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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환자 자기결정권 존중” vs “의사조력자살… 시기상조”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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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11 20:30:00 수정 : 2022-09-11 20:3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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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처방 받아 환자 본인이 직접 투여
안락사와도 차이… 적극적 존엄사 해당
환자·가족 고통 경감 차원서도 긍정적
종교·의료계 “생명경시 풍조 확산 우려”
“호스피스 개선 등 웰다잉 집중” 주장도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고 콧줄을 낀 채 온종일 누워계신 아버지를 보면 이게 정말 사는 건가 싶습니다. 그렇게 정정하셨던 아버지께서 본 모습은 다 잃어버리고 이렇게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다 사라진 마지막을 맞고 싶으셨을지 전 정말 모르겠습니다.”

생업을 그만두고 일 년 넘게 80대 말기 환자인 부친의 병간호를 하는 A씨는 지금의 시간을 “희망 없는 고통”이라고 표현했다. 병원에서는 몇 개월 전 이미 A씨 부친에게 연명치료 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통보했다. 회복을 기대하며 더 쓸 수 있는 약도, 할 수 있는 치료도 없다. A씨 본인도 불면증과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다. A씨는 “삶에 남은 것이 고통밖에 없는 환자를 위해서도, 돌보는 가족들을 위해서도 그저 목숨만 부지하는 게 최선은 아니다. 존엄한 마지막을 최소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소위 ‘조력존엄사법’으로 불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보건복지위에 접수돼 현재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 대표발의로 국회에서 처음 조력존엄사법이 발의된 이후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에서는 조력존엄사에 대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조력존엄사 법제화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소생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경감하고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존엄성을 존중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법안 발의를 환영했다. 반면 종교계와 의료계 등에서는 생명경시 풍조 확산과 의료진의 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쏟아졌다.

◆6년 새 조력존엄사 찬성 여론 두 배로… 논의 속도 빨라질까

조력존엄사는 현재 법으로 허용되는 ‘연명치료 중단’과 다르다. ‘소극적 존엄사’로 불리는 연명치료 중단은 말기 환자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유지하는 인공호흡기 착용이나 심폐소생술 등을 중단함으로써 자연스레 죽음을 맞도록 하지만, 조력존엄사는 말기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적극적 존엄사’에 해당한다. 의사가 직접 대상자에게 약물을 투여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안락사’와도 차이가 있다. 현재 세계에서 조력존엄사를 법으로 허용하는 곳은 미국 12개 주와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콜롬비아, 캐나다 퀘벡주, 호주 빅토리아주 등이 있다.

존엄사 관련 법안이 국내에서 처음 발의된 건 연명치료 거부로 우리 사회 존엄사 논의의 시발점이 된 ‘김 할머니 사건’이 있었던 2009년이다. 2009년 2월 당시 국회의원이던 신상진 성남시장이 대표 발의한 ‘존엄사 법안’은 의학적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고 단기간 내에 사망에 이를 말기 환자에 대해 연명치료를 보류하거나 중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후 수차례 유사 법안이 발의됐지만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합법화 법안은 2016년에야 국회를 통과해 2018년부터 시행 중이다.

연명치료 중단 관련 법안이 처음 발의된 후 실제 시행에 이르기까지 약 9년이 걸렸듯 조력존엄사도 실제 법제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우리 사회에서 조력존엄사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논의가 신속하게 진전될 가능성도 있다.

