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에 전북 남원지역 한 주유소에서 경유를 넣은 차량 20여 대가 주행 도중 시동이 꺼지는 일이 잇달아 발생했다. 물이 섞인 경유를 주유했기 때문으로, 고향을 찾은 일부 차량은 귀경에 차질을 빚었다. 주유소 저장 탱크에 빗물 등이 새 들어갔는지, 아니면 업주가 일부러 경유에 물을 섞었는지 여부는 조사가 진행돼야 명확히 알 수 있을 전망이다.
13일 남원시민과 취석 귀성객 등에 따르면 추석 당일인 지난 10일 이 지역 한 주유소에서 경유를 주유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1t 화물차 등에서 주행 도중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한 차주는 “차량에 기름을 넣고 주행하는데 갑자기 엔진이 푸드덕거리다 이내 꺼져버렸다”며 “보험사 출동 서비스를 통해 인근 공업사로 견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공업사 관계자는 “차량을 정비해보니 엔진이나 미션 쪽에 문제가 있기보다 연료 계통에서 이상이 발견됐다”며 “물과 혼합된, 탁한 경유를 주유한 게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차주는 해당 주유소를 다시 찾은 결과 동일한 증상을 경험한 차주 10여명이 불량 연료 주유 가능성을 제기하며 항의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들은 이 주유소 경유 판매가가 일대 다른 주유소보다 1ℓ당 100원가량 저렴해 일부러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는 추석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았다가 귀성하려다 이런 낭패를 본 경우도 있었다. 이런 피해자는 줄잡아 20여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한국석유관리원은 이 주유소 경유 시료를 채취해 시약 반응을 검사한 결과 경유에 수분이 섞인 사실이 확인했다.
하지만, 해당 주유소 관계자는 “기름 장사를 수년간 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 발생했다”며 “왜 경유에 물이 섞였는지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한국석유관리원과 남원시는 해당 경유를 정밀 조사해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 곧바로 행정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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