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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 佛 제치고 獨과 먼저 통화… '앙금' 여전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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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08 13:30:00 수정 : 2022-09-08 13: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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숄츠 총리와 전화 후 "獨은 중요한 파트너"
"친구인지 모르겠다" 발언 후 佛 관련 '침묵'
전임자 존슨은 佛·獨 정상과 같은 날 통화해
SNS에 "마크롱과 언제 통화하나" 댓글 달려

“그나저나 마크롱과는 언제 통화할 거요(When will you speak to Macron)?”

 

7일(현지시간) 리즈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에 붙은 누군가의 댓글이 눈에 띈다. 해당 게시물은 이날 트러스 총리가 취임 후 처음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양국의 협력을 다짐했다는 내용이다. 트러스 총리는 보수당 총재가 되기 위한 선거운동 기간 ‘프랑스 모욕’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오해를 풀려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도 빨리 통화해야 할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뉘앙스다.

 

리즈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가 7일(현지시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통화한 직후 SNS에 올린 사진 등 게시물 밑에 “프랑스 정상과는 언제 통화할 거냐”고 묻는 댓글이 달려 있다. 트러스 총리 SNS 캡처

전날 취임한 트러스 총리는 가장 먼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물심양면으로 우크라이나를 도울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두 번째 통화 상대방은 영국과 ‘특수관계’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었다. 두 사람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오커스(AUKUS: 미·영·호주 3국 동맹)를 통한 협력 강화에 뜻을 같이했다.

 

그리고 나서 이날 세 번째로 통화한 외국 정상이 바로 독일 숄츠 총리인 셈이다. 세계 4위 경제대국이자 유럽연합(EU)의 사실상 맹주인 독일을 그만큼 높이 평가한다는 뜻이 담겼다. 통화 후 SNS에 올린 글에서 트러스 총리는 “유럽을 덮친 에너지 위기를 비롯해 푸틴의 전쟁이 초래한 각종 도전에 대응할 방안을 논의했다”며 “영국과 독일은 중요한 경제적 파트너”라고 밝혔다. 이어 “유럽에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방어하기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길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전임자인 존슨 전 총리의 경우 취임 직후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당시 총리와 같은 날 통화했다. 독일을 프랑스보다 우선시하는 듯한 트러스 총리의 행보는 향후 영국 외교, 특히 EU와의 관계에서 독일 비중이 더욱 확대될 것임을 암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러스 총리는 보수당 총재를 뽑는 선거운동 기간 프랑스의 심기를 건드렸다. 어느 토론회에서 “마크롱은 영국의 친구인가, 아니면 적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뜻밖에도 “아직 판단이 서지 않았다”고 답변한 것이다. 그러면서 “(총리가 되면) 마크롱의 말이 아닌 행동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쟁자였던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이 같은 질문에 서슴없이 “마크롱은 영국의 친구”라고 답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리즈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왼쪽)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세계일보 자료사진

프랑스는 분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정치인으로서 인기를 의식하다 보면 실언을 할 수 있다”며 트러스 총리의 발언을 ‘말실수’로 치부했다. 하지만 “영국이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양국 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양국 간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영국은 영불해협에서 조업하는 프랑스 어민들의 활동을 적극 규제해 프랑스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영불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밀입국하는 난민 및 불법이민자가 늘자 영국은 프랑스에 단속 강화를 촉구했으나 프랑스는 들은 체 만 체 하고 있다.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영국은 “프랑스가 여전히 러시아와의 관계에 미련을 갖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소극적”이라며 비판을 가해왔다.

 

트러스 총리가 당선된 직후 마크롱 대통령은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SNS를 통해 “영국 사람들은 우리의 친구이고, 국가로서 영국은 우리의 동맹”이라며 트러스 총리에게 “우리 공동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계속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트러스 총리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영불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두 나라 간 긴장이 더욱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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