조력존엄사에 대한 국민 인식은 몇 해 사이 빠르게 바뀌었다. 2016년 서울대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팀이 일반 국민 1241명에게 조력존엄사를 뜻하는 적극적 존엄사에 대한 찬반을 물었을 때 찬성 여론은 41.4%에 그쳤다. 그러나 같은 연구팀이 지난해 3∼4월 19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의사조력자살 또는 안락사에 대한 태도를 조사한 결과 찬성 의견은 76.3%로 급등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지난 7월1일부터 4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력존엄사 입법화 및 지원’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조력존엄사 입법화 찬성 의견은 82%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불과 6년 사이에 조력존엄사에 찬성하는 여론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법안명칭부터, 호스피스 우선 개선 요구까지… 쟁점 다수

하지만 조력존엄사 법제화까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법안명칭부터 논쟁 대상이다. 행위의 본질이 말기 환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인 만큼 조력존엄사가 아니라 ‘의사조력자살’이라는 명칭으로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섭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조력존엄사 명칭에 대해 “의사가 말기 환자의 적극적 자살을 돕는 행위에 자살방조죄를 적용하지 않고 나아가 사실상 말기 환자에게 의사의 자살 조력을 요구할 권리를 부여한다는 법안의 핵심 내용을 불분명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앞서 법제화된 ‘연명치료 중단’ 표현에 가치 판단을 전제하지 않은 것처럼 ‘의사조력자살’이라는 가치 판단이 배제된 표현을 쓰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반적인 자살과 달리 말기 환자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함이라는 취지에 맞게 존엄사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문제없다는 의견도 있다.

시기를 둘러싼 논쟁도 뜨겁다. 시기상조라는 의견과 사회의 성숙도와 요구를 고려해 시기적절하다는 의견이 맞부딪치고 있다.

윤영호 교수는 지난달 24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력존엄사법 토론회’에서 “조력존엄사법 발의는 국민의 ‘품위 있는 죽음’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사회적 공론화를 촉발한 용기 있는 결단이자 비참한 죽음의 현실에 대한 정부·국회·관련 기관의 반성 계기”라며 “우리 사회에서는 간병살인과 동반자살 등 비참한 죽음이 지속해왔는데 우리가 그동안 뭘 외면해왔고 해야 할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또 앞으로는 뭘 해야 할지를 확인하고 풀어나갈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24일 '조력존엄사 토론회'가 종교계, 의료계, 시민사회단체, 정부 등이 모인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렸다. 뉴시스

반면 의사협회에서는 “존엄사 및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시각은 다양하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이유를 들어 조력존엄사법 법제화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력존엄사보다는 호스피스·완화의료 개선 등 현존하는 ‘웰다잉(Well─dying)’ 방안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의뢰로 지난 7월27일부터 지난달 5일까지 국민 10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7%가 조력존엄사 법제화보다는 말기 환자 돌봄환경과 호스피스·완화의료 확충이 우선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이유로 의사협회 등 의료단체에서는 조력존엄사 논의 이전에 호스피스·완화의료 시스템부터 제대로 손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안 의원 측은 이와 관련해 앞으로 국민 여론을 수렴하며 속도를 조절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원실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시민단체 등 국민 여론을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주체와의 접촉을 계속하며 사회 성숙도와 여론 형성 등을 살피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생명 존중 취지… ‘품위 있는 죽음’ 공론화 필요”

 

“‘조력존엄사법으로 환자를 빨리 죽게 만든다’고 오해하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은데 전혀 그런 게 아닙니다. 삶의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죽음도 귀중하게 여기는 차원에서 나온 법안이라는 점을 꼭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국회에서 처음으로 말기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안락사를 할 수 있는 ‘조력존엄사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력존엄사법의 취지는 결국 ‘생명 존중’에 있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사람은 모두 언젠가는 죽게 되는데 인간으로서 그 순간을 보다 품위 있고 고통 없이 마무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산 사람에게나 떠나는 사람에게나 중요한 일 아니겠나”라면서 “말기 환자 본인과 가족의 고통은 ‘형용하기 어렵다’고 할 만큼 크고 당사자가 아닌 이들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력존엄사법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시대의 변화에 앞서 의료·복지 체계 논의를 선제적으로 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안 의원은 “고령화·인구 절벽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가 의료체계나 복지체계를 한 세대는 앞당겨서 봐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사실 지금 시점도 이미 늦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이제 다른 나라가 짜놓은 판에서 따라만 가는 ‘의료 전술국가’에서 판을 선도하는 ‘의료 전략국가’로 한 단계 나아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력존엄사법 발의의 의의로 안 의원은 ‘품위있는 마지막’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불을 붙였다는 점을 들었다. 안 의원은 “어두운 골방에 있던 이슈가 햇빛을 볼 수 있도록 밖으로 드러낸 데에 일차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실제로 토론회 등을 보면 존엄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여론도 상당히 빠르게 달라지고 있고 죽음과 거리가 먼 것 같은 젊은 사람들까지도 관심이 많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안 의원과의 일문일답. 

