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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피아니스트 랑랑, 편곡에만 4년 걸린 ‘디즈니북’ 앨범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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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31 11:00:19 수정 : 2022-08-31 11: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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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 어른이 아니라 천진난만한 열 살 소년 같았다. 피아노 연주로 녹음한 디즈니 명작 애니메이션 음악들에 대해 환한 웃음으로 애정을 듬뿍 담아 소개했다. 신난 표정으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며 곡별 특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독일 베를린에 머무르며 30일 한국 언론과 화상으로 만난 중국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랑랑(40)이 그랬다. 랑랑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음악들을 편곡해 피아노곡으로 재탄생시킨 앨범 ‘디즈니 북(The Disney Book)’ 발매(9월16일)을 앞두고 화상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디즈니 북’은 월트 디즈니사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도이치 그라모폰과 디즈니 뮤직 그룹이 손잡고 만든 앨범으로 ‘피노키오’, ‘백설공주’ 등 디즈니 초창기 작품부터 ‘겨울왕국’, ‘소울’, ‘엔칸토’ 등 최신작까지 27곡이 수록됐다.

피아니스트 랑랑.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오랫동안 꿈꿔온 앨범”이라고 한 랑랑은 “누구에게나 디즈니의 곡을 처음 접하게 되는 ‘디즈니 순간’이 있는데, 저는 상당히 오래 전 ‘아기돼지 3형제’곡으로 처음 접했다”며 “월트 디즈니는 자신의 작품에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삽입하고자 했는데, 당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디즈니 사무실에 자주 방문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많은 고민과 시간, 노력을 기울여 만들었다고. 그는 “(디즈니 음악은) 모두가 알고 있는 곡이기도 하고, 이미 모두에게 친숙하다 보니 피아노곡으로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며 “편곡에만 4년이 걸린 장대한 작업이었다. 이 앨범이 피아노로 연주한 배경음악으로만 여겨지지 않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랑랑은 “쇼팽, 드뷔시, 라흐마니노프 등의 곡처럼 유명 클래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곡들이 되길 원했고, 그들(유명 작곡가들)이 어떻게 해석했을지에 주안점을 두고 작업했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공들인 앨범이란 점을 강조하며 애정과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정글북’은 모던 재즈로, ‘라이온킹’과 ‘덤보’는 드뷔시, ‘카’는 로큰롤, (‘겨울왕국’의) ‘렛잇고’는 라흐마니노프, ‘신데렐라’는 쇼팽 연습곡 등의 스타일로 편곡해봤다”고 했다. 이어 “최신 디즈니 작품 중에선 ‘엔칸토’는 라틴재즈, ‘소울’은 뉴올리언스 재즈로 선보인다”고 덧붙였다. 안드레아 보첼리와 존 바티스트 등 유명 뮤지션들도 참여했다. 안드레아 보첼리는 ‘타잔’의 주제곡 ‘유 윌 비 인 마이 하트(You'll Be In My Heart)’를, 올해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다 부문을 수상한 싱어송라이터 존 바티스트는 ‘소울’의 ‘잇츠 올 라이트(It's All Right)’를 불렀다. 존 바티스트는 ‘소울’의 음악감독으로 오스카상을 받았고 ‘잇츠 올 라이트’ 작곡자이기도 하다. 

랑랑 ‘디즈니북’ 앨범.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랑랑은 어린 시절 가장 좋아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라이온 킹’을 꼽으며 “‘라이온 킹’은 아프리카 버전의 ‘햄릿’이라고 생각합니다. ‘코코’도 좋아하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 가족,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됐어요. 돌아가신 조부모와 친척들도 떠올리게 되고요.”

 

수록곡 중 ‘피노키오’의 주제가 ‘When You Wish Upon A Star’는 아내인 한국계 독일인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27)가 영어와 한국어로 불러 특별함을 더했다. 이 곡은 랑랑과 지나가 아들(2)에게 헌정하는 곡이다. 디즈니 명곡들을 피아노 클래식 스타일로 바꾸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기존 작업과 기술적인 부분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편곡에 자율성이 좀 더 주어졌다고 했다.

 

랑랑은 “예전에는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확신을 가지고 녹음을 했는데, 이번앨범은 녹음한 뒤 악보를 절반 이상 새롭게 고쳤다”며 “세계적인 편곡가부터 클래식, 팝뮤직 전문가들이 참여했으며, 여러 가지 음악이 조합된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작업에서 상당히 좋았던 부분은 악보에서 음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이를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베토벤 곡을 작업하면서 음을 하나라도 바꾸면 베토벤이 쫓아오는 악몽을 꿀 텐데, 이번 작업은 그렇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랑랑의 한국계 독일인 피아니스트 아내 지나 앨리스.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그는 한국을 찾아 팬들에게 이 곡들을 직접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한국은 음악에 중요한 국가라서 기회가 되면 최대한 빨리 방문해서 연주하고 싶어요. (현재로선) 내년 여름 야외 공연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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