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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태용량은 이미 ‘초과’ [더 나은 세계, 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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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29 10:00:00 수정 : 2023-08-17 17: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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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래 국가별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 현황.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28일 글로벌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Global Footprint Network)는 올해의 지구 생태용량을 모두 초과했다며, 이날을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 Day)이라고 발표했다. 이 발표대로라면 지구가 1년 365일 동안 재생할 자원을 약 200일 만에 인류가 모두 소비한 것이다.

 

국제환경단체인 GFN이 해마다 발표하는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해당 연도에 지구가 재생하는 자원의 양(생태용량)을 인류의 생태자원 수요량(생태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으로 나눈 비율에 365일을 곱하여 산출한다. 1971년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이 12월25일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0여년 만에 그 날짜가 5개월이나 앞당겨진 셈이다.

 

국가별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을 보면 선진국일수록 생태자원 사용량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기준 미국은 3월13일, 호주는 3월23일, 영국은 5월19일, 중국은 6월2일에 각각 생태자원을 모두 사용했다. 이에 비해 인도네시아는 12월 3일, 이집트는 11월11일, 멕시코는 8월31일이 예정일로, 지구 평균보다 생태자원을 천천히 소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달리 한국은 4월2일로 생태자원 수요량이 세계에서 8번째로 많은 국가로 나타났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을 현재보다 늦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공급 측면에서 생태자원을 보호해야 한다. 2019년 제7차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Intergovernmental Science-Policy Platform on Biodiversity and Ecosystem Services) 총회에서 채택한 ‘전 지구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 평가에 대한 정책 결정자를 위한 요약 보고서’(Summary for Policymakers of the Global Assessment Report on Biodiversity and Ecosystem Services)에 따르면 약 100만종의 동·식물이 수십년 내 멸종할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 인류 역사 중 멸종한 동식물종보다 많은 수가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실제로 양서류의 44%, 해양 포유류의 33%가 각각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또 2000년 이후 지구에서 해마다 우리나라 산림 면적에 해당하는 650만헥타르가 사라지고 있다면서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 감소가 초래할 위험성을 경고했다.

 

최근 들어 생물다양성 보존에 대한 전 지구적 차원의 노력은 가속화되고 있다.

 

먼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해 9월10일 제출한 ‘우리의 공동 의제(Our Common Agenda)’라는 제목의 보고서에도 생물다양성 감소(Biodiversity Loss)는 ‘지구의 3대 위기’(Triple Planetary Crisis) 중 하나로 꼽혀 그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었다.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민간의 노력 또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자연 손실이 가져올 재무적 위험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작년 공식 출범한 자연자본관련재무정보공개협의체(TNFD·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는 기존의 정보 공시 기준을 광물 자원과 물, 토양, 공기, 생물다양성 등의 자연 자본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달 들어 자연 자본 공시 기준안의 초안이 공개되었고, 피드백을 받고 있다.

 

국내 공공 부문에서도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포함한 주요 법령을 통해 정부는 생물다양성을 종합적으로 보전하고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을 수립하여 생물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에 대한 종합 통계 및 현황에 대해 국립생물자원관이 매년 발간하는 ‘국가 생물다양성 통계자료집’ 또한 동 법률에 의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노력도 활발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현재 제주형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와 환경보전분담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는 보호지역의 보전 및 지속가능한 활용을 위해 지역주민이 생태계 서비스 유지 및 증진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면 이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여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환경보전분담금은 제주도를 여행하는 관광객에게 생활 폐기물과 대기 오염, 교통 혼잡 등의 환경 처리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이들 제도의 도입을 통해 제주는 생태계 보전을 위한 인식 개선을 도모해 지속가능한 도시 환경 조성을 추진 중이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을 늦추기 위해서는 생태자원에 대한 인류의 수요 측면 또한 고려해야 한다. 즉, 자원과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소비와 자원 재활용을 실천해야 한다.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WWF-Korea)에서 발간한 ‘한국 생태발자국 보고서 2016: 지구적 차원에서 바라본 한국의 현주소’에 따르면 61년까지만 해도 국내 생태계의 공급량 내에서 생태자원 및 서비스를 소비하였지만, 6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그 수요가 우리 생태계가 공급할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태 적자에 놓여있는 셈이다. 현재 한국의 생태용량 수요는 국토 생태계 재생 능력의 8배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또 한국인의 생태발자국 중 70%는 음식, 주거, 교통, 재화 및 서비스가 차지하고 있는 만큼 먹거리 낭비에 대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력 생산을 위한 석탄과 천연가스 의존도 줄여야 한다. 나아가 ‘녹색 인프라’ 및 저탄소 교통체계를 갖추려는 제도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거의 매년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앞당겨지고 있다. 지구의 자원은 한정적이지만 인류는 그 이상으로 소비하며 해마다 더 많은 ‘빚’을 지구에 지고 있는 셈이다.

 

인류는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을 늦출 수 있다. 실제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사태로 경제활동이 위축되자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이 전년도 대비 3주 이상 늦춰진 사례가 있다.

 

이제는 코로나19와 같은 특별한 상황 덕분이 아니라 자원 소비의 꾸준한 감소로 생태용량 초과가 늦춰지는 날을 기념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세진 UN SDGs 협회 연구원 unsdgs.seajin@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 협의 지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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