 

─왜 지금 시점에서 조력존엄사법 논의가 필요한가.

 

미국의 경우 의사조력자살이 12개 주에서 이미 법제화됐고 13개 주에서 입법 과정을 밟고 있다. 스위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국가와 캐나다 퀘벡주, 호주 빅토리아주에서도 시행 중이다. 제가 조력존엄사법을 발의한 다음 날인 지난 6월16일에는 가톨릭의 본산인 이탈리아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조력존엄사가 실행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조력존엄사 법제화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많은 국가가 이미 실행 중인데 이제 우리도 의료 분야에서 남들을 따라가기만 할 게 아니라 선도 국가의 입장에서 선제적으로 입법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고령화·인구절벽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가 의료체계나 복지체계를 한 세대는 앞당겨서 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지금 시점도 이미 늦었다고 본다. 이제는 누군가는 총대를 메고 이끌어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제가 발의한 것이다.

 

─조력존엄사법 발의의 의의는 무엇인가.

 

일단 화두를 던진 것이다. 어두운 골방에 있던 이슈가 햇빛을 볼 수 있도록 밖으로 드러낸 데 일차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이제 다른 나라가 짜놓은 판에서 따라가는 의료 ‘전술국가’에서 판을 선도하는 의료 ‘전략국가’로 한 단계 나아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차원에서 법안을 발의했다. 실제로 관련 토론회 등을 보면 존엄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여론도 상당히 빠르게 달라지고 퍼지고 있는 걸 느낄 수 있다. 법안을 발의했을 때 국민 인식이 그만큼 따라오지 못한다면 어떤 때는 기다리고 또 어떤 때는 필요하다면 앞에서 이끄는 걸 적절하게 할 줄 아는 게 입법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보다 두세발 너무 많이 앞서가도 안되지만 한 발 정도 앞서가면서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때로 따라오지 못하면 잠깐 쉬었다가 다시 호흡을 맞추며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는 게 입법자의 중요한 역할이다. 때문에 조력존엄사법과 관련해서도 호스피스 인프라 구축이나 법안 보완 등 여러 가지를 병행해 나아가면 좋겠다.

안규백 의원. /2022.08.25/허정호 선임기자

─존엄하게 죽을 권리는 왜 중요하고 존중받아야 하나.

 

사람이 태어나서 살아가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귀중한 것 아닌가. 삶이 존귀하기 때문에 죽음도 품위 있게 맞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조력존엄사법은 ‘생명 경시’가 아니라 오히려 ‘생명 존중’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생자필멸’, 사람은 모두 언젠가는 죽게 되는데 인간으로서 그 순간을 보다 품위 있고 고통 없이 마무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산 사람에게나 떠나는 사람에게나 중요한 일 아니겠나. 소생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와 그 가족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형용하기 어렵다’, ‘필설로 담기 어렵다’고 할 만큼 크다.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고통의 정도와 내용을 이루 다 알 수가 없다. 자신이 아프거나 가족이 그런 상황에 놓여 당사자가 되면 그제야 이 고통을 직접 느끼고 보게 된다. ‘조력존엄사법으로 환자를 빨리 죽게 만든다’고 오해하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은데 전혀 그런 게 아니다. 삶의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죽음도 소중하고 귀중하게 여기는 차원에서 낸 법안이라는 점을 꼭 알아주셨으면 한다.

 

─윤리적 우려에 대한 보완 방안은 있나.

 

처음부터 100퍼센트 완벽해서 출발하는 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다만 법을 만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부족한 부분들은 차차 채워나가면 된다. 사회의 가치관과 기준은 항상 변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단발령이 내려졌을 때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손 효지시효’ 즉 내 신체는 부모한테서 타고났기 때문에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되고 그것이 바로 효의 시작이라고 하면서 ‘머리를 자르느니 차라리 목을 자르겠다’고 한 선비들이 많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 시대에는 머리카락 자르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이렇게 윤리적 가치관은 시대에 따라 항상 변할 수 있는 거라고 본다. 또 조력존엄사법과 관련해 생명경시 우려를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반대로 현재 법안에서 규정하는 조력존엄사의 과정이 너무 촘촘하고 지난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를 하는 분들도 계신다. 법안을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우리 국민이 전반적으로 수용할 수 있겠다 하는 선에서 법안을 만들었다. 

 

─법안 명칭에 ‘존엄사’가 아닌 ‘자살’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의미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

 

‘조력존엄사’라는 명칭은 서구와는 다른 우리의 문화와 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서구 국가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보통 시내에 있는 공동묘지에 묻지만 우리는 집과 멀리 떨어진 산이나 바다 등에 묻는다. 우리 문화에서는 죽음을 좀 더 거리감 있고 일상과 떨어진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우리는 자살과 죽음을 상당히 금기시하는 전통을 가진 민족이기 때문에 우리 정서상 더 적합한 표현으로 ‘존엄사’를 택한 것이다. 외국에서 ‘수어사이드(Suicide)’라고 쓰는 것을 그대로 직역해 자살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존엄사도 맞는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의미상 같은 용어다. 다만 외국에서 쓰는 표현을 그대로 따라 쓰는 게 아니라 그 뜻의 범위 안에서 우리의 국격과 품위, 정서에 맞게 쓰고자 한 것이다. 객관성을 흐리거나 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 법안에도 영어로 ‘어시스트 수어사이드(Assist Suicide)’라고 병기해놓지 않았나.

안규백 의원. /2022.08.25/허정호 선임기자

─조력존엄사에 동참하게 될 의사들에게 형사법적 책임은 없지만 개개인이 느끼는 부담이나 죄책감의 문제는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이건 의사로서의 직업적 소명의식의 문제지 천부적인 윤리적 소명의식의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의학적으로 소생 가능성과 고통의 정도 등을 기준 삼아 조력존엄사의 대상이 될 분들을 판명하지 않나. 추상적인 기준으로 대상자를 가리는 게 아니다. 뿐만 아니라 담당 의사가 혼자 동참하는 게 아니라 위원회 세명이 함께 하지 않나. 이렇게 여러 단계를 촘촘히 밟게 되기 때문에 괜찮을 것으로 본다.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의해 환자의 이익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은데, 환자의 이익을 생각한다는 것이 꼭 단순히 살려놓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닐 수 있다. 물론 고통 없이 무사히 살릴 수 있으면 천만배 좋겠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환자가 자신의 생을 종결하고 싶어할 때 편안히 보내주는 것도 환자의 이익을 생각하는 것일 수 있지 않겠나.

 

─법안과 관련해 향후 보완 계획은 어떻게 되나.

 

현재 법안에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상임위 법안소위 과정에서 추가하거나 빼는 등 보완할 것으로 본다. 시민단체 등 국민 여론을 들을 수 있는 여러 주체와의 접촉도 계속 해나갈 예정이다. 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사회의 성숙과 여론 형성, 국민적 지지 등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연대도 하고 반대하는 분들은 설득도 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나가겠다. 물론 이미 국민의 82%가 조력존엄사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있지만 거기에 더해 보다 완벽하게 하려면 국민의 설득과 이해를 구하고 숙성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존엄한 죽음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호스피스 의료 등에 대한 보완도 더불어 필요하는 걸 인지하고 있다. 충분한 예산을 투입해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뒷받침을 계속하겠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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