t, 국내 음용유 소비량은 175만t이다.

 

정부는 이 손해의 일정 부분을 보조금으로 지원했지만 유업체의 손실과 정부보조금은 갈수록 늘어갔다. 2020년엔 정부가 336억원을 보전했지만 유업체가 205만t밖에 사들이지 못했다.

 

낙농가는 우유 자체의 소비가 줄어도 치즈 등의 제조를 위한 원유를 공급하면 될 것 같지만, 현실은 달랐다. 유업체들은 음용유보다 많이 소비되는 기타유제품 가공을 위해 값싼 외국산 원유를 수입한다. 이에 국내 원유 생산량은 2001년 234만t에서 지난해 203만t으로 감소한 반면, 수입량은 65만t에서 251만t으로 4배가까이 뛰었다. 원유 자급률은 2001년 77.3%에서 지난해 45.7%로 낮아졌다.

 

◆용도별로 원유 가격 나눠 경쟁력 높인다

 

정부는 현재 상황에서 한국 낙농산업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지난해부터 낙농제도 개편을 추진해 왔다. ‘생산비 연동제’를 폐지하고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오는 16일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개최되며, 이 자리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는 안건이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25일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 앞 공원에서 열린 '낙농 말살 정부·유업체 규탄! 강원도 낙농가 총궐기대회'에서 도내 낙농인들이 규탄의 뜻을 담아 원유를 큰 통에 쏟아붓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정부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낙농제도 개편안을 내놓자 낙농가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일정한 생산량과 가격을 보장받고 있는 현재 체제가 사라지는 만큼 낙농가에 손해라는 인식이 강한 탓이었다. 정부가 ‘단계적 도입’을 약속하며 수정안을 내놨음에도 낙농단체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회 앞에서 농성을 이어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류가 바뀌었다. 낙농육우협회와 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 등 우유 생산자 단체가 이달 초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 주재 낙농제도 개편 간담회에서 정부의 낙농제도 개편 작업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 7∼8월 지역별로 설명회를 열어 수입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오해라는 것을 농가에 알렸다”면서 “또 이전부터 정부 개편안에 찬성했던 농가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정치권과 국민이 농성에 별 호응을 하지 않은 것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생산자 단체의 협조 약속에 따라 이번 이사회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개편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안에 따르면 도입 초기 생산량 기준 195만t은 음용유 가격을, 추가 생산되는 10만t은 가공유 가격을 적용한다. 음용유는 현재 가격 수준인 리터당 1100원, 가공유는 800원에 구매하며,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유업체에는 가공유를 리터당 600원에 공급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국내산 가공유 수요가 늘어나면 향후 음용유 수요 감소로 수입이 줄더라도 낙농가의 손해는 없을 것이라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지난 8월 5일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경기도 안성시 농협 창업농지원센터에서 열린 낙농제도 개편방안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농식품부 제공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는 정부와 생산자 단체, 유가공업체, 공급 주체 등이 큰 틀에서 낙농제도 개선에 합의하는 자리”라며 “세부 협상 절차를 거쳐 내년 1월부터는 새 제도가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생산비 연동제가 폐지된다고 해서 당장 시중에서 판매되는 우윳값의 오름세를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낙농제도 개편 작업이 시작되면서 그동안 중단됐던 원유 가격 인상 논의도 재개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낙농협회는 정부의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에 동의하면서도 최근 사료 가격 및 인건비 상승 등 생산비 부담에 따른 원유 가격 인상이 시급하다며 가격 협상을 유업체에 요구했다.

 

이에 따라 빠르면 다음달 원유 가격이 오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원유 가격은 2020년 이월된 생산단가 인상분인 리터당 18원에 더해 올해 상승한 생산단가 34원까지 합쳐 52원가량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원유 가격 인상분이 확정되면 유가공업체들도 제품 가격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8월에도 원유 기본 가격이 오르자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이 줄줄이 우유 가격을 인상했다. 이에 따라 현재 2700원대인 서울우유의 흰 우유(1L) 소비자가격이 3000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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