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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대만 ‘아시아 행복지수 1위’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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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12 23:28:57 수정 : 2022-09-12 23:2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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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대만 포위훈련에 나선 지 이틀째였던 지난달 5일 밤. 국적사 항공기의 결항으로 우여곡절 끝에 대만 국적기를 타고 대만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했다. 방호복으로 무장한 공항 직원들, 신발과 옷에 뿌려주는 소독약, 노란색 방역 택시, 3일 의무 격리와 4일 수동 감시 등 마주하는 모든 것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실내외 마스크 착용도 의무여서 8월 찜통더위 속 길거리 노숙인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대만은 올해 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서 26위를 차지해 한국(59위), 일본(54위)을 가뿐히 제친 데 더해 아시아 국가 1위를 기록한 나라다. 지수를 결정짓는 6가지 요소 중에는 ‘삶에서의 선택 자유’가 있는데 한국보다 이 지수가 높게 나타났다. 팬데믹 2년 반이 훌쩍 지난 지금, 노숙인조차 마스크를 쓰고 있는 눈앞의 풍경과 ‘자유’는 거리가 한참 멀어 보였다.

이지민 국제부 기자

호텔 방을 벗어난 나흘 동안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대만에 20년 넘게 사는 교민인 통역원에게 들은 사회 분위기다. 그는 대만이 살기 좋은 이유를 말하며 ‘남 눈치 보지 않는 분위기’를 꼽았다. 일례로 화장하지 않고 출근하는 여성들이 극히 일반적이라는 얘기였는데, ‘생얼’이라는 조어까지 있는 한국과 대조적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찾은 타이베이 중심가의 한 백화점 화장실에서는 파우더룸은커녕 여성 화장실에 일반적으로 있는 거울 앞 선반도 없었다. 나중에 재차 확인하니 백화점 화장실은 파우더룸이 있는 사례가 많긴 하지만, 지하철 화장실에서 파우더룸이나 선반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파우더룸이나 선반은 편의시설인데, 그 편의시설이 어쨌든 필요로 생겨난 것이고, 그게 사회 분위기에서 비롯한 거라면 과도한 의미 부여일까.

두 번째는 편의점과 공원에서 본 동성 커플이다. 나흘 동안 두 번이면 적다고 할 수 있지만, 대만에서 돌아온 뒤 한 달 넘게 서울의 공공장소에서 동성 커플을 본 적이 없다는 걸 고려하면 적지 않은 빈도다. 대만에 1년째 살고 있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타이베이 무역관 직원도 한국보다 일상에서 쉽게 성 소수자들을 보곤 한다고 했다.

대만은 2019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거리나 공공장소에서 동성 커플을 쉽게 볼 수 있다면 그 이유일 것이다. 선진화된 법은 한국처럼 몇몇 나라에서 박탈된 성 소수자들의 권리를 보장케 했고, 동성결혼을 원하는 외국인들의 대만 이주로도 이어지고 있다.

‘외국에 나갔더니 공공장소에서 장애인을 쉽게 마주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우리나라가 인구 대비 장애인이 유독 적은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수적으로 적어서 그들을 보지 못했던 게 아니라, 외출을 망설이는 장애인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대중교통 이용이나 영화 보기, 식당에서 밥 먹기 등이 ‘도전’이나 ‘과제’로 여겨진다면 집 밖을 나서는 게 꺼려질 수밖에 없다.

성 소수자 역시 마찬가지다. 시민으로서 권리를 인정하고, 동성 커플에 눈총 보내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성 소수자들을 밖으로 나오게 했을 것이다. ‘아시아 행복지수 1위’는 결국 사회 분위기와 선진화된 법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지민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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