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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파키스탄 대홍수와 기후위기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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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07 23:29:39 수정 : 2022-09-07 23: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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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월 지속된 폭염 방아쇠 역할
우기 맞물리며 최악 홍수 참사로
지구기후 시스템 진단·예측 바탕
기상이변 전략적 대응 수립해야

올해 우리나라 여름은 6월의 강한 더위, 전형적 특성을 벗어난 7월의 장마 패턴, 그리고 8월 예상치 못한 집중호우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8월 제주를 제외한 전국 평균 누적 강수량이 311.5㎜로 평년 강수 백분위의 55.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8월 강수 대부분은 중부 지방에 집중되었고 전남 등 남부 지방의 경우 평년 강수 백분위의 30% 미만에 불과해 중부와 남부 지방 강수량 분포가 극단적 대조를 보였다. 강수 현상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하겠다.

우리나라와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파키스탄에서는 가공할 만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우기가 시작된 6월부터 3개월 가까이 호우가 지속되면서 사망자만 1100명을 넘어섰으며 누적 이재민은 570만명에 달한다. 피해액이 100억달러(약 13조5000억원)를 훨씬 넘어서고 재건에만 최소 5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한반도 면적보다 3.5배 정도 큰 파키스탄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고 하니 그 피해 상황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파키스탄 대홍수의 원인은 기후과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데 그 이유는 기후변화 영향이 연쇄적으로 나타난 결과이기 때문이다. 초기 연구 결과에 의하면 파키스탄 대홍수의 시발점은 4∼5월 시작된 열파였다. 파키스탄을 중심으로 남아시아 국가들에서 4∼5월에 40도 이상 기록적인 고온이 오래 지속되는 열파가 관측되었다. 열파로 인해 한껏 가열된 대기는 평소보다 매우 많은 양의 수증기를 품을 수 있었다. 이렇게 대기에 축적된 수증기는 이 지역에서 매년 반복되는 우기가 시작되자 홍수를 유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 열파의 역할은 수증기 축적에 한정되지 않았다. 강력한 열파는 파키스탄 북부의 높은 산악 지역에 존재하던 빙하를 녹이는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빙하가 녹은 물이 강으로 유입되면서 우기의 강수와 함께 국토의 3분의 1이 잠기게 된 것이다. 열파는 또한 이 지역 대기 순환의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 열파로 엄청나게 데워진 육지가 대기 순환에 영향을 줘 인도양 북부 지역에 강한 저기압이 오랫동안 지속됐다. 연속적인 이 순환은 따뜻한 바다에서 증발한 막대한 양의 수증기를 계속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지역에 공급했고 결국 우기와 맞물려 대홍수로 이어진 것이다.

예상욱 한양대 교수 기후역학

흥미로운 것은 인도양에서 증발된 수증기가 남아시아를 거쳐 북서태평양으로 이동하며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태풍의 세력 유지 및 발달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향후 연구를 통해 밝혀져야 하겠지만 우리나라 남부 지방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 태풍 ‘힌남노’의 발달 과정 역시 인도양의 역할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파키스탄 대홍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략 수립에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중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기후변화에 기인한 이상 기상·기후 현상과 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은 개별 현상에 대한 이해를 넘어 기후 시스템 내부의 복잡한 상호 관련성에 대한 진단·이해·예측 결과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키스탄 대홍수는 단순히 지역적인 강수 현상이 아니라 다양한 해양·대기 현상의 복잡한 상호 작용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나라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략도 반드시 전 지구 기후 시스템의 진단과 이해를 기반으로 접근할 때 올바른 방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정부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본격적 발걸음을 내디뎠다. 특히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계획 및 개발사업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나 기후변화로 인하여 받게 되는 영향에 대한 분석·평가, 즉 ‘기후변화영향평가’를 포함해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아직 구체적 시행령이 제정되지는 않았지만 기후변화영향평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삼천리도 첫걸음’부터라는 속담처럼 첫걸음이 가장 중요하다. 올여름 1000만 인구의 거대도시 서울에서 발생한 물난리에 비춰볼 때 기후변화영향평가는 전 지구 기후 시스템의 진단·이해·예측에 기반해 매우 정교하게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예상욱 한양대 교수 기후